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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해고와 노동조건 악화에 맞선 투쟁에서 :
왜 점거 파업이 중요한가

대우버스 노동자들이 대량해고에 맞서 점거파업을 벌이고 있다. OB맥주 노동자들은 고용·단협·노조 승계를 요구하며 점거 파업을 벌였다.

이 노동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점거 파업은 최상의 파업 전술 중 하나다. 점거 파업은, “사전에 알리거나 파업을 하겠다고 경고하지도 않고 파업을 시작한 후, 기계나 일관작업대[조립 라인] 옆에 앉아 파업으로 마비된 공장 안에 그대로 머물러 버리는 것이다. 비록 단순했지만, 파업이 갖는 특성과 힘을 모두 갖춘 방법이었다. 공장 안에서 연좌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하고 눈과 비와 추위와 더위를 피해 몸을 보호할 수 있고, 파업을 깨뜨리려는 경찰과 자경단원[구사대]의 공격으로부터도 역시 안전했다. 노동자들은 기계 앞에 자리를 잡았고, 그들이 기계 앞에 있는 한 어떤 파업 파괴자도 파업 대열을 깨뜨릴 수 없었다. 공장은 요새나 마찬가지였다. 노동자들이 공격을 당하면 자신들의 기계가 다치지 않을까 하는 고용주들의 두려움 때문에 공장은 비교적 지키기도 쉬웠다.”(리차드 O 보이어·하버트 M 모레이스, 《알려지지 않은 미국 노동운동 이야기》, 책갈피, 324쪽.)

1936년 미국 역사상 최초의 점거 파업의 경험과 교훈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점거 파업은 직장 이탈 파업보다 여러모로 이점이 많다.

파업 노동자들이 기계들을 감시하기 때문에 파업 파괴자들을 이용한 공장 가동을 막을 수 있다. 또, 사측이 공장 안에 있는 노동자들을 공장을 에워싸고 있는 피켓 라인 밖으로 내쫓기가 매우 어렵다.

점거 파업은 노동자들의 사기를 끌어올린다. 그들은 공장 안에 있기 때문에 파업 파괴자들이 기계를 가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안다. 그들은 실로 자기 일자리들을 지키고 있고 이것은 높은 수준의 연대와 전투성으로 이어진다.

이런 공장 점거는 더 많은 노동조합원들의 참가를 끌어낸다. 그것은 투쟁의 열정을 고무한다. 일반으로 그 쟁의를 더 널리 알릴 수 있고 점거를 통해 유용한 경영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다.

점거 파업은 파업의 민주적 성격을 강화한다. 파업 노동자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즉시 언제든지 모여 대중 집회를 열어 문제를 토의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공장 밖에 있는 노조 상층 지도자들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파업의 종결을 결정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점거 파업은 피켓 라인을 유지하는 데도 더 낫다. 파업에서 피켓 라인은 사용자를 겨냥한 것이기도 하지만(사용자의 대체 인력 투입 저지), 무엇보다 사장들의 주장에 영향을 받고 일하려고 하는 노동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자동차를 만들고 열차를 운전하는 것은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점거 파업에서는 강력한 투쟁을 하고 싶어 하는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노동자들을 설득·제압·견인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점거 파업은 연대 행동을 건설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점거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값비싼 공장 시설, 장비, 완제품 들을 파업 노동자들이 통제할 경우 사용자들은 작업장 폐쇄 조처를 단행할 것이다. 대우버스 사측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또, 공장 점거는 막대한 회사 자산, 거대한 조립 라인, 미완제품을 직접 위협하기 때문에 사장들은 경찰력 투입 같은 폭력을 통한 파업 파괴에 점점 더 의지하게 된다.

따라서 점거 파업은 재정 지원과 연대 같은 방식으로 다른 노동자들을 이 쟁의에 끌어들여야 한다. 상급 연맹과 다른 노동자들의 연대를 무시한다면 점거 파업은 고립될 것이고 결국 패배할 것이다.

타이밍이 결정적

한편, 점거 파업은 타이밍이 결정적이다. 최대한 빨리 준비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맞서 싸우는 상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기업들은 공장 점거 대책 메뉴얼을 갖고 있다. 경영진은 노동자들의 계획을 미리 파악해 두고, 서류·기록물 등에 대한 보안을 점검해 둘 것이며, 노조원들에 대한 감시에 들어갈 것이다.

따라서 쌍용차노조는 6월에 있을 해고 통보 시점을 기다릴 게 아니라 지금부터 점거 파업에 돌입해야 한다. 그래야 노동자들의 사기를 높은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다. 위니아만도 노조는 해고 대상자들에게 해고 통보가 있은 후에 점거 파업에 돌입했다. 그때는 이미 해고된 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노동자 사이에 균열이 생겨난 뒤였다.

물론 많은 조합원들이 점거 파업에 회의적일 수 있다. 그들은 합법성과 전통적 인습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법적으로도 사장의 의사를 거슬러 작업장 점거를 할 경우 ‘무단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 노동자들이 법원의 퇴거 명령에 불응하고, 점거 파업의 경제적·정치적 파급 효과가 커지면 사용자는 조만간 파업 노동자들을 공장 밖으로 내쫓을 궁리를 한다. 이때 경찰력이 투입된다.

그러나 점거가 강력할수록 더 많은 노동자들이 참가할 것이고 더 많은 연대를 건설할 수 있다. 파업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더 많이 가질수록 사용자가 법률과 경찰력을 이용하기가 어렵게 될 것이다. 1998년 현대차 노동자들의 점거 파업이 워낙 강력하다 보니, 전국에서 울산으로 이동 배치된 수만 명의 경찰조차 결국 공장 진입을 포기했다.

물론 점거 파업의 이점은 어디까지나 잠재적인 것이다. 보통의 파업과 마찬가지로 점거 파업도 잘 조직되지 않으면 무관심, 지루함, 파업에 대한 지지 약화라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이 체제가 엄청난 불합리성과 비정함을 보여 주고 있는 마당에 노동자들이 일자리와 노동조건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강력한 무기를 사용하기를 주저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