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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무죄 판결:
촛불 참가자는 처벌하고 이건희의 비리는 눈감아 준 사법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삼성’공화국임이 다시금 드러났다.

5월 29일 대법원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과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회장에게 1·2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삼성의 경영권 편법 승계를 인정해 준 것이다. 촛불시위 참가자 처벌을 위해서는 부당한 외압도 서슴지 않던 신영철이 포함된 대법원이 삼성의 불법은 눈감아 준 것이다. 이것이 ‘MB식 법치’다.

결국 이재용은 겨우 61억 원을 이용해 연간 매출 2백조 원의 삼성그룹을 삼키면서 고작 16억 원만을 증여세로 냈을 뿐이다.

이건희에 대한 무죄가 확정되자 일부 언론들은 “절세형 상속”의 길이 열렸다며 반색했다. 자본가들은 “어려운 경제의 활성화와 삼성 그룹의 글로벌 경영에 큰 도움이 될 것”(전국경제인연합회)이라며 일제히 환영했다. “국내 기업의 경영 활동에 불필요한 제약을 해소하는 계기”(한국경영자총협회)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잊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의 삼성 편들기는 이미 대선 때부터 예견됐다. 이명박 대선 캠프에는 삼성증권 사장 출신 황영기와 삼성 구조조정본부 부사장 출신인 지승림이 재벌천국을 위해 일했다.

‘암적 존재’

법 위에 군림하는 ‘삼성공화국’ 만들기에는 떡값 검찰도 발 벗고 나섰다. 검찰은 사건을 방치하다가 공소시효 만료 하루를 남겨 놓고 에버랜드 전·현직 대표이사만 기소했다. “불법과 폭력을 통해 의사를 관철하려는 시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라며 16일 대전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 32명에 대해 신속하게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는 삼성이 짜놓은 더러운 부패와 비리의 그물망에 이 사회 지배층이 얼마나 촘촘히 엮여 있는지 확인시켜 줬다. 그의 폭로에 따르면 이건희는 수조 원에 이르는 불법 비자금을 조성해 현직 검찰 최고위급 간부들, 고위 법관들, 언론사 간부들, 국세청과 재경부 관리 들에게 돈을 줬다. 이들은 철저하게 삼성을 위해 봉사했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전반에 걸쳐 있는 삼성의 불법·비리 그물망은 이미 2005년에도 그 실체를 언뜻 드러낸 바 있다. 이상호 MBC 기자는 안기부의 도청 내용을 담은 테이프, 이른바 ‘삼성 X파일’을 입수해 삼성그룹과 정치권·검찰 사이의 검은 연결고리를 폭로했다.

삼성은 이미 이승만 정권 시절부터 뇌물을 고리로 정부와 유착했다. 이병철의 삼성은 박정희 정권의 사금고 노릇을 하며 사카린 불법 밀수를 벌였다. 전두환, 노태우 군사독재 정권에도 각각 2백억 원이 넘는 돈을 바쳤다. 정부는 장단을 맞춰 삼성의 탈세, 불법 세습, 무노조 경영을 눈감아 주면서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

이렇게 비리와 부패로 쌓아 올린 부로 이건희는 전국에서 가장 비싼 1백20억 원짜리 저택에 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삼성의 부를 만들어 온 노동자들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위한 탄압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삼성의 노동자들이야말로 자신들을 쥐어짠 돈으로 불법자금을 조성하고 범죄에 이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주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성의 범죄를 고발한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은 3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어야 했다.

그러나 이 사회의 ‘암적 존재’인 삼성의 지배를 끝장내기 위한 싸움은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 노동자들은 여전히 노조를 결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건희의 박사 학위 수여를 막아선 고려대 학생들(필자 자신도 포함된)은 출교당했지만 투쟁 끝에 승리해 학교로 돌아갔다. 2005년과 2007년 삼성의 비리에 맞선 운동은 이 운동이 지닌 잠재력을 보여 줬다. ‘재벌천국’을 만들고 있는 이명박과 그가 비호하는 삼성에 맞선 투쟁이 맞물려 벌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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