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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 가부장제’기사를 읽고

〈레프트21〉 5호 기사 ‘‘운동권 가부장제’ 논의에 대한 맑스주의적 견해’의 분석과 대안에 동의한다. 특히 여성 해방을 위한 여성과 남성의 공동의 노력을 역설한 것에 적극 공감한다.

나는 기사 중 가사노동에 대해 세밀한 언급을 하나 하려 한다. 기자는 여성의 가사노동이 남성의 ‘이익’은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많은 여성들이 대체로 남성들보다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남성들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다고만 표현하는 것은 여성이 처한 현실로부터 거리감이 느껴진다. 명절 때만 봐도 분명한 상황을 알 수 있다. 십중팔구 맞벌이 부부 사이에서도 여성들이 더 많은 시간을 가사에 투여해야 할 것이다. 이 사회가 강조하는 모범적인 여성상은 직장에 다니면서도 가사까지 잘 챙기는 ‘아내이자 어머니’다. 이 때문에 남성이 가정 안에서 다소간의 편익을 얻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현 사회에서 남성이 얻는 편익이라는 것이 전체 남성들의 전체 여성에 맞선 협잡의 결과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작동하기 위해 확립돼야만 하는 노동력 재생산 구조의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다음 날 혹은 다음 세대의 노동력이 재생산돼야만 유지될 수 있다. 이 비용과 노력을 개별 가정에 떠넘기기 위해 시공을 초월한 고유한 ‘여성의 구실’이 있다고 강조한다. 이른바 ‘아내이자 어머니’로서 말이다. 따라서 여성 가사노동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진정한 수혜자이자 원인은 남성이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현 자본주의 체제의 가정에서 ‘남성의 이익’에 관한 페미니즘의 주장은 여성과 남성 사이의 현상만을 편협하게 해석하는 것이다. ‘남성의 이익’이라는 것은 고작 다음 날 혹은 다음 세대에 자본에 바쳐질 노동력을 남성이 상대적으로 약간 편하게 재생산하는 과정일 뿐이다.

게다가 임금 삭감, 비정규직화, 해고 등으로 노동력의 재생산 과정이 갈수록 참담해지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그나마의 편익마저도 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이 현재의 고통스런 가사노동으로부터 진정으로 해방되려면 남성 노동자들과 어깨 걸고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에 저항해야만 가능한 것이지, 전체 남성에게 대항한다고 성취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