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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민주화 투쟁:
붉은 셔츠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다

타이 군대가 방콕의 민주화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 타이 역사에서 군대는 민주화 시위대를 향해 네 번 발포했다. 매번 발포의 목적은 똑같았다. 지난 70년 동안 타이를 통치해 온 보수 엘리트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최근 타이 상황을 보면, 현재 혼란이 단지 티셔츠 색깔과 지지 정당이 다른, 실제로는 거울 이미지처럼 서로 닮은 두 세력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 위기는 2005년 말부터 타이에서 빈민과 엘리트 간 계급투쟁이 격화한 결과다. 물론 이것은 순수한 형태의 계급투쟁은 아니다. 타이 좌파의 공백 때문에 탁신 시나왓 같은 부유한 포퓰리스트 정치인이 빈민의 지도자 구실을 할 수 있었다. 타이 유권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도시와 농촌의 빈민이 ‘붉은 셔츠’를 구성하고 있다. 그들은 민주적으로 정부를 선출할 권리를 되찾고 싶어 한다.

그들은 원래 탁신이 이끈 ‘타이 락 타이’ 정부의 수동적 지지자들이었다. 지금 그들은 스스로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것을 실현하려는 새로운 시민 운동을 건설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그동안 당연시돼 온 군 장성과 왕실의 ‘조용한 독재’의 종식을 뜻한다.

‘조용한 독재’에서 군 장성, 왕의 보좌관, 보수적 엘리트 들은 초헌법적 존재로 군림해 왔다. 그들은 국왕모독죄 등의 수단을 사용해 저항세력을 억눌렀다. 그들은 2006년부터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고, 연거푸 탁신 정당에 해산 명령을 내리고, ‘노란 셔츠’ 폭도들의 거리 난동을 지원했다.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민주당’ 정부도 군부의 힘으로 집권할 수 있었다.

4월 9일 방콕 시내를 점거한 후 환호하는 붉은 셔츠 시위대 △사진 출처 flickr.com

붉은 셔츠가 탁신을 지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탁신 정부는 최초의 국민의료 제도를 포함해 많은 현대적 빈민 구제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붉은 셔츠는 탁신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탁신과 붉은 셔츠의 관계는 변증법적이다. 탁신은 붉은 셔츠의 투쟁을 고무하고 자신감을 심어 줬다. 그러나 붉은 셔츠는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탄생한 조직들로 구성돼 있고, 그 중 일부는 국왕에 ‘충성’하라고 요구하는 탁신의 지도가 진보적이지 않다고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지난 며칠 간 붉은 셔츠의 행동에서 자발적 측면마저 나타났고, 붉은 셔츠의 탁신계 정치인들은 이를 따라잡기에 급급했다.

또, 붉은 셔츠 운동의 공화주의적 성격이 강화하고 있다. 나를 포함해 많은 좌파 지향적 타이인은 탁신 지지자가 아니다. 우리는 탁신의 인권 유린 정책에 반대했다. 그러나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붉은 셔츠 운동과 함께하면서 그 안에서 좌파 경향을 구성하려 한다.

노란 셔츠는 유권자의 투표권 제약하려 해

노란 셔츠는 보수적 왕당파 집단이다. 심지어 그중 일부는 파시스트적 특징을 보인다. 노란 셔츠의 ‘경호원’들은 화기(火器)를 사용한다. 그들은 2006년에 군부 쿠데타를 지지했고, 지난해 정부 청사를 약탈하고 국제 공항을 봉쇄했다. 군부가 그들의 뒤를 봐 주고 있다. 군대는 노란 셔츠에 발포한 적이 없다. 영국 사립고등학교와 옥스퍼드를 졸업한 민주당 총리도 노란 셔츠를 가만 놔 뒀고, 노란 셔츠 출신을 장관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노란 셔츠의 목적은 유권자들의 투표권을 제약해 보수적 엘리트들이 ‘옛날 옛적 방식으로’ 타이를 지배할 수 있게끔 하려는 것이다. 시민권 향상에 위협을 느낀 노란 셔츠는 “신질서” 독재를 대안으로 내세우는데, 이 체제에서 사람들은 투표권을 갖지만 국회의원과 공직 대부분은 선거와 상관없이 임명될 것이다. 타이 주류 언론, 대다수 중간계급 학자, 심지어 NGO 지도자들도 이것을 지지한다.

지난 몇 년 동안 타이 NGO들은 노란 셔츠를 옹호하면서 노란 셔츠와 정부의 민주주의 공격에는 침묵해 왔다. NGO들은 원래 의도는 좋았지만 정치의 부재로 혼란을 겪으면서 점점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타이 ‘왕실’을 말할 때 왕과 그 주변 사람들을 구분해야 한다. 타이 왕의 권력은 언제나 미약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왕실의 권위는 독재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된다. 이른바 ‘안정세력’으로 꼽히는 왕실은 사실 엘리트들의 이익을 안정시키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 굴지의 부자인 왕은 부의 재분배에 반대한다. 왕비는 놀라우리만치 반동적이다. 그러나 타이 엘리트의 실세는 언제나 군부와 고위 관료들이었다.

현재 타이의 소요 사태를 이해하고 평가하려면, 역사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또, 단순한 기물 파손과 사람을 해치는 행위를 구별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노란 셔츠와 군부야말로 진짜 폭도다.

타이의 역사를 보면 왜 붉은 셔츠에 참가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들은 군부의 군홧발을 참아야 했고, 거듭 민주적 권리를 박탈당했고, 주류 언론과 학계의 멸시를 받았다.

붉은 셔츠가 계속 저항한다면 군대 안에서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 지난 4년 동안 타이 시민들은 매우 정치화했다. 빈민 가정 출신인 사병들은 붉은 셔츠를 지지한다.

지금 판돈이 매우 크다.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할 봉합은 오래지 않아 깨질 가능성이 크다. 엘리트들은 붉은 셔츠가 공공연한 공화주의 운동으로 발전하지 못하도록 탁신과 타협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슨 일이 일어나건, 타이는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 붉은 셔츠는 군부와 왕실의 정치 개입에 신물난 수많은 타이인들을 대변하고 있다. 그들은 최소한 비정치적인 입헌군주정의 도입을 바란다. 이번 투쟁에서 붉은 셔츠가 계속 왼쪽으로 움직이기를 바란다.

번역 김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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