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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투쟁:
노무현을 물러서게 만들다

어설픈 “중재안” 따위에 의존하지 않고 단호한 투쟁을 벌여 온 부안 주민들이 마침내 정부가 백기를 들도록 만들었다.

부 안 주민대책위는 12월 2일 시민단체 중재안을 수용한 정부의 대화 재개 요구를 거부했다. 결국 12월 10일 산업자원부 장관 윤진식은 기자회견에서 부안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내년까지 다른 지역에서 추가로 유치 신청을 받고 그 때까지 핵폐기장 건설을 위한 조치들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장이 독단으로 유치 신청을 할 수 있게 한 조항도 폐지해 유치 신청은 반드시 주민투표를 거치도록 했다.

전북도민 전체투표를 하겠다던 국무총리 고건도 하룻만에 부안 주민투표를 하겠다고 물러섰다.

여전히 부안의 주민투표 시기를 내년 총선 이후로 미루고 있기는 하지만, “법과 질서” 운운하며 기세 등등하던 노무현 정부가 사실상 꼬리를 내렸다.

부안 군수 김종규의 똘마니에 불과한 자들이 주축이 된 “부안군지역발전협의회”는 유치 찬성 첫 홍보 활동을 벌이러 읍내에 나간 지 15분 만에 주민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고 줄행랑을 쳤다.

부안 주민들은 5개월 만의 승리에 기뻐하면서도 정부가 또다시 말을 바꾸지 않을까 옳게 경계하고 있다.

부안 대책위 고영조 대변인은 “주민들의 줄기찬 투쟁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환영하면서도 “정부의 후속 조치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부안 핵폐기장 유치 신청을 합법화하기 위한 정부의 수순 밟기 아니냐”며 의심을 지우지 못했다.

1990 년 안면도 핵폐기장 건설 반대 투쟁은 5일 만에 승리해 정부의 결정을 일단 유보시켰지만, 정부가 건설 계획을 완전히 폐기하도록 만드는 데는 그로부터 3년 6개월이나 걸렸다. 부안 주민들의 핵폐기장 철회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부안 주민들은 핵폐기장의 위험을 국민적으로 알렸을 뿐 아니라,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도 보여 줬다.

핵폐기물 - 치명적 쓰레기

노무현 정부는 한반도가 핵폐기장 건설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선전했다. 심지어 플루토늄을 “먹어도 될 정도로 안전”한 물질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핵폐기장의 안전성은 완전히 신뢰를 잃었다.

대만의 란위섬에서는 1980년 핵폐기장 건설 이후 20년 동안 인구 3천 명 가운데 50명이 넘는 기형아가 생겨나고 초등학교 1학년 10명 중 2명 꼴로 정신지체가 생겼다.

일 본 아오모리현의 로카쇼무라 핵연단지에서 지난 1994년 산니쿠­하루카 지진으로 핵폐기물을 운반하는 부두와 도로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2월에도 재처리 공장에 균열이 생겨 방사성 물질이 새어나오는 사고가 일어났다. 일본 정부는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발표했지만, 조사 결과 저장 시설 전체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드러났다.

영 국 셀라필드의 드릭 핵폐기장은 1992년에 건설됐다. 그 후 몇 년 간 셀라필드 지역의 소아암 발병율은 영국 평균의 10배가 넘었고 32명의 아이들이 백혈병으로 죽었다. 반대 운동을 벌인 주민들은 5년 만인 1997년에 전국 규모의 핵폐기장 건설 계획을 완전히 백지화하는 데 성공했다.

에너지대안센터 대표 이필렬 교수는 핵에너지보다 훨씬 현실적인 대안이 있다고 말한다.

“ 재생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는…이미 실용 가능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2002년 독일에서 풍력 발전이 공급한 전력은 전체 전력의 거의 5퍼센트에 달한다. … 태양열이나 태양전지 등으로 남한에 해마다 비치는 햇빛의 2퍼센트만 이용하면 우리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얻을 수 있[고] … 서해에 조력 발전시설을 설치해도 원자력발전소 두 개에 해당하는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태양열, 풍력 등 재생 가능 에너지 잠재량 중 현재 이용 가능한 자원만으로도 국내 에너지 수요의 60퍼센트까지 공급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환경 파괴의 위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윤과 핵보유에 혈안이 돼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경쟁과 뗄 수 없는 군사 경쟁은 남한 지배자들이 핵보유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못하게 한다.

또한 그들은 엄청난 폐기물 처리 비용과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 폐쇄 비용을 외면함으로써 핵발전을 “값싼” 에너지원으로 둔갑시키려 하고 있다. 그런 자들에게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는 이윤을 좀먹는 비효율적인 낭비로 여겨질 뿐이다.

결국 부안 주민들은 이런 체제의 핵심 논리와 맞서 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