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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자본주의:
② 자본주의가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칼 마르크스는 오늘날 ‘경기순환’이라 불리는 현상을 최초로 설명한 사람 중 하나다. 경기순환은 자본주의의 본래적 경향으로 호황과 불황이 단기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마르크스는 그런 경기순환들의 반복을 관통하는 장기적 경향들을 지적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이윤율 하락 경향”이었다. 마르크스는 자본가들이 얻을 수 있는 총이윤은 그들이 착취하는 노동자들의 숫자와 착취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자본가가 경쟁 자본가보다 노동자한테서 더 많은 이윤을 뽑아내려면 기계와 원재료 축적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만약 이윤의 양이 정해진 상황에서 투자량이 증가한다면, 투자에 대한 수익, 즉 “이윤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만약 이윤율이 50퍼센트라면, 자본가들은 2년 뒤 기업 규모를 두 배로 늘릴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윤율이 10퍼센트로 줄면, 10년이 걸릴 것이다. 따라서 이윤율 저하는 자본주의 성장에 제한을 가한다.

이윤율 회복에는 두 가지 주요한 경로가 있다. 하나는 노동자 착취율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 노동자들이 체제가 생산한 상품의 일정량을 소비해 줘야 한다.

이윤율 회복의 또 다른 경로는 위기 그 자체다. 예컨대, 만약 기계가 팔리지 않는다면 자본가들은 그 기계를 원래 가치보다 훨씬 싼값에 살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어떤 기업이 파산하면 경쟁 자본가들이 그 기업을 헐값에 사들일 것이고, 그들의 이윤율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현 문제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문제

만약 경제 위기로 체제 전반에서 자본 파괴가 일어나고 실업률이 급등해 노동자 조직이 약해진다면, 살아남은 자본가들은 큰 이득을 볼 것이다.

1890년대~1920년대 동안 이윤율이 40퍼센트나 하락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위기가 즉각 발생하지는 않았다. 대신 생산적 투자가 줄었고 임금도 줄었다.

이 때문에 체제의 잠재적 생산능력과 자본가와 노동자의 낮은 수요 사이에서 격차가 생겼다.

비생산적 지출의 증가가 이 격차를 메웠다. 예컨대,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리고 부자들의 사치품 소비가 늘었고, 금융 팽창으로 개인 부채가 증가했다.

1920년대 말 이 거품이 붕괴해 감춰진 문제가 드러났을 때 각 나라들의 초기 대책은 별 효과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미국에서 ‘뉴딜’은 경제를 잠시 되살렸지만 1937년에 성장률이 다시 주저앉았다.

결국 제2차세계대전을 벌이기 위한 국가 주도의 구조조정과 전쟁이 초래한 파괴로 체제의 이윤율이 회복됐다.

전쟁 후에도, 주요 나라에서 정부의 경제 개입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1950년대~1960년대는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긴 호황기였다.

엄청난 자원을 무기 생산과 다른 ‘낭비’ 부문에 쏟아 부은 덕분에 생산적 투자의 속도가 줄어들었다. 이윤율은 떨어졌지만 다른 때보다 천천히 떨어졌다.

1970년대 들어 심각한 경제 위기가 다시 나타났다. 그러나 1970년대와 1980년대의 불황은 1930년대 수준에 도달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자본주의의 또 다른 장기 경향을 봐야 한다. 자본주의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즉 기업들이 이윤을 재투자하고 경쟁 기업을 사들이면서 개별 기업의 규모도 커진다.

1980년대 초반에 국가들은 이제 너무 비대해진 대기업들의 파산을 부담스러워 하게 됐다. 대기업이 파산하면 경기 후퇴가 장기 불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들은 이를 막으려고, 가령 대기업을 구제하는 식으로 개입했다.

그러나 파산을 막았지만 이윤율은 상대적으로 계속 낮은 수준이었다. 자본가와 정부 들은 생산 외의 부문에 대한 투자를 장려했다. 그들은 특히 금융 같은 투기적 부문에 돈을 쏟아 부었다.

이것은 세 가지 효과를 낳았다. 먼저, 신용 확장으로 노동자, 특히 미국과 영국의 노동자가 제한적 임금상승에도 소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둘째, 생산적 투자로 향했을 이윤들이 투기 부문으로 흘러나간 덕분에 이윤율 하락 경향이 더 지연됐다.

셋째, 금융 확장으로 특정 시장, 즉 1990년대에는 ‘닷컴’ 기업들의 주식시장, 최근에는 부동산·1차상품·파생상품 시장에서 거품이 형성됐고, 그에 따라 기업이 보유한 자산가치가 상승하면서 이윤율도 상승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지금 이 환상은 깨졌다.

현재 문제는 단순한 ‘신용 경색’이나 ‘은행 위기’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동안 금융의 성장 등으로 잠시 연기됐을 뿐인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다.

내년, 혹은 내후년까지 불황이 지속되리란 법은 없다. 지배계급은 어쩌면 또 다른 거품을 만들거나 체제가 앞으로 몇년 동안 그럭저럭 움직일 수 있는 수요를 창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시도가 실패해 위기가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번역 김용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