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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이명박 정부의 극악한 탄압 이면에 있는 것

이명박 정권이 촛불 1년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4월 30일부터 5월 2일 사이에 2백21명을 연행했다. 검찰·경찰·노동부 등 억압적인 국가 기관이 이 폭력 진압을 진두 지휘했다.

5월 2일에는 아예 집회를 원천봉쇄했다. 원천봉쇄는 5공 말기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대규모 시위가 불붙기 시작하면서 경찰이 채택한 전술이었다. 대중 집회를 두려워한다는 의미다. 지배자들이 얼마나 촛불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반증한다.

이명박 정부가 노골적으로 폭력에 의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위기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 위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또다시 거리로 나올까 봐 벌벌 떨고 있다. 그래서 이 정부는 동의보다는 강제에 점점 더 의지하고 있다.

외교부 장관 유명환은 국회 상임위 회의장에서 “이거[국회 논의] 기본적으로 없애버려야 해” 하고 말했다. 의회민주주의라는 “부드러운 장갑”이 거추장스럽다는 것이다.

그 개인의 돌출 언사가 아니다. 1930년대 대불황 이래 자본주의가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국가는 “부드러운 장갑”을 벗어던지고 더 자주 “철권”을 사용할 것이다.

이런 “철권” 행사가 사람들을 위축시켜 일시적으로 행동에 나서지 못하게 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경제 위기에서 비롯하는 대중의 고통과 불만과 분노마저 없애지는 못한다.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후보가 당선하고 4·29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완패한 것은 대중의 분노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음을 뜻한다.

지금 경제 위기 때문에 지배계급은 당황하고 있고 그래서 무력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상식”에 의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 한편 부자들은 돈방석에 앉아 있는가? 왜 국가는 평범한 사람들보다 부자들의 재산 증식에 더 관심을 갖는가?

그동안 자본주의의 지배자들은 자본주의만이 최상의 사회 운영 방식이며, 혼돈이나 전체주의 말고는 자본주의의 대안이 없다고 설교해 왔다. 그리고 사람들은 체제에 불만이 있지만 지배자들의 대안 부재 설교를 어느 정도 수용했기 때문에 체제에 근본적으로 도전하지 않았다. 그 결과 지배계급은 동의에 의한 지배를 천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제 위기 때문에 사람들이 “상식”, 즉 지배계급의 사상에 의심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제 대중은 신자유주의 붕괴 이후를 주목한다. 자본주의에 대한 일방적 찬양은 사라지고 새로운 대안이 백가쟁명으로 등장한다.”(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시사저널〉 84호.)

국방부가 ‘불온’ 도서로 선정한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저자이자 강력한 신자유주의 비판자인 장하준 교수의 강연에는 5백여 명이 몰려들었다. 반신자유주의적 주장만이 아니라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김수행 교수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애초 대학원생 수업 교재였던 김수행 교수가 쓴 《자본론의 현대적 해석》은 한 달에 10권 안팎으로 팔리던 것이 올해 들어 매달 2백여 권이 팔리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체제 유지 사상이 도전받는 이때,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좌파는 이탈리아의 마르크스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가 “진지전”이라고 불렀던 것을 수행해야 한다. 즉, 이명박 정부의 탄압에 맞선 항의 운동 등 진보적 투쟁에 참가하는 동시에 우리가 살고 있는 체제의 본질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이들과 함께 토론하며 체제의 진정한 본질을 들춰내고 변혁적 대안을 제시하는 사상의 전투를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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