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전(前) 고려대 출교생 ‘고대녀’ 가 말한다:
“우리를 또 징계하려는 고려대 재단은 MB와 꼭 닮아있어”

저는 일명 '고대녀'로 알려진 고려대 학생 김지윤입니다.

지난 해, 출교철회를 위한 천막농성을 2년 만에 끝내고 학교로 복학한 후 지금까지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이명박 불도저를 멈추기 위해 밤새 촛불을 들고 거리를 누볐고 졸업을 1년 앞두고 학업도 놓치기 싫어 수업도 열심히 들었습니다. 졸업 후에도 거리의 목소리,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어 〈레프트21〉에서 수습기자로 차근차근 기자의 꿈도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3월27일에 열릴 상벌위원회에 출석하라는 통보에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심지어는 이미 졸업한 학생 3명도 출석요구를 받았습니다. 이 학생들은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컴퓨터 교육을 이수하며 새로운 삶을 꾸리고 있습니다. 졸업생들까지 이미 3년 전 벌인 시위를 이유로 상벌위원회를 소집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상벌위원회가 내린 결정은 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상벌위원회는 2006년 4월부터 2008년 3월까지 출교와 퇴학 조치로 학교를 다니지 못한 2년을 무기정학으로 처리하기로 결정하겠다고 합니다. 현재 각 단과대학장과 총장의 승인만을 남겨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출교가 안 되면 퇴학, 그것도 안 되면 무기정학으로 바꿔서라도 끝까지 징계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입니다. 결국 저희에게 내린 징계가 옳았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학교 측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법원이 징계가 과하다고 판결했기 때문에 수위가 한 단계 낮은 무기정학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학교가 한 순간 잘못 내린 징계로 고통을 당했던 2년이란 시간은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나요? 무기정학 결정은 저희를 고통에 몰아넣은 책임을 회피하고 영원히 저희에게 낙인을 찍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저를 비롯한 출교생들은 학교가 날조한 감금일지 때문에 패륜아로 낙인찍히고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2년 동안 계속된 천막 농성으로 몸도 많이 상했습니다. 무엇보다 2년이란 소중한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그래서 법원도 "출교처분을 받은 이래 근 2년 동안 학업을 중단하였고, 그 동안 이에 항의하는 뜻으로 고려대학교 본관 앞에 천막시설을 설치하여 그곳에서 생활해 왔는 바, 그것만으로도 벌써 상당한 처벌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더군다나 법원은 “학생들과 처장단 교수들 사이의 오래된 불신과 학생들을 대등한 대화상대로 여기지 않는 처장단 교수들의 권위적 태도 및 학생들에 대한 관용과 배려의 부족 역시 이 사건 감금행위의 발생 및 유지에 기여한 것으로 보여, 이 사건 감금행위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원고들을 비롯한 학생들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고 인정했습니다. 학교가 제출한 증거들도 부합하지 않거나 불충분하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학교가 내린 징계가 “비교육적”이며 “징계권 남용”이라고 판결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학교가 법을 무시하고 징계를 내리는 것은 학생들의 저항을 억누르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해 촛불 운동 이후 고대에서는 ‘운동권’총학생회가 당선하고 등록금 인하 투쟁이 벌어지는 등 진보적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재단과 일부 교수들은 징계라는 칼날을 휘둘러 이 분위기를 냉각시키고 싶은 듯합니다. 3년 전 처음 출교가 내려졌을 때 바로 그런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학생들은 "우리도 시위 나가면 출교되는 거 아냐?"하며 위축되곤 했습니다.

마치 이명박 정부가 촛불을 탄압하기 위해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민주주의 파괴 속도전을 내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PD수첩〉 제작진과 YTN 노조 위원장을 체포하고 ‘상습시위꾼’을 처벌한다며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과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인 공권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MB어천가를 부르던 재단과 일부 교수들의 비민주적이고 비상식적인 행보는 이명박 정부와 꼭 닮아있습니다.

저희는 고려대학교에서 더 이상 이런 비민주적이고 비상식적인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부당한 징계 결정을 철회시키기 위해 다시 싸울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힘과 용기를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