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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6월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건설하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여론 조사에서 ‘슬프다’는 답이 91퍼센트였다. 노제 때는 무려 50만여 명이 모여서 눈물을 흘렸고 일부는 통곡했다. 특히 이명박이 헌화할 때는 서울 도심이 “이명박 물러가라”, “살인마 이명박”이라는 소리로 뒤덮일 정도였다.

이 거대한 추모 물결 속에는 명백히 이명박 정부에 대한 쌓이고 쌓인 원한과 증오가 담겨 있다. 사람들은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 없다”는 전직 대통령의 유서 속에서 자신들의 고통에 찬 현실을 봤다. 비주류 출신 전직 대통령의 죽음 속에서 주류 기득권 세력만 득세하는 치 떨리는 현실을 봤다. 사람들은 무엇보다 후퇴하고 있는 민주주의·개혁·평화·사회정의 등을 ‘지켜 주지 못해서 미안해’ 하며 견딜 수 없는 슬픔 속에 눈물 흘렸다.

이 분노와 통한의 눈물을 보며 한나라당 안상수는 “소요 사태가 일어날까 봐 정말 걱정”했다. 그러나 ‘사람 살 수 없는 세상’을 만든 이명박 정부 집권 1년 동안의 역주행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 그 1년은 용산참사 희생자와 박종태 열사 등 소중한 사람들을 앗아간, 상위 20퍼센트와 하위 20퍼센트의 빈부격차가 사상 최대인 8.68배로 벌어진 기간이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지금 ‘고인의 뜻’이라며 “국민 통합”을 운운하는 것은 정말 역겹다. 살 곳을 달라는 철거민을 불태워 죽인 것은, 운송료 30원 인상을 거절해 노동자를 죽게 한 것은, 대량 해고에 몰린 쌍용차 노동자를 뇌출혈로 죽게 한 것은 ‘국민 살육’ 정책일 뿐이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는 우리가 이런 정책을 비판하고 정부에 저항하지 못하게 민주주의를 공격했다. 특히 이번에 ‘눈물’까지 가로막고 빽빽한 차벽을 세우는 것에 우리는 숨이 막힐 듯했다. 아무도 ‘아늑’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촛불항쟁 이후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계속 커져가던 촛불에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 불길이 돌파구만 찾으면 광야를 불사를 것이 분명하다. 경찰 폭력과 필사적인 집회·시위 봉쇄는 이에 대한 두려움의 반영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와 우파는 역주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사람들의 눈이 ‘국민장’에 쏠린 틈에 집회신고제 합헌 판결, 삼성 무죄 판결, 최저임금 삭감 요구, 공기업 신입 사원 임금 삭감과 연봉제 도입 등을 강행했다. 이명박은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중심 잡고 일해야 한다”며 MB악법도 강행하려 한다.

전술적 제휴

물론 국민 다수의 증오를 받는 정부가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법안들을 강행할 때 터질 위기의 크기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미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심각한 정치 위기와 내홍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러나 재벌·부자에 기반을 두고 그들을 대변하는 정부에게 ‘재벌천국 서민지옥’ 추진은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동아일보〉는 MB악법을 “6월 국회에서 … 처리하지 못하면 이 정권은 막장으로 밀려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래서 정부는 위험천만한 한반도 긴장 고조 상황조차 우파 결집과 반정부 여론 약화에 이용하며 개악의 기회만 노리고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켜켜이 쌓여 온 분노와 불만을 이명박 정부와 반서민·반민주 정책에 대한 반대 투쟁으로 집중시켜 그 힘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조직된 진보진영이 이런 폭발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민주당과 전술적 제휴도 해야 한다. ‘추모 정국’ 속에 민주당이 반이명박 정서의 한 구심이 된 상황에서 민주당과 어떠한 제휴도 거부하는 경직된 태도는 현명한 것이 아니다. 물론, 민주당과 전술적 제휴를 맺을 때조차 민주당이 일관되게 이명박의 반민주적 탄압에 맞설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재벌·대기업의 이윤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막강한 잠재력을 가진 조직 노동자들이 지금의 대정부 정치 투쟁에 적극 참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이명박 정부에 맞선 정치적 투쟁의 힘을 키우고 노동자들의 사기도 올릴 수 있다. 이것은 경제 투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점에서 5월 30일에 1만여 명의 공공부문·화물연대 노동자들이 대한문 앞 범국민대회에 오지 않고 여의도에서 분리된 집회를 한 것은 아쉽다.

노동조합은 대개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정치와 경제의 분리를 수동적으로 반영하며 경제적 투쟁에 스스로를 한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정치(투쟁) 기피 태도(노동자주의)는 정치 투쟁과 경제 투쟁의 상호작용과 결합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6월 10일로 예정된 시민사회단체와 야4당이 주최하는 범국민대회에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적극 참가해야 한다.

한편, 자유주의적 지배계급을 대변하는 민주당과 전술적 제휴 수준을 넘어 전략적 동맹을 맺어서도 안 된다. ‘추모’ 분위기에 녹아 노무현 정부 5년의 실패와 파산(이라크 파병, 비정규직 확대, 한미FTA 추진 등)을 잊을 수는 없다. 민주당은 바로 몇 주 전에 ‘뉴민주당 플랜’을 운운하며 “한나라당 2중대가 아니라 3중대라도 해야 한다”(김효석)고 했던 장본인들이다. 언제든지 뒤통수를 칠 수 있는 민주당과의 전략적 동맹은 반서민·반민주 정부에 맞서는 투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진정으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힘은 노동자·서민의 단결과 대중 투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