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담 전에 <동아일보>는 정부가 자이툰 부대 방식으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그무렵 오바마는 주둔 병력 증강을 골자로 하는 아프가니스탄 전략을 발표했고, 외교부 장관 유명환은 아프가니스탄 재건 국제회의에 참석했다. G20정상회담에서 오바마는 이명박에게 아프가니스탄 지원 요청을 했다. 한국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은 6월로 예정돼 있는 이명박의 방미 선물이 될 개연성이 크다. 그 대가로 이명박은 오바마로부터 한미FTA 비준을 얻어내려 할지도 모른다. 아프가니스탄의 현 상항을 살펴보고 한국군 파병을 반대해야 하는 까닭을 알아본다.

아프가니스탄 파병은 한국인을 테러의 표적으로 만들 것

이명박 정부가 정확히 어떤 형태로 아프가니스탄 점령을 지원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일단 이명박은 ‘테러와의 전쟁’의 연장에 지나지 않는 오바마의 아프가니스탄 신전략이 완전히 정당하다고 인정한다. 정상회담장에서 이명박은 예멘 테러를 예로 들면서 “테러는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점령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의료봉사단, 직업훈련 요원들이 가서 활동하고 있고 경찰 훈련 인력과 장비가 출발할 예정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앞으로 파키스탄 문제는 협의해 나가자”고 말하며 파키스탄에서 ‘테러와의 전쟁’ 지원 문제도 논의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놓은 것이다.

이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발언이다. 그 열흘 전에 알카에다 아라비아가 예멘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죽인 주된 이유 중 하나로 한국 정부의 ‘테러와의 전쟁’ 지원을 들었다.

아프가니스탄인과 파키스탄인들이 ‘테러와의 전쟁’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테러리스트가 부산에 숨었다고 부산을 폭격해 희생자가 발생한다면 그것을 용납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테러리스트가 생겨난 것 자체가 미국의 책임인데 말이다.

〈동아일보〉 보도처럼 이명박 정부가 군대 파병을 준비하고 있다면 더 큰일이다. 3월 27일치 〈동아일보〉는 익명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명박 정부가 공병 1천 명 파병을 준비하고 있다는 매우 구체적인 계획을 보도했다.

재건 지원? 전쟁의 일부일 뿐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든 이명박은 ‘테러 박멸’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민간 지원으로 가장한 경찰 교관 파견이든 공병 파병이든 아프가니스탄 점령 지원은 본질적으로 군사작전의 일부이며 아프가니스탄 저항 세력에게 당연히 점령 세력의 일부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현재 바그람에서 활동하는 지역재건팀(PRT)을 보자. 일부 언론은 군사지원이 아니라 PRT지원이면 별 문제 없는 것처럼 주장해 왔다. 그러나 PRT에 속한 민간인들은 기본적으로 보안을 위해 점령군의 보호에 의존해야 한다. 2004년 당시 미 국무장관 콜린 파월은 PRT에 소속된 민간인들을 “우리 전투병력의 중요한 일부”라고 불렀다. 예컨대 미군은 종종 저항세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인도주의 물자를 배급했다. 당시 ‘노르웨이난민위원회’ 일원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인도주의 사업에 참가한 코너 폴리는 “2004년 이후 모든 인도주의적 사업이 대(對)게릴라전의 일부가 됐다”고 회고했다.

더구나, 한국 PRT의 근거지인 바그람 기지는 아프가니스탄판 관타나모 수용소로 악명이 높은 곳이다. 미군은 이 공군기지를 감옥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2002년에 수감자 2명이 고문으로 사망하면서 바그람의 악명이 외부에 알려지기도 했다. 2007년 적십자 보고서는 바그람 수감자들이 매우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고 고발했다. 지난 4년 동안 바그람 수감자 수는 4배나 늘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패배가 한반도 평화에 이롭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도 미국의 점령을 지원해선 안 된다. 부시가 이른바 ‘악의 축’인 이라크·이란·북한 3개국 중 이란과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군사적으로 공격하지 못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패배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바마는 ‘악의 축’이란 단어를 더는 사용하지 않지만 대북 압박은 중단하지 않는다. 오바마가 북한을 군사 공격하지 않는 것은 일단 아프가니스탄에서 승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세계 경제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면서 무력 충돌을 통해 경제 위기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유혹이 강해지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그루지야 전쟁이 보여 준 것처럼 강대국 간의 충돌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가 최근 보인 러시아에 대한 유화적 제스처는 일단은 아프가니스탄에 집중하기 위한 시간벌기용일 뿐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것은 중동과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전쟁의 성패가 미국 제국주의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 주는 사례다. 미국이 이곳에서 승리한다면 중국과 러시아와 경쟁에서 훨씬 호전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고 이것은 한반도·동유럽의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미국이 이곳에서 패배한다면 반전 운동은 훨씬 유리한 고지에서 제국주의 체제에 맞선 투쟁을 벌일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제국주의의 승리를 지원하는 이명박의 재파병을 막는 투쟁이 중요한 이유다.

