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공황과 마르크스주의》(정성진 엮음, 책갈피):
마르크스주의로 세계 경제 위기 설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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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경기부양책이 세계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세계 경제성장의 견인차가 될 수 있을까?” “케인스주의가 1930년대 대공황을 끝내고 전후 호황을 가져왔는가?” “금융자본이 경제 위기의 주된 원인인가?”
현재의 경제 위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고 싶은 이 질문들을 화두로 한 책이 나왔다. 경상대학교에서 마르크스주의 특성화 대학원인 정치경제학과의 학과장을 맡고 있는 정성진, 계간지 《인터내셔널 소셜리즘》의 편집자 크리스 하먼, 제2차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에 대한 탁월한 분석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로버트 브레너 등의 논문과 대담을 담고 있는 《21세기 대공황과 마르크스주의》
많은 사람들은 케인스주의가 1929년 대공황을 끝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크리스 하먼은 이런 믿음이 잘못된 것임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케인스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하락하면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한 경제학자들을 통렬하게 논박했지만, 그 자신의 제안도 대공황을 끝낼 수는 없었다. … 그는 자본가들이 단기적으로 이윤에 타격을 줄 것처럼 보이는 어떠한 정책에도 등을 돌릴 것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1930년대 당시 경제를 회복시키려면 정부 지출이 56퍼센트 늘어나야 하는데, 케인스의 ‘점진주의’와는 다른 이런 정부 지출은 자본 도피, 수입 증대, 경상수지 적자, 금리 폭등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크리스 하먼은 아이켄그린의 말을 인용해 1930년대 대공황을 끝낸 것은 “케인스의 공로라기보다는 히틀러의 공로”라고 지적했다.
1930년대의 상황과 뉴딜정책의 실패, 그리고 결국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대공황이 끝났다는 역사적 사실은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뉴딜정책의 운명을 예상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연준
이번 위기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한 뉴욕 대학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앞으로 주택 8백만 채가 더 압류될 가능성이 있는데, 2009년 1월까지 압류된 주택 건수가 1백만 채에 지나지 않아 이번 위기가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
위기가 더 심각한 수준으로 전개되고 또 미국발 위기가 전 세계를 거쳐 다시 미국에 영향을 미치자 오바마 정부는 시티그룹과 AIG를 국유화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금융 사회주의’라고 하지만 실상은 국가가 경제에 전격 개입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하먼은 1930년대의 대공황과 비교해 오늘날의 위기에는 “정부 지출 비중이 더 커졌고 위기에 대응해 정부와 중앙은행이 재빨리 돈을 풀 태세가 돼 있”기 때문에 “일정선 밑으로 경제가 추락할 수 없게 막아 주는 안전판”
이번 위기에 대처하는 데 중국이 뭔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로버트 브레너의 말을 곱씹어 봐야 한다. 그는 “중국의 위기는 보통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할 것”
정성진은 이번 위기가 “1970년대 이후 이윤율 장기 저하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한 사태”
이번 위기의 발단이 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추적한 장시복의 글도 현 위기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또 현재 위기를 이윤율 저하론의 관점에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벌인 크리스 하먼과 짐 킨케이드의 논쟁도 읽어볼 만하다.
현재의 경제 위기를 분석하는 데서 이 책이 지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이번 위기가 “금융 규제의 미비나 금융자본의 탐욕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체제 자체의 성격에서 비롯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