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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표 칼럼:
식상한 MB정권의 호박에 줄긋기 코미디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지 않는다. 이것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그저 상식일 뿐이다. 그러나 권력자들과 자본가들은 끊임없이 호박에 줄을 그어 수박이라고 우기는 중세의 연금술 같은 속임수 홍보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권력자들의 호박에 줄 긋기 연금술은 날것 그대로의 유치함이 드러난다. 12·12 군사쿠데타와 광주민중학살로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정권은 ‘정의사회구현’을 국가통치 이념으로 내세웠다. 1980년부터 1987년까지 무려 7년 동안이나 ‘정의사회구현’이라는 뻔뻔스럽고 위선적인 구호가 전국의 관공서에 붙어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조고라는 내시가 진시황의 큰 아들 부소를 죽이고서 만만한 호해를 후계자로 내세운 다음에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 황제 앞에 사슴을 가져다 놓고선 “말을 바치겠다”고 한 ‘위록지마(爲鹿指馬)’의 옛 이야기와 판박이로 똑같았다. 결국 전두환은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으로 내란과 반란 죄목으로 사형을 선고받았고, 수천억 원 비자금을 조성했던 5공 비리가 드러나 2천2백5억 원의 천문학적인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훗날 전두환은 전 재산이 29만 1천 원이라는 발언으로 민주화운동과 노동해방운동으로 ‘정의사회구현’을 위해 꿋꿋하게 살아온 민중을 다시 한 번 웃겨주시는 팬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코미디 같은 이러한 이야기들이 서슬 퍼런 전두환 군사정권 아래서는 엄혹한 현실이었다.

거대기업과 자본가들의 호박에 줄 긋기 연금술은 좀더 정교하게 진실을 은폐한다. 몬산토와 신젠타 등 거대기업들은 유전자조작식품(GMO) 반대운동이 대중적으로 일어나자 ‘생명공학(Biotechnology)’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서 그럴듯하게 포장해 홍보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양계업계는 조류독감이라는 용어 때문에 닭 값과 달걀 값이 떨어졌다고 하여 언론과 정부에 ‘조류 인플루엔자(AI)’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도록 요구했다. 돼지독감이라는 용어 때문에 돼지고기 값이 떨어졌다는 양돈업계의 주장에 정부와 관변 전문가들은 앞 다투어 ‘돼지 인플루엔자(SI)’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나, 그것도 모자라 아예 돼지라는 글자를 쏙 빼고 ‘신종 인플루엔자’라는 낯설고 생소한 용어를 고안해 냈다. 스미스필드, 카길, 타이슨푸드 등 다국적 거대 양돈기업의 이해가 그대로 반영된 이 용어는 그야말로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를 걸어준 셈이다.

한편 온몸으로 살기가 느껴지는 MB정권의 공안 통치 아래에서 또다시 호박에 줄을 그어 수박이라고 이름을 바꾸는 진부하고 유치하고 식상한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다.

살기와 코미디

첫 번째 코미디는 한반도 대운하사업이 어느새 4대강 정비 사업으로 둔갑해 삽질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해 두 번이나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한반도 대운하 포기 선언을 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녹색성장을 추진하겠다는 위선적인 구호 속에 슬그머니 4대강 정비 사업을 끼워 넣었다.

두 번째 코미디는 영리병원을 투자개방형 병원으로 이름을 바꾸어 의료민영화를 밀어 붙이는 것이다. 의료민영화의 미래는 멕시코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왜 유독 멕시코에서만 돼지독감 사망자가 대량 발생했을까? 멕시코는 이미 미국, 일본, EU 등 세계 43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극도의 시장자유화가 진행됨에 따라 공공의료체계가 붕괴된 상태다. 멕시코의 상위 4퍼센트에 드는 부유층은 ING나 GNP와 같은 고급의 사설 의료보험서비스를 받고 있다. 인구의 46퍼센트 가량을 차지하는 노동자, 공무원, 멕시코석유공사 직원 등은 질이 낮은 사회보장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약 50퍼센트의 가난한 일반 국민은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은 연방 혹은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국립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자신의 돈으로 약품을 구입해야 한다. 하루에 몇 달러도 벌기 힘들어 끼니를 굶어야 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1백 달러짜리 돼지독감 치료제를 구입하기란 사막에서 우물 찾기보다 힘든 일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멕시코 정부는 부자들을 위한 영리병원 설립과 외화벌이를 위한 의료관광 활성화 정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 번째 코미디는 교육 민영화, 교육 영리화를 교육서비스 선진화로 이름을 바꾸어 공교육을 이용해 돈벌이가 가능하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과실송금을 허용함으로써 외국 사학들이 국내에서 학교 운영을 통해 얻은 이익을 외국 투자자들에게 보낼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려고 한다.

네 번째 코미디는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노동유연성 문제를 개혁하지 못한다면 국가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거짓말로 진실을 호도하여 비정규직법과 최저임금법, 그리고 근로기준법을 개악하려는 것이다. 2MB 정부는 일자리 감소의 원인을 비정규직법 때문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나 고용정보원 등의 분석을 보면, 일자리 감소는 경기침체의 영향이 가장 크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 더 연장하고, 파견업무를 확대하여 기업가들이 노동자들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 국가경쟁력이 향상된다는 것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검증된 바 없는 허무맹랑한 거짓말일 뿐이다. 고령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줄이고, 수습노동자의 최저임금 감액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고, 사용자에게 무한한 해고의 자유를 주는 것은 “자본가 천당! 노동자 지옥!”을 만드는 신자유주의 종말교 교리에 불과하다.

서비스산업 선진화, 농어업 선진화, 공기업 선진화, 방송 선진화 등 MB정권의 호박에 줄 긋기 코미디는 얼핏 보면 트랜스포머처럼 변신에 능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선진화’라는 단어 하나로 계속 우려먹는 주파수가 고장 난 라디오일 뿐이다.

삽질경제를 녹색성장으로 우기는 MB씨가 “대통령 퇴임 후에 녹색환경운동이 꿈”이라며 최근 29만 1천 원짜리 큰 웃음을 하나 던져 주었다. 그런데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하고 상식적인 꿈은 MB씨가 엉뚱한 데서 괜한 삽질을 하기보다 그저 명박도에서 열심히 호박에 줄 긋는 연습이나 하며 지냈으면 하는 것이라는 것을 혹시 알고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