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11월 첫 앨범
검정치마의 음악에는 70년대 뉴욕 펑크나 90년대 캘리포니아 펑크씬을 환기하는 복고적 색채가 녹아 있으면서도, 더 좁게는 90년대 중후반 이후 홍대에서 발현한 ‘조선펑크’나 ‘모던록 1세대’의 영향도 짙게 배어 있다.
허나 그럼에도 검정치마는 한국 인디씬의 ‘지배적 정서’라 할 수 있는, 말랑말랑하고 나긋나긋하며 소녀적 감수성이 듬뿍 묻어나는 ‘주류 한국 인디’와는 조금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이를테면 대중적이면서도 꽤 ‘개혁적으로 들리는’ 음악색을 불어넣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밴드의 리더 조휴일은 자신의 자유분방한 보컬과 편곡 방식을 잘 활용하고 있고, ‘영어로 쓰고 한국어로 번역했다는’ 노랫말과 그 발성도 새로움을 더한다. 그리고 그 순간, 이 음반은 ‘해외에서 유행하는 인디팝을 충실히 복습한 한국음악’으로 들리기 시작한다.
타이틀곡 “좋아해줘”를 비롯해 “Antifreeze”의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는 좀처럼 한국 인디에서 듣기 힘들던 실루엣을 갖고 있고, 또 다른 인기곡 “강아지”의 파워팝 사운드도 유독 산뜻하게 들린다. 블루스록이 가미된 “Stand Still”이나 슈게이즈 팝넘버 “Tangled” 등의 곡들도 완성도 있게 다가온다. 이렇게 이들의 음악은 ‘감성
검정치마는 한국의 록도 충분히 다양한 스타일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동시에, 예쁘장하고 감수성 짙은 음악만이 아니라 좀더 다채로운 음악들이 환영받을 수 있는 환경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뭐든 경쟁적으로 팔아야만 존속할 수 있는 현재의 자본주의적 문화시스템에선 다양성과 창조성보다 선정성과 상품성이 환영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진지한 음악애호가라면, 다채로운 예술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사회적 변화의 중요성을 고민하고 주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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