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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현장, 의왕컨테이너기지를 가다:
“대한통운 뒤에 이명박이 있다”

6월 12일 의왕컨테이너 기지에서 나오는 운송차량들 사이엔 간간이 순찰차가 끼어 있었다. 파업 농성장 주변엔 예닐곱씩 짝을 지은 전경들이 조를 나눠 돌아다녔다. 조합원들은 트럭과 트레일러를 도로가에 세워 놓고 이동을 하는 차량들에게 확성기 방송과 팻말로 운행 중단을 호소했다. 함께 살자는 거다.

파업 이틀째,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가 집결한 의왕컨테이너 기지 앞 풍경이다.

“사람처럼 살고 싶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입버릇이 돼 있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의왕컨테이너기지 제1기지 앞 삼거리에서 파업 농성을 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파업 2일차 출정 집회에서 이봉주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장은 “대한통운 한 회사지만 여기서 밀리면 곳곳에서 단협 해지 위협이 들어올 것이다. 힘없으면 뭘 해도 불법이다. 싸워서 이겨야 보호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파업 참가 조합원들을 독려했다.

오전 집회를 마친 조합원들은 각자 맡은 일을 한다. 젊은 조합원들은 도로에 팻말을 들고 늘어선다. 서툰 매직 글씨가 더 호소력 있다.

“흩어지면 죽는다”, “함께 살자 운행을 멈춰라”, “악덕자본 각오해라 용서 없다”.

일부는 점심을 준비하고, 일부는 쉬면서 얘기도 한다.

잠시 쉬는 조합원들에게 말을 걸어 봤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장난 아니다.

“뭐하러 기자들이 오나 몰라. 매번 똑같은 기사, 그냥 작년 꺼 날짜만 바꿔서 올리지.”

“우리 사는 거랑 목소리는 안 나오고 물류대란만 나와”

“언론은 운송료 5백원 오르면 대대적으로 쓰고 몇천 원 떨어진 건 보도 안 한다.”

안되겠다 싶어 〈레프트21〉을 펴 보여 주니 그제야 “이건 훌륭한 신문이네.” 하며 조합원들이 말문을 연다.

“올해 경기가 안 좋아 물량이 줄었다. 부산까지 편도 50만 원인데 알선 회사에서 사무실 와서 40만 원에 갈래 하면 기사들 다 못한다고 한다. 그리곤 뒤에 가서 몰래 ‘내가 하겠다’고 전화한다. 당장 현금이 필요하니까..”

“작년 파업 후엔 운송료도 오르고 보조금도 받아 몇 달 좋았다. 근데 지금은 일감도 30~40퍼센트 줄었고 정부가 표준요율제 약속도 안 지켰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꼴인데, 수입이 줄어드니 다들 힘들어 한다. 우리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부산 왕복하는 데 1백만 원 정도 받는다. 근데, 기름값만 80만~90만 원이다. 밥값 이런 거 따지고 나면 하루 꼬박 달려서 5만 원, 십만 원 남는다. 차량 할부금 넣고 해야 되니까 그렇게 해서 월 2백 넘게 벌어봐야 적자다.”

“악법도 문제다. 화물차 주차를 정해진 곳에만 하도록 해 놨는데, 경기도 주차기지는 파주에 있다. 부산 다녀와서 파주에 차 갖다 놓고 다시 집에 와서 자고 다음 날 다시 차 가지러 가야 된다. 안 그러면 20만 원짜리 스티커를 붙여 놓는다. 이틀 벌이가 날라가는 거다. 한나라당 원내대표 안상수가 만들어 놓은 법이다.”

“우리 보고 외제 차 몬다고 돈 많다고 하는데, 모르고 하는 소리다. 외제차가 연비가 더 높다. 같은 속도로 부산 다녀오면 기름값이 8만 원 차이가 난다. 그거라도 아끼려고 더 비싸도 외제차를 사는 거다.”

“여기도 신용불량자 많다. 카드 돌려막기 해 왔지만 그게 어느 시점에선 자기 돈이 들어가야 해결되는 거 아니냐. 무한정 돌려막기가 되나.”

현실에 대한 불만은 정부에 대한 분노로 이어진다.

“이명박이 하는 말은 다 거짓말이다. 화물연대 임의단체라 불법이면 동창회도 해산해야 되나. 대전 집회가 죽창 시위라는데, 왜 대나무 업자도 불법무기 제조로 잡아가지.”

“대한통운 뒤에 이명박이 있다. 정부가 바람막이 해 주고 있는 거다.”

“여기서 밀리면 다 화물연대 인정 못 한다고 할 거고 그러면 그동안 해 놓은 거 다 잃을 수 있다. 일할수록 빚 늘어가고 복마전 같은 운송업계에서 유일하게 기댈 언덕은 화물연대다.”

“우리가 군인도 아닌데, 어떻게 강제로 일을 하라 할 수 있나. 우리가 사장이라 민주노총 가입이 안 된다면, 경총에서 우릴 받아주나?”

조합원들은 이번 싸움이 사실상 이명박 정부에 맞서 화물연대를 지키는 싸움이라 생각한다. 화물연대가 있어야 노동조건을 바꿀 수 있으니 하루 돈벌이보다 더 중요한 싸움이라는 것이다.

이명박이 사면초가에 몰린 지금,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지난해 ‘국민지지 1호 파업’으로 이명박에 맞서 승리를 거머쥔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 밑바닥 노동자들의 곤궁한 처지가 투쟁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걸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운수노조는 대체수송 거부 선언을 했다. 민주노총도 전국적 연대 투쟁을 시급히 조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