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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이명박 정부에게는 위기에 대한 답이 없다

이명박 정부가 마이너스 성장을 막기 위해 물량 공세를 펴려 한다. 29조 원에 이르는 추경 예산은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최후의 경기부양 카드”다(〈중앙일보〉).

그러나 상황이 정부 바람대로 돌아갈 것 같지 않다. IMF는 세계 경제 전망치를 -0.5~-1퍼센트로 잡았다. 대외 의존적인 한국 경제가 활로를 뚫기 그만큼 더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막대한 돈을 투입한다 해서 경제가 살아난다는 보장도 없다. 추경 예산 편성을 통해 마이너스 성장을 피할 수 있을 거라는 정부의 계산에 〈중앙일보〉는 “상황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번 추경 예산을 ‘민생 안정을 위한 일자리 추경 예산’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러나 29조 원 가운데 일자리 창출에 소요되는 예산은 3조 5천억 원밖에 안 된다. 그나마 한시적 저임금 일자리다.

정부가 나서서 양질의 공공기관 일자리를 줄이는 판이다. 635개 상장기업들은 정규직 채용을 지난해에 비해 40퍼센트 줄일 계획이다. 있는 일자리도 줄이면서 ‘저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일자리 대책이다.

이렇게 소비자의 압도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리면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책이야말로 이명박식 ‘황당’ 개그다.

도대체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이 뭘 하는지를 알고나 있을까 싶다. 가령, 반환경적 4대강 정비가 녹색 뉴딜이고, 교육에서 경쟁과 시장 논리를 강조하면서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것이 ‘휴먼 뉴딜’이다.

그래도 뉴딜 정책을 실시했던 로즈벨트는 첫 번째 취임 연설에서 은행가들, 금융업자들, 이윤 추구, 자본주의의 이기주의가 경제 위기를 불렀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MB는 자신을 포함해 부자들의 세금 깎아주기에 여념 없다.

이명박 정부는 보호주의 장벽 세우기에 반대하면서도(한-EU FTA를 적극 추진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노동력 이동에 대한 장벽은 확실하게 세우고 있다. 정부는 올해 취업 목적의 외국인 입국 허용을 지난해보다 66퍼센트 감축했다.

‘어륀쥐’ 정권이 ‘한국의 일자리는 한국인에게’ 같은 민족주의 슬로건을 꺼내든 셈이다. 진보진영과 특히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이 위험한 슬로건을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 노동계급의 이익보다 민족을 앞세우고 노동조합 운동을 분열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위기에 대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사태 장악력을 잃고 있다. 그가 TV 토론을 기피하고 대신 선택한 라디오 연설은 “메시지가 식상해 청취율이 떨어지고 시중의 반응도 별반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경향신문〉)

한편, 사태의 불확실성은 지배계급 내 쟁투를 낳는다. 박연차 스캔들이 이 쟁투의 중심 무대가 돼 있다. 노무현과 그 세력의 제거를 위해 꺼내든 검찰의 ‘사정’ 칼날이 야당 국회의원만이 아니라 이명박 측근과 여당 국회의원들에까지 향하고 있다. 구정권과 신정권이 모두 비리 사슬에 묶여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이 할 수 있는 ‘확실하고’ ‘유일한’ 대응은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 서민에게 떠넘기고 저항을 분쇄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정치적·시민적 권리를 공격하며 권위주의로의 회귀를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고라 ‘여론 조작’에 대한 수사 같은 치졸한 수법도 동원된다.

무엇보다,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사법부는 철도노조가 ‘불법’ 파업을 했다며 7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검찰은 ‘합법’ 파업중인 YTN 노조 노종면 위원장을 구속했다.

이명박 정부의 반동적 공세가 정확히 어떤 결과를 부를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도 그것의 성공을 확신해서라기보다는 그것밖에 달리 도리가 없기 때문에 갈수록 권위주의 통치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설득 없는 강제력은 무한정 지속될 수 없다.

탄압으로만 일관하는 정부에 대한 대중적 반감과 지배자들 자신도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상황은 매우 커다란 투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