예멘에서 폭발로 한국인 관광객 4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다. 예멘 정부는 18세 예멘인 알카에다 조직원이 범인이라고 발표했다. 설상가상으로, 귀국을 위해 비행장으로 향하던 희생자 가족들의 차량이 폭탄 테러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았다.

아직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힌 조직은 나오지 않았지만, 진짜 범인이 누구든 무고한 민간인을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은 끔찍한 일이다. 많은 사람이 희생자와 가족들의 고통에 가슴 아파하면서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사람들의 슬픔을 틈타 은근슬쩍 내놓은 대책인 ‘테러와의 전쟁’ 참여 강화는 한국인들이 테러를 당할 가능성을 더 높일 것이다.

〈연합뉴스〉의 보도를 보면, 청와대 대책 회의는 이번 사건을 “국제사회의 대테러 노력과 국제공조 노력이 강화되는 계기로 삼기로 했다”고 한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구체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지원이나 핵확산방지구상(PSI) 등과 같은 이슈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한국 정부는 이미 2002년부터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가해 왔다.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했고, 이라크에는 무려 3천 명 이상의 병력을 보냈다. 그러나 그 결과 한국인은 오히려 테러의 위협에 노출됐다. 2003년부터 한국인들이 줄줄이 테러 대상이 됐다. 2003년 이라크에서 오무전기 노동자 2명과 그 이듬해 김선일 씨가, 2007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3명이 희생됐다.

전쟁 개입 강화는 더 많은 한국인 희생자를 낳을 것

왜 정반대의 결과가 발생했는지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테러와의 전쟁’이야 말로 오늘날 가장 극악무도한 테러 행위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동맹 정부들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략해 민간인 1백만 명 이상을 살해했다. 전쟁으로 경제가 파괴되고 수백만 명이 생계를 잃고 난민이 됐다. 이런 만행에 대한 분노를 자양분으로 삼아 원래 테러 조직이 없거나 매우 약하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테러 조직들이 성장할 수 있었다. ‘테러와의 전쟁’은 세상을 안전하게 만들기는커녕, 더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다른 한편, 이명박 정부는 “여행제한지역 표시 문제를 포함해서 여행 경보, 단계 지정 문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것도 대책이 될 수 없는 것이,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테러와 2005년 영국 런던 테러가 보여 주듯이, 아무리 해외여행을 조심스럽게 하더라도 한국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에 참가하는 한 무고한 한국 사람들이 계속 테러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예멘 정부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알카에다가 한국인들을 공격한 것은 순전한 우연이라고 말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설사 예멘 알카에다나 다른 누군가가 한국인들을 표적으로 삼았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다.

최근 이명박 정부는 예멘과 인접한 소말리아에 대형 군함을 보내면서 국내외적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한국과 다른 국가의 군함이 주되게 활동하는 아덴만과 아라비아해는 예멘 인근 해협이다.

예멘 알카에다의 지도자로 알려진 알-와하이시는 지난 2월 음성녹음 메시지를 통해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서방의 비위를 맞추려고 아덴만과 아라비아해에서 영국 프랑스 등 다국적 해군의 군사작전을 허용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

굳이 알카에다가 아니더라도 이 지역 사람들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뿐 아니라 이웃 소말리아를 전쟁으로 쑥대밭으로 만든 열강이 수십 척의 중무장 군함을 보내는 것을 좋아할리 없다. 그들은 1백50년 이상 동안 제국주의 침략과 개입으로 큰 고통을 받아 왔다. 그들은 아덴만에서 해적들이 늘어난 것이 미국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에티오피아를 부추겨 소말리아를 침략한 결과임을 잘 알고 있다.

만약 이번 일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개입을 더 강화한다면 무고한 한국인들의 희생은 더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