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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회생 방안 민주노총 토론회에 다녀와서:
누구를 위한 쌍용차 회생이 돼야 하는가

4월 23일 민주노총 정책실과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주관으로 ‘쌍용자동차 회생 방안은 무엇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민주노총이 토론자로 초청한 민주당과 한나라당, 지식경제부와 한국자동차협회 등 자본가 대표들은 불참했다. 사실 노동자 대량해고에 동의하고 있는 이들을 초청한 것이 부적절했다.

발제자인 정명기 한남대 교수는 정부와 사측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노동자 대량해고만 감행하는 것을 비판했다. 그는 재원 마련을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인원감축, 복지·임금 축소만 추진하는 정부를 “철학도 전략도 부재”하다며 옳게 비판했다.

그러나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써 쌍용차와 GM대우를 합쳐 SUV와 디젤엔진, 소형차를 생산하는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경제를 살린다는 원칙과 자동차 산업 발전의 관점으로 쌍용차를 바라봐야 하고, 긴급자금을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명기 교수의 이런 ‘철학과 전략’이 과연 노동자를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정명기 교수는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주장하다보니 구조조정에 일관되게 반대하지 않는다. 쌍용차 구조조정은 필요하지만, 대주주의 책임 있는 행동과 회생 전략이 없는 게 문제라는 식이다. 그가 연금 삭감과 대량해고 등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오바마의 GM 해법을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의 긍정적 사례로 언급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물론 쌍용차와 GM대우가 모두 부도 위기에 놓인다면, 정부가 나서 이들 기업을 국유화하고 하나의 기업으로 통합할 수 있다. 그러나 경쟁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과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국유화된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

쌍용차와 GM대우를 합치는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대규모 구조조정도 문제지만, 하나의 기업으로 통합해도 세계적 차원의 과잉 생산 속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노동자들의 희생을 계속 강요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대차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과정은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정규직의 노동강도가 강화되는 과정이었다. 따라서 GM, 도요타, 쌍용차, 현대 등 자동차 회사의 노동자들을 서로 경쟁하게 만드는 방안은 노동자들의 대안이 될 수 없다.

회사 살리기인가 노동자 살리기인가

노동자들의 고용을 일관되게 보장하고 노동자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려면 경쟁력의 논리에 도전해야 한다. 그 점에서 토론자였던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공동대표가 쌍용차 회생 방안의 핵심을 “자본주의 시장 경쟁에서 생존 가능한 방안”이라고 강조한 것은 유감이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공적자금이 고용을 보장하는 데 우선 쓰여야 한다며 ‘공적자금 특별법’ 개정안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정희 의원이 법원 판결이 중요하기 때문에 판사의 마음을 얻으려면 노동자 입장만 강조하지 말라고 조언한 것은 아쉬웠다. 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으로 여론을 움직여야 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편, 토론자였던 금속노조 공계진 정책연구원장은 2천6백46명 해고는 “극악한 노동자 죽이기”라고 분명히 비판했다. 하지만, 그는 “노동자와 회사를 함께 살려야 한다”며 정리해고는 반대하지만 임금과 복지를 양보해서 회사 살리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가 4월 7일 제시한 부적절한 양보안을 적극 환영하면서 오히려 더 일찍 양보했어야 한다고 했다. 또, 신차 개발을 위한 긴급자금 1천억 원을 노조가 “체불임금 등을 통한 출자”로 지급하겠다는 확실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폭 임금 삭감을 통한 5+5 근무 방안을 대안인 것처럼 주장한 것도 유감스러웠다. 공계진 연구원장은 이런 노동조합의 양보를 통해서 “자본과 정권의 노동자 죽이기를 상당 부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쌍용만의 국유화, 사회화, 공기업화는 자동차 산업 재편의 견지에서 볼 때 자동차 완성사의 한축을 형성하기도 어렵고, 국민적 설득력이 약하”다고 했다. 그러나, 국유화는 자동차 산업의 관점이 아니라 노동자 고용 보장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4월 22일 2천 명이 모인 쌍용차 평택 공장 앞 문화제에서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도 “정부가 쌍용차를 국유화해 고용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이미 많은 주요 국가에서 국유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국유화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질 이유도 없다.

국유화를 통한 고용 보장과 점거 파업

다른 토론자였던 사회진보연대 한지원 노동위원은 올바르게 자본주의적 산업 발전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를 핵심으로 제기했다. 또, “건설자본과 부자들을 위한 예산을 노동자와 장기적 산업 재편을 위한 재정으로 바꾸어내기 위해 투쟁하자”고 주장했다.

다만 한지원 노동위원은 “파산 기업의 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우선 고용 대책” 등 고용 승계에 관한 특별법을 제기했는데, 이는 쌍용차 국유화와 대립되지 않을 것이며 국유화를 통한 고용 보장이 파산 후 다른 일자리로 흡수되는 것보다 훨씬 바람직한 대안이다.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이종탁 부소장은 국유화를 반대하며 사회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종탁 부소장이 제시한 친환경 자동차 생산과 자율 노동체제 도입 등은 매우 긍정적 발상이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낳는 엄청난 낭비와 비효율, 파괴적 공황과 환경 파괴를 막을 유일한 대안은 세계적 차원에서 노동자가 생산을 통제하며 민주적 계획에 바탕한 생산 체제를 수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근본적 사회 변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노동자들이 주식 출자 등을 통해 ‘소유와 경영에 참여’한다고 “사람 중심의 경영”이 가능하지는 않다. 시장 경쟁 때문에 노동자들이 자기 임금을 깎고, 노동조건 악화와 노동강도 강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모순에 처할 수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민주노총 정책실과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이 쌍용차에서 대량해고를 저지하기 위한 분명한 대안과 점거 파업과 연대 투쟁을 통해 승리하기 위한 전술 등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정말 유감스럽다. 앞으로는 이런 잘못이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지도부는 이날 쌍용자동차 회생 방안 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앞으로 ‘경제 회생과 제조업 발전 및 쌍용자동차의 바람직한 정상화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가칭)’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자동차 산업과 국내 제조업의 발전을 모색하는 방향이 아니라 대량해고를 저지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파업과 실질적인 연대 투쟁을 건설하는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