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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평택 공장 앞에서 열린 금속 노동자 결의대회:
“일할 권리, 국가가 책임져라!”

법정관리 하에 놓여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고된 쌍용차 평택 공장. 고용 불안으로 어두운 표정의 노동자들이 드나들던 공장 정문에서 움츠린 어깨를 펴게 만드는 힘찬 투쟁가가 울려 퍼졌다. 4월 3일 전국 4천여 명의 금속 노동자들이 집결해 “함께 살자! 국민생존 - 총고용보장! 구조조정 분쇄! 전국금속노동자 1차 결의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참가자의 대부분은 쌍용차 노동자들이었다. 위니아만도를 비롯해 구조조정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전국 각지의 금속 노동자들도 참가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노동자들의 참가는 전국의 금속 사업장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구조조정에 맞선 전국적 저항의 필요성을 보여 주는 듯했다.

한상균 쌍용차 지부장은 “신용불량자가 2천여 명에 달하고, 아이들 학원도 끊고 있다. 가족들끼리 오붓하게 삼겹살 먹은 게 언제였냐”며 쌍용차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생생히 전했다. 쌍용차 정규직 노동자들은 올해 2월부터 임금과 상여금 모두 체불 상태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월부터 체불 상황에 놓여있다. 한 지부장은 정부 일각에서 언급하는 ‘고용보장 없는 제3자 매각’에 결사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쌍용차 노동자들은 “호락호락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투쟁 의지를 천명했다.

이금주 대의원의 아내 권지영 씨는 힘을 북돋는 연설로 큰 박수를 받았다. “10∼15년 청춘을 바쳐 열심히 일해 온 노동자들은 해고 위험에 처했는데, 자기 잇속 다 챙기고 앉아있는 경영진이 있다”며 “잘못 없는 노동자들이 잘못 저지른 이들에게 해고당하고 있다”며 “문제를 발생시킨 자들이 책임져라”고 말했다. 권 씨는 런던 G20 시위를 언급하며 “가난한 서민에게 위기의 책임을 떠넘기지 말라는 저항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모든 노동자가 어깨를 건다면 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투쟁 지지를 밝혔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연대 발언도 있었다.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은 “해고가 아니라 국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고 자본도 곳간에 쌓아놓은 돈을 내놓아 고용보장에 나서야한다”며 “국가 권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하게 밀어붙여야한다”하고 주장했다.

투쟁의 중심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정부 재정을 투자해 실업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혁신에는 왕도가 없다”며 “투쟁의 중심으로 우뚝 서기 위해” 5월 1일 노동절과 ‘촛불 1주년’ 국면에서 강력한 투쟁을 만들어 갈 것을 천명했다.

집회가 끝나고 행진을 시작한 노동자들은 “일할 권리, 국가가 책임져라” “정리해고 중단하라” 등의 펼침막을 들고 평택역까지 5킬로미터를 행진했다.

이날 집회와 행진은 금속 노동자들의 분노와 막강한 힘을 느낄 수 있는 집회였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날 오전 국제모터쇼 일산 킨텍스 행사장 앞에서 비정규직 대량해고에 항의하던 ‘금속비정규투쟁본부’ 노동자 40여 명이 연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쌍용차 비정규직지회 간부 6명도 함께 연행됐다. 더구나 쌍용차 비정규직지회는 지금 35명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집회에서 이런 상황에 대한 분명한 언급과 연대 주장들이 배치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쉽다. 이처럼 비정규직에 대한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이어질 정규직에 대한 공격도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울 수 있다.

4월 9일 회계법인 삼정KPMG는 대규모 구조조정안을 포함한 쌍용차 회생 1차 자구계획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대의원들이 제기하고 있는 노조의 자체적인 자구안 제출은 구조조정을 축소시키기는커녕 더 큰 희생 강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4월 6일 개최되는 쌍용차지부의 ‘긴급임시대의원대회’는 비정규직까지 포함해 “총고용 쟁취를 위한 투쟁 결의”를 다지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