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멕시코의 칸쿤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린다. 칸쿤은 세계적인 휴양 도시다. 미국의 상류층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보면 칸쿤은 미국의 부자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곳이다. 칸쿤은 희귀 보석 전시회가 자주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이 곳에서 WTO 각료회의가 다룰 핵심 의제는 ‘농업과 서비스, 공산품 분야의 자유화’다. 강대국식 ‘시장 개방’은 정부 보조금 삭감이나 서비스 질 저하와 동의어다. 농업 부문의 시장이 개방되면 대다수 농민의 삶은 더 악화될 것이다.

주요 강대국이 한국 정부한테 개방을 요구하는 부문은 기업 서비스, 체신, 통신, 건설, 유통, 환경, 금융, 관광, 언론, 에너지 서비스 등등이다.

강대국들의 개방 요구에는 물 사유화 요구도 있다. 상하수도를 개방하라는 것인데, 그리 되면 수자원공사를 사기업화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정수 처리되지 않은 물을 마시며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WTO 5차 각료회의는 교육 부문 개방도 요구한다. WTO는 각국 정부가 공립 교육 기관을 지원하는 것은 ‘자유 무역’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한다.

WTO가 추구하는 무역 자유화는 강대국, 특히 미국계 다국적 기업의 자유다. WTO는 ‘자유무역’ 규칙을 위반하는 국가가 있다면 곧바로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만약 우리 나라의 어떤 법률이 WTO의 규정과 다르다면 우리 나라는 그 법률을 고쳐야 한다.

반면, 개발도상국들이 다른 지역에 수출하는 것을 방해하는 7백50개 조항들 가운데서는 고작 13개만이 사라졌을 뿐이다. 그 결과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의 시장에 더 많이 덤핑 판매할 수 있었다.

WTO는 미국계 다국적 기업의 이윤을 보호하는 기구다. 커피, 바나나, 코코아 같은 농산품 가격은 30년 동안 엄청나게 낮았다. 네슬레, 치키타, 델몬트 같은 거대 기업은 이런 농산품들을 싸게 사 돈을 갈퀴로 긁다시피 했다. 그러나 여전히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을 감당하고 있다. 반면 거대한 농산물 기업들은 개발도상국 등에 국가의 농업 보조금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WTO는 이것을 보장하는 기구다.

WTO는 철저하게 비민주주의적인 기구다. WTO의 옹호자들은 1백42개의 국가가 그런 조항을 바꿀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WTO 내에서 투표는 거의 없다. 투표가 있다 해도 어떤 결정을 뒤집는 것은 오로지 1백42개국이 일제히 반대 투표할 때만 가능하다.

대부분의 결정은 다국적 기업의 강력한 로비가 은밀하게 이뤄지는 “그린 룸”이라는 밀실에서 내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