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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제재 중단해야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해 핵 강대국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지구상의 핵무기 3만 개를 나눠 갖고 있는 핵 강대국들, 특히 미국의 위선이 역겹다.

북한이 이번에 실험한 것과 비슷한 위력의 핵무기를 미국은 60여 년 전에 히로시마(15킬로톤)와 나가사키(22킬로톤) 시민들의 머리 위에 투하했다. 얼마 뒤에는 한반도에 핵무기를 배치했고, 지금도 미국 핵무기는 한반도 주변 어딘가에서 평양을 겨냥하고 있다.

오바마는 지난 4월 프라하 연설에서 핵무기 감축에 대해 얘기해 기대를 모았다. 그래서 오바마의 북한 핵실험 비난은 미국의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위선이 아니라 일관된 의지로 보일 지경이다.

그러나 그의 주된 관심은 비핵 국가의 핵 확산 방지이지 핵 보유국의 핵 폐기가 아니다. 미국의 일방적 핵 감축은 고려 대상도 아니다. 특히 이 프라하 연설에서는 이스라엘 문제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아 변함없는 이중 잣대를 보여 줬다.

2차 북한 핵실험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위협은 말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제재가 2차 핵실험이라는 역효과를 냈다는 게 명백한데도, 2차 핵실험에 대한 미국의 대응도 제재와 압박으로 흐르고 있다.

심지어 미국은 독자 제재도 검토중이다. 오바마 정부는 2차 북한 핵실험에 대해 군사적 응징을 할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 주한미군을 아프가니스탄으로 데려가도 부족할 판이다 ― 그에 버금가는 효과를 내는 방안들을 고민하는 듯하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제재 수위는 북한만 고려해 결정될 수도 없다. 2차 북한 핵실험 직후 〈월스트리트저널〉과 이스라엘 당국은 이란에도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강경한 행동을 요구했다.

현재 오바마 정부가 고려하는 독자 제재 방안은 하나같이 과거에 북미관계를 심각한 대결로 몰고갔던 것들이다. 예를 들어 금융 제재가 그렇다. 부시가 BDA(방코델타아시아)를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해 북한 자금 2천5백만 달러를 동결했을 때 북한은 몇 달 간의 실랑이 끝에 2006년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까지 강행했다.

테러지원국 재지정 얘기도 나오는데, 이것은 부시 시절에 유일하게 완화된 제재를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부시의 대표적 일방주의 정책인 PSI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에 이르면, 오바마의 ‘부시화’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이런 기류에 편승하고 2차 북한 핵실험을 이용해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바라온 PSI 참가 결정을 강행했다. 북한은 선박을 수색당하면 군사 보복을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최근 10년 새 두 차례나 해상 교전을 벌인 남북한에게 3차 해상 교전은 결코 희박한 가능성이 아니다.

만약 미국이 지금 공언하고 있는 제재가 실행된다면 북한은 ICBM 실험은 물론 소형 핵탄두 제조, 핵 재처리 시설 복구, 흑연 감속로 공사 재개 등을 진척시켜 핵 능력을 더 강화하려 할 것이다.

얽히고설키며 커지는 판돈

미국과 일본 그리고 남한 정부는 모두 북한 핵실험을 비난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군사적 또는 국내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 한다.

일본 정부가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수 없다”고 과잉 반응하며 북한 핵실험을 일본 재무장의 기회로 활용한다는 점은 너무 잘 알려진 일이다.

최근 오바마 정부는 북한 핵실험을 동아시아 MD(미사일방어체제) 구축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하려는 구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국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는 외교적 해결이 실패하면 “MD 강화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앞서 언급된 프라하 연설에서도 “이란의 위협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MD를 계속 추진해 갈 것”이라며 이란을 이용해 논란에 휘말려 있는 유럽 MD를 정당화한 바 있다.

로버트 게이츠의 MD 언급에 때맞춰 미국은 괌 기지에 이어 오키나와 기지에도 F22랩터 전투기 12대를 추가 배치해 지역 긴장을 증대시키고 있다. F22랩터 전투기는 30분 내에 영변 핵시설에 도달할 수 있고, 1시간 내에 북한 전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최근에 전 국방장관 윌리엄 페리는 고압적인 일련의 행동은 결국 군사적 충돌로 치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1994년 한반도 긴장이 북한 핵시설 폭격 일보 직전까지 치닫게 했던 장본인으로서 그는 동북아지역에서 얽히고설켜 조금씩 커져가는 판돈의 위험을 감지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일본·남한 정부의 대북 제재와 북한 핵실험을 빌미로 한 군사력 강화 계획에 반대하는 광범한 저항운동 건설만이 한반도와 그 주변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길이다. 오바마의 방식으로는 결코 한반도에 희망을 줄 수 없다. 그 정반대가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