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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6일, ‘고 박종태 열사 투쟁 승리 및 5.18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민중대회’:
2만여 명이 모여 파업과 연대투쟁을 결의하다

ⓒ이미진

5월 16일 대전 정부청사 공원에서 열린 ‘고 박종태 열사 투쟁 승리 및 5.18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민중대회’에는 전국에서 노동자, 학생, 촛불시민 2만여 명이 모여 분노와 투지를 보여 줬다. 민주노총의 주요 노조들뿐 아니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국회의원과 당원들, 주요 사회단체들이 모두 집결했다.

특히, 화물연대는 생존권 박탈에 화물연대 와해 탄압까지 벌이는 정부와 사장에 맞서 파업을 결정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본대회 전에 열린 화물연대 조합원 총회였다. 전국에서 집결한 화물연대 조합원 6천여 명은 만장일치로 파업을 결정했다. 조합원들은 “파업 결정은 당연한 것”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총회 시작 후 5분 만에 파업을 의결했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결정되는 순간이다 ⓒ이미진
김달식 화물연대 투쟁본부장 ⓒ이윤선
화물연대 파업의 요구 사항은 △해고자 원직 복직 △열사 명예회복 △운송료 삭감 중단 △노동기본권 보장 △노조탄압 중단 △화물연대 사수 등이다. ⓒ이미진

화물연대 파업의 요구 사항은 △해고자 원직 복직 △열사 명예회복 △운송료 삭감 중단 △노동기본권 보장 △노조탄압 중단 △화물연대 사수 등이다.

화물연대 김달식 본부장은 총회 직후 기자들에게 “정부와 사장들이 화물연대를 전혀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화에는 대화로 응하겠지만, 탄압에는 저항과 투쟁으로 대응할 것이다. 고속도로 봉쇄, 서울 봉쇄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승리하는 싸움으로 만들겠다”며, 이를 위해 “운수노조, 건설노조 등에 연대파업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가 내리는 등 악천후에서도 집회가 끝날 때까지 참가자들은 계속 불어났다. 일찍 도착한 참가자들은 화물연대 총회를 지켜보다 파업이 결정되자 박수와 환호로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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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 열사의 부인 하수진 씨가 “박종태열사는 두 아이의 아버지보다 여러분의 동지로 남기를 원했다”며 화물연대의 투쟁을 호소하는 발언을 하고있다 ⓒ이미진
“종태를 살려내라” ⓒ이윤선

이런 연대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본 대회 대회사에서 “민주노총의 6월 말 총파업 일정을 앞당기려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주 총파업 찬반투표를 거친 건설노조의 백석근 위원장은 오는 27일에 “파업 조합원 2만 5천 명이 상경해 광화문에서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열사의 부인인 하수진 씨는 “검찰이 매일 찾아와 부검해야 한다고 협박하고 시신을 냉동시키지 못하게 막고 있어 고인은 점점 썩어가고 있다”며 “남편은 여러분의 동지로 남기를 선택했다” “남편이 지핀 불씨를 여러분들이 활활 타오르게 해 달라. 총파업을 하고 승리해 달라. 그 길만이 우리 가족과 여러분들이 살 수 있는 길”이라고 투쟁을 호소했다.

파업

거리행진은 이날 집회 참가자들의 고조된 투지와 분노를 보여 줬다. 박종태 열사의 시신이 안치된 대전중앙병원으로 향하는 행진을 구경하던 인근 주민들이 “이렇게 큰 행진은 첨 본다”고 놀랄 정도였다. 한 주민도 “현 정권 아래서 오죽 먹고살기가 어려웠으면 저렇게 격렬한 시위를 벌이겠느냐”고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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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가 고조된 행진 대열은 경찰의 물대포와 전투경찰의 곤봉에 물러서지 않고 열사의 한이 서린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까지 행진을 강행했다. 행진의 선봉에 서려 앞으로 나가던 화물연대 한 조합원은 “오늘은 반드시 대한통운에 가야 한다. 열사의 한이 내 한이다. 저놈들이 화물연대 자체를 깨려고 한다. 조합원 모두의 생존권이 걸린 투쟁이다”며 투지를 다졌다.

곤봉과 방패를 휘두르고 물대포를 쏘며 행진을 막으려던 폭력 경찰의 시도에도 저지선을 밀어내며 힘찬 행진을 강행했다. 기세에 눌린 경찰은 현장에서 ‘대한통운 앞까지 행진과 마무리 집회 뒤 해산’을 수용했다. 이명박 정부의 집회 원천봉쇄로 뒤덮였던 최근 상황에서 실로 통쾌한 일이었다.

선제 탄압

대한통운 대전지사 마당을 가득 채우며 물러서 있던 경찰은 노동자들이 행진을 모두 마치고 뒤로 돌아 흩어지던 순간 뒤통수를 치듯 야비한 보복 진압을 시작했다.

경찰은 미친듯이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며 아무 방어수단도 없는 참가자들을 짓밟았다. 토끼몰이식 폭력 진압 속에 수많은 참가자들이 피를 흘리며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식당에서 밥 먹던 노동자들이 단체로 연행되고, 톨게이트에서 금호타이어노조의 귀향버스가 버스째 연행됐다. 전투경찰은 노동조합 방송차량들을 박살냈고, 심지어 버스 유리창을 깨고 들어와 참가자들을 연행했다. 연행자들에게 분풀이를 하듯 발길질과 주먹질을 해댔고, 인도를 걸어가던 일반 시민까지 화풀이식 마구잡이 연행에 끌려갔다. 노동자 수십 명이 쪼그리고 앉아 양손을 머리에 얹고 연행되는 모습도 목격됐다.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있다 ⓒ이미진
집회 참가자가 사지가 들린 채 연행당하고있다 ⓒ이미진
부상당한 참가자가 병원에 입원했다 ⓒ사진제공 민중의소리

특히, 화물연대 파업을 겨냥한 듯 비옷과 노조 투쟁조끼를 입은 사람들을 표적 연행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참가자들은 인도로 몰렸다가 끝내 인근 아파트 단지와 논두렁까지 쫓겨야 했다.

심지어 경찰은 부상자 치료는커녕 부상자를 포함한 연행자들에게 물 한 모금 주지 않고 비 맞은 옷을 입은 채 맨바닥에서 자도록 했다.

연행 과정을 목격한 대전 시민들은 “경찰이 미친 것 같다”, “도망가는 사람들을 밟고 때리고 끌고 갔다”고 증언했다. 결국 모두 4백57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대전경찰청은 18일 민주노총 주최의 모든 집회를 불허하고, 민주노총 화물연대 등 집회 주최측 지도부에 대한 대규모 검거령을 예고했다.

이 야비한 탄압은 명백히 16일 집회에서 결정된 화물연대 파업과 연대 파업 계획에 대한 사전 공세다.

민주노총은 1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16일 탄압을 “ ‘민주주의와 노동기본권, 인권에 대한 정권의 도발’로 규정하고, 그에 걸맞는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고, 시민사회단체들에게 항의 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공식적으로 화물연대의 현안이 해결되지 않으면, 민주노총 파업 일정을 앞당기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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