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석 영화칼럼: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위한 변명
〈노동자 연대〉 구독
인도 뭄바이 슬럼가의 청년 자말의 인생역전을 다룬 영화
그런데 이렇게 성공이 두툼하고 가파른 만큼 영화를 의심하는 의견들도 꽤 있다. 예컨대 영국인 감독 대니 보일이 인도 빈민가의 현실을 제대로 담았겠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 속 리얼리티와 이를 다루는 감독의 시선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통속적이고 장르 영화적인 이야기 전개 때문에 영화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이들도 있다. 영화의 소재인 빈곤이 볼거리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우선 첫 번째 문제, 그러니까 뭄바이의 현실 재현 문제는 인도에 가본 적도 없는 내가 확신 있게 뭐라 얘기하기는 어렵겠다. 다만 소설 원작자가 인도인이라는 점, 그리고 인도의 영화 비평가들 다수가 이 영화를 상당히 호평했다는
그렇다면 두 번째 문제, 즉 이 영화의 진정성 문제는 과연 어떻게 봐야할까.
긴장과 모순
이와 관련해 먼저 염두에 둘 것은, 이 영화는 소재와 만듦새 사이에 긴장과 충돌이 있다는 점이다. 소재로 다뤄지는 빈민가 현실은 관객들의 보수성에 도전한다. 하지만 영화의 만듦새인 장르 영화적 속성은 관객들의 보수적, 관습적 기대감을 배반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진취적인 동시에 보수적이다.
이런 모순은 감독 대니 보일에게 늘 있어왔다. 그는 줄곧 사회적 소재를 기반으로 장르 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영화 속 현실과 등장인물들을 대하는 대니 보일의 시선과 거리감의 균형이 디킨즈처럼 꽤나 적절하고 완성도가 높다는 점이다. 영화는 어린 자말의 작은 키만큼이나 시선을 낮춰 현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서구인의 값싼 동정도 없고, 지식인의 쓸데없는 관념적 비관도 없다. 가끔 이미지와 사운드가 과시적일 때도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깨뜨릴 정도는 아니다.
영화연출이란 결국 스크린 위 피사체를 누구의 입장에서 어떤 눈높이로 얼마만큼 거리감을 유지하며 묘사하느냐가 핵심이다. 그리고 이 점이 바로 영화적 진정성이다. 그렇기에 연출의 균형감이 매우 단단한
그래도 이 영화의 장르 영화적 달콤함이 끝내 못마땅한 하드코어 관객들에게는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