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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반전 연대체 건설이 준비되고 있다

지난 4월 28일‘ 한국의 반전평화연대운동 평가와 향후 전망 모색 워크숍’이 열렸다. 한국진보연대, 다함께, 경계를넘어, 민주노총, 보건의료단체연합, 민주노동당 등 18개 단체에서 공동 발의해 열린 이 워크숍에 참가한 단체들은 향후 반전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기 위해 새로운 반전 연대체를 꾸리기로 했다.

그래서 5월 21일, 제 시민사회노동정당 단체들이 모여 ‘새로운 반전 연대체 결성을 위한 연석회의(가칭, 이하 연석회의)’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번 워크숍은 지난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 규탄 항의 행동에서 주도력을 발휘한 단체들과 지금은 해소됐지만 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을 이끌어 온 단체들이 그동안의 성과를 모아 향후 반전 운동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의 산물이었다.

나는 새로운 반전 연대체에서 다룰 핵심 의제로 세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강대국의 패권을 위한 전쟁과 점령 반대, 둘째, 한국 정부(이명박 정부)의 전쟁·점령 지원 반대, 셋째, 한반도 평화다. 함께 발제한 정대연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의제

그렇다면 왜 이 세 의제인가?

첫째, 오바마 정부 들어서도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점령이 계속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전선이 파키스탄으로 확대되고 있다. 2008년 러시아-그루지야 전쟁이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략이 보여 주듯 다른 열강도 군사력으로 위기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거 대공황에서 세계대전으로 발전한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듯 이런 경향은 경제 위기가 심각할수록 강해질 것이다.

둘째, 한국 정부의 전쟁 지원 논란은 이미 시작됐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파병 정책을 추진해 왔고, 이명박 정부도 판돈이 점점 커지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실질적 지원”을 약속해 파병 가능성이 존재한다.

마지막 의제인 한반도 평화의 경우, 당장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가 도래할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대북압박이 지속되고 있고, 만약 미국이 중동과 이른바 ‘아프팍’ 전선에서 승리한다면 중국 등 미국의 경쟁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한반도는 더 위험해질 수 있다.

이 의제들에 기초해 연대체를 건설하자는 주장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박정은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연대의 당위성에는 찬성하지만 포괄적 의제 ─ 그는“ 펑퍼짐한 반대”란 표현을 사용했다 ─ 를 가진 연대체의 건설이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이 “이라크 점령 종식, 아프가니스탄 파병 반대, 이스라엘의 팔레스탄 공격 외의 쟁점에서 공통의 입장을 내기 불가능”하고,“ 합의되는 문제만 가지고 연대체를 운영하면 의제보다 조직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의제들, 예컨대 한반도 평화 문제에서는 “PSI 참가 반대만 포함할 것이냐 아니면 MD나 NPT 등 다른 문제도 포함할 것이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올초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 침략 반대 활동의 예를 들면서, 굳이 연대체 없이도 단일 쟁점으로 모이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수진‘ 경계를 넘어’ 활동가는 이렇게 반박했다.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에만 한정하면, 파병 중심성 때문에 중요한 반전 쟁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이라크 파병반대국민행동’의 한계를 그대로 반복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반전 쟁점이 제기될 때마다 매번 별도의 조직을 구성하려고 처음부터 논의를 하는 것을 반복할 수는 없다.”

나는 박정은 실장이 최소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합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을 다룰 수 있는 조직은 이미 단일 쟁점 조직이 아니라 반전운동에 관한 포괄적인 연대체일 거라고 말했다. 또, 팔레스타인 연대 단체들 간담회에서 확인했듯이, 이미 반전 운동 내에서 포괄적 연대체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존재함을 지적했다. 다만, 세 가지 의제는 아직 제안일 뿐이고, 구체적 내용은 토론을 통해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대연 집행위원장은 “충분하게 토론하고 의견을 수렴해서 공동의 의제를 만들어야”하며,“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공동 실천의 지평을 넓혀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소통과 연대를 인내심 있게 추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운영 방식

의제 외에 연대체 구성 방식에 대해서도 토론이 있었다. 염창근 평화바닥 활동가는 “반전·평화·운동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존재하므로, 당장은“ 단일화”보다는“ 소통할 수 있는 기반과 다양한 기제들”을 마련하자고 주장했다.

나와 정대연 집행위원장은 일단 폭넓은 연대를 건설하기 위해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필요한 시기에 집중 실천을 할 수 있는 연대체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대연 집행위원장이 구상하는 새로운 반전연대체는 대표자회의와 운영위원회 등 상설적 의사결정 기구를 갖추지 않는 방식으로 보인다.

이것은 느슨한 연대체를 표방한다는 점 때문인 듯하다. 분명, 상이한 정치를 가진 단체들이 특정 사안에서 공동 대응하기 위해 협력하는 연대체에서 느슨한 운영은 필수적이다. 그렇다 해도 연대체 활동 본연의 목적인 대중 행동을 결정하고 조직하기 위한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는 필요하다.

새로운 반전 연대체의 의제와 운영 방식에서 아직 토론할 부분이 남아 있지만, 이날 워크숍은 연대체의 필요성을 공감했을뿐 아니라 연대체를 향한 실질적 발걸음을 시작했다는 측면에서 중요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외협력국장의 주장처럼“ 연대체 속에서 서로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역할 분담을 할 수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기여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