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력에 의존해 아프가니스탄 점령을 ‘안정’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오바마의 전략은 부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01년 미국과 북부동맹, 파키스탄, 탈레반이 협상한 결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떠나 돌아간 지역이 바로 북서변경주와 와지리스탄이다.

이곳은 역사적으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양국이 공동으로 관할하는 지역으로 국경 개념이 거의 없다. 그래서 탈레반은 이곳을 거점으로 아프가니스탄을 넘나들며 미군과 게릴라전을 벌였다. 지형도 험난해 미군의 추격을 피해 숨기에도 제격이었다. 더구나 이 지역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에게 전달되는 음식·연료·무기의 80퍼센트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이 지역을 확실히 통제해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미국은 무인폭격기를 동원한 무차별 공격을 시작했다. 파키스탄 정부도 압력을 받아 군사작전에 나섰다. 무고한 파슈툰족 민간인들이 죽고 다치고 난민이 됐다. 이에 반발해 이 지역의 많은 파슈툰족들이 탈레반과 함께 저항에 나섰다.

파키스탄군의 상당수는 탈레반과 같은 파슈툰족 출신이다. 또 역사적으로 탈레반이 성장하는 과정에 파키스탄군이 깊숙이 개입했기 때문에 둘 사이에는 끈끈한 관계가 형성돼 있다. 더구나 전면전을 펼치려면 인도와 접경한 카슈미르 지역 군대를 끌어와야 한다. 그래서 파키스탄의 무샤라프 정부는 제한적으로만 이 지역에 군대를 투입했다.

그러나 북서변경주와 와지리스탄 지역에서 민간인 살상이 계속되면서 군사독재자 무샤라프의 정치 위기가 심화했고 결국 그는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파키스탄의 새로운 대통령 자르다리는 미국과 파키스탄 대중의 압력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다 지난 4월 중순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북서변경주 스와트 계곡에 대한 통제권을 인정해 주는 것이었다.

미국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은 노발대발하며 파키스탄을 비난했다. “[파키스탄 정부가] 탈레반 등 극단주의 세력과의 전투를 포기하고 있다.” 또 현재 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파키스탄에 막대한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협박하며 북서변경주에서 군사작전을 펼치도록 종용했다.

자르다리 정부는 탈레반과 맺은 평화협정을 깨고 4월 말부터 북서변경주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아프팍(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전쟁이 본격화한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의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사 리처드 홀브룩이 인정했듯이, 미국의 대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베트남보다 훨씬 어려운” 전쟁이다.

파키스탄으로 확대된 전쟁은 이 지역의 불안정을 더 부추기고 있다. 애당초 정치적 동질성이 높지 않았던 북서변경주 등 지역들이 분리·독립하거나 군사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북서변경주에서만 2백만 명이 난민이 됐고 난민캠프가 이들을 수용하지 못해 엄청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점령 8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민중의 삶은 파괴됐다. 점령군의 ‘묻지마’ 폭격으로 무고한 민간인 수만 명이 희생됐고 수백만 명이 난민이 됐다. 평균수명도 남성 41세, 여성 42세로 줄었다. 대마초 재배는 오히려 늘어나 전 세계 양귀비의 90퍼센트 이상을 생산하는 아편의 천국이 됐다. 탈레반 아래서 신음하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카르자이와 지방 군벌들 아래서 똑같이 고통받고 있다. 성매매는 전보다 더 늘었다. 미국은 재건을 약속했지만 말뿐이었고 그나마 지급된 재건 자금도 부패한 서방 NGO와 정부 관리들의 주머니만 채웠다. 치안 부재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미국은 평범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결국 참다 못한 아프가니스탄 민중이 다시 저항에 나섰고, 탈레반이 그 구심으로 다시 떠올랐다. 이른바 ‘신 탈레반’의 부상은 끔찍한 점령의 산물이었다.

한편, 미국이 간신히 가라앉힌 이라크의 불안정이 다시 커지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 점령 초기 종파 갈등을 부추겨 저항세력을 분열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정치적 불안정은 더 극심해졌다. 결국 2007년 이후 협상 전략을 추진한 미국은 시아파 정부, 시아파 저항세력, 수니파 저항세력 등 적대적인 세력들 간 일시적 휴전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최근 다시 이들 사이 충돌이 본격화하고 있다.

싸움의 판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 제국주의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선 모두에서 패배를 겪고 심지어 파키스탄까지 잃게 되는 총체적 난국이 펼쳐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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