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세종호텔노조가 사측의 구조조정 시도를 막아냈다. 사측은 2월 말에 일방 해고한 계약직 2명을 복직시켰고, 일방적 인원감축 계획을 철회했다.

세종호텔은 지난해부터 핵심 수익사업인 외식업이 차례로 입찰에서 탈락하고 이 부문 파견 직원들이 복귀하면서, 잉여 인력 문제가 불거졌다. 그래서 사측은 올 2월부터 인력감축 협상을 노조에 요구했다.

또, 단협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 계약직 2명을 되레 해고했다. 당연히 지급해야 할 연장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일도 벌어졌다. 노조가 2월에 위원장 선거를 마치고, 집행부 인선 등 체제 정비를 채 마치기도 전에 기습을 감행한 것이다.

집행부는 즉각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투쟁을 결의하고 비상대책위를 구성했다. 투쟁 경험이 일천한 노조지만, 구조조정 시도는 초기부터 막아야 한다는 의지로 주말 간부 교육, 호텔 내 대자보 부착, 비상임간부까지 참가한 점심 선전전, 경영진 항의 방문 등 투쟁 수위를 높여 나갔다. 조합원들의 호응도 높았다.

노조는 외식 부문 적자는 엔고로 일본인 숙박객이 증가하면서 상쇄되고 있다고 ‘위기론’을 반박했다. 무엇보다 경영진이 책임져야 할 부분을 노동자가 떠맡을 수 없다고 못박고, 해고된 계약직의 정규직 복직, 연장수당 지급 등을 먼저 해결하지 않으면 일체의 대화 없이 투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지난 3월 말, 사측은 노조 요구를 모두 수용했다.

투쟁 과정에서 논란이 된 것도 있다. 사측이 인력 감축 대상으로 지목한 직원 중 일부가 현 집행부에 대한 우파적 반대파였던 것이다. 대체로, 세종호텔의 소유주인 세종대재단에서 비리로 쫓겨난 전 이사장을 추종하는 세력이다. 민주파 조합원들은 이들에게 박해를 받은 경험이 있다. 하지만 집행부는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노동조건을 지키기 위해 단결하는 기구라는 점을 이해했기에 일부 간부들을 설득해 투쟁에 나섰다.

구조조정이란 명목으로 경영진 내 다툼에 조합원이 희생당하는 것을 묵인하면, 오히려 노동조합의 단결력이 약해질 것이다. 조합원들은 노조로 단결하면 고용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기 힘들 것이다. 당장 해고 계약직들 연장수당을 못받은 직원들은 이들과 아무 관련이 없는데 희생양이 될 뻔했다.

집행부는 이 투쟁을 예선전이라 부르며, 본격적 구조조정 시도에 대비한 조합원 교육과 조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단결해 투쟁하는 것이야말로 노조 조직을 강화하는 길이라는 점을 세종호텔의 작은 승리가 보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