아프가니스탄 ─ 미국의 식민지

미국과 이명박 정부가 뭐라고 말하건 아프가니스탄은 미국의 식민지다. 2001년 부시는 9·11 테러의 책임을 물어 아프가니스탄을 침략했다. 결국 미국은 9·11 테러에 책임이 없는 무고한 아프가니스탄인을 3만 명 이상 죽이고 난민 1백50만 명을 발생시켰다. 당연히 저항이 일어났고 점령군은 무자비하게 대응했다. 2008년에는 개전 이후 가장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카르자이는 형식상 선거를 통해 뽑혔지만 미국의 총독이다. 그는 미군 경호원 없이는 수도 바깥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어 ‘카불 시장’이 라 불려 왔다. 최근 이 꼭두각시가 탈레반과 정치적 타협을 요구하는 등 자기 목소리를 내려고 하자 미국 정부는 대통령과 동등한 권리를 가진 요직을 신설하려 했다. 이 요직의 인사는 지방 재정 통제권을 가진 제2의 총독으로,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상관없이 직접 점령군의 명령을 받을 것이다. 이것은 민주 정부가 아니라 식민정부다.

현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끔찍하게 부패했고 억압적이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건설 사업을 조사한 회계사는 케밥(터키식 샌드위치) 1인분이 1천 달러(약 1백35만 원)로 계산된 것을 발견했다! 지방 정부 관리들은 가난한 소농의 토지를 빼앗고 있다.

최근에는 반여성적 법안 제정 시도가 쟁점이 됐다. 카르자이의 이 법안은 실제로 끔찍하다. 오바마는 이 법안에 분노를 표했지만 미군 점령 이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처지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이라크의 친미 정부는 비슷한 법안을 이미 오래 전에 통과시켰지만 별다른 항의를 받지 않았다. 이번에 큰 쟁점이 된 것은 카르자이가 제국주의 정상 눈 밖에 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정부의 새로운 아프가니스탄 전략은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내용을 보면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목표를 알카에다와 알카에다와 연관된 탈레반 소탕으로 한정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편으로, 전쟁에서 패배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그 대안으로 전쟁의 축소가 아니라 오히려 ‘확대’를 내놓았다. 알카에다 소탕을 위해서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 지역에 폭격을 강화하고, 테러세력이 파키스탄에 뿌리내리는 것을 막아 파키스탄의 핵무기를 손에 넣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가 파키스탄 공격을 정당화하는 근거는 베트남 전쟁 말기 캄보디아 폭격을 정당화한 것과 소름 끼칠 정도로 닮았다. 당시 미국 정부는 위기에 빠진 베트남 전쟁에서 어떻게든 승리할 최후 수단으로 캄보디아와 라오스 폭격을 시작했다. 남베트남에서 게릴라들이 패배하지 않는 것은 미군 점령의 현실 때문이 아니라 게릴라들이 캄보디아를 재충전 근거지로 삼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폭격 결과 캄보디아 상황이 극단적으로 불안정해지며 수백만 명이 죽었다.

불안정해지는 파키스탄

지금도 미국이 ‘안정’을 말하며 개입을 강화할수록 파키스탄은 불안정해지고 있다. 물론 파키스탄이 캄보디아는 아니다.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인구 1억 7천만 명의 핵무장 국가다. 알카에다나 탈레반이 이 국가를 당장 전복시킬 수 있다는 미국 정부와 일부 언론의 주장은 황당하다.

그러나 파키스탄 사회에 존재하는 뿌리 깊은 지역 갈등, 사회적 불평등과 미군 점령이 낳은 이웃 아프가니스탄의 불안정이 결합되면서 파키스탄이 매우 불안정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미군의 접경지 폭격에서 발생한 사상자 다수가 무고한 파키스탄 민간인들이고 무인 폭격기가 파키스탄 정부 동의 아래 파키스탄 공군 기지에서 발진했다는 소식이 폭로되면서 접경 지역에서 탈레반 동조자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파키스탄 탈레반은 미군의 무인 정찰기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파키스탄에서 폭탄 테러를 저질렀다.

최대 5천 명을 추가 파병하기로 한 유럽 나토 회원국들도 파키스탄 확전에 연루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워 한다. 오바마는 그들을 파키스탄 작전에도 끌어들이고 싶어한다. 4월 17일 파키스탄 지원국 회의는 이를 위한 사전 포석이다.

중요한 점은 동맹국들이 직접 파키스탄 군사작전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그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원회의에서 논의할 지원금은 파키스탄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에 계속 참가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제공될 것이기 때문이다. IMF에 손을 벌려야 할 정도로 다급한 파키스탄 정부에게 이것은 피하기 힘든 압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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