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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은 “깨끗이 물러나야 옳다”
이것이 국민 다수의 심정이다

필자 최영준은 6ㆍ10 범국민대회 준비위의 일원으로 6ㆍ10범국민대회 건설에 이바지했다

6월 10일 ‘6월항쟁 계승, 민주회복 범국민대회’(이하 6·10범국민대회)에 시청 광장 불허와 방송차량 탈취 등 이명박 정부의 필사적인 집회·시위 봉쇄에도 10만여 명(전국적으로 30만 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6·10범국민대회 준비위원회(이하 6·10대회 준비위)의 공식 구호였던 ‘이명박 사과’로는 성이 안차는 분위기였다. 그들 다수는 ‘이명박 퇴진’을 외쳤다. 그만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가 켜켜이 쌓여 있는 것이다.

또, 6·10범국민대회 전부터 시작된 각계각층 시국선언은 대학교수뿐 아니라 노동자·청소년·변호사·종교계가 참여했고, 지금도 보건의료·여성 등으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천주교 사제들은 이명박이 “그 막중한 직무에서 깨끗이 물러나야 옳다”며 사실상 이명박 퇴진을 시사했다.

6·10범국민대회, 각계각층의 시국선언, 이명박 지지율 20퍼센트대, 5년 만에 민주당에 뒤처진 한나라당 지지율 등 이명박 정부의 위기가 가속화하면서 지난해 촛불항쟁 이후 탄압으로 위축되었던 대중의 자신감과 사기도 높아지고 있다.

6월10일 범국민대회.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구호는“ 이명박 퇴진”이었다. ⓒ이미진

한편, 이런 상황은 이명박 정부에 맞서 민주당까지 포괄하는 범민주개혁세력의 연대체 건설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6·10준비위는 일시적이고 협소한 기구”이며 “폭 넓은 상설적 반MB연대 기구 만들어야”(〈민중의 소리〉), “반MB 국민전선의 토양이 광범위하게 형성”되었지만 “진보개혁세력은 … 단일한 진영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프레시안〉), “진보세력의 결집을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한홍구 교수), “반MB 정당 연합”(손호철, 조국 교수), “1987년 국민운동본부 정도의 연대틀 필요”(〈한겨레〉), “[민주당까지 포함하는] 견고한 연대의 틀이 필요하다”(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물론 진보진영이 이명박의 반민주적 탄압에 맞서기 위해 민주당과 전술적 제휴를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과 동맹을 주장하며 “[차이를 유보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지혜를 발휘”(〈프레시안〉)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진보진영은 민주당과 전술적 제휴를 하더라도 민주당에 종속되거나 무비판적일 필요도 없거니와 그래서도 안 된다.

또한, 범민주개혁세력의 연대체가 민주당과 전술적 제휴를 넘어 선거연합을 위한 전략적 동맹까지 나아 가면 이명박에 맞선 대중운동 건설이 발목 잡히게 될 수 있다.

실제 NGO들의 연합체인 시민단체연대회의는 내년 지방선거와 2012년 대통령 선거까지 민주당과의 공조를 염두에 두고 있다. 6·10범국민대회 직후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내다보는 큰 틀의 ‘민주연대’를 구성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프레시안〉도 내년 지방선거와 2012년 대선을 통한 ‘연립정권’ 구성을 제안했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윤호중도 “반이명박 전선을 위한 연대는 10월 재보선부터”라며 선거동맹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에 맞서 대중 운동을 고무하고 투쟁을 집중시켜 그 힘을 극대화하기보다 국회 안으로 초점을 맞추는 효과만 낼 것이다.

민주당은 ‘추모 정국’ 속에 반이명박 정서의 한 축으로 부상하며 개혁적 언사를 늘어놓고 있지만 6·10범국민대회 이후 국회 등원을 저울질하며 대중 행동과 거리 두기를 시작했다.

또한, 집회 참가자 다수가 ‘독재 타도’, ‘명박 퇴진’을 외쳤지만 “민주당은 합법적인 선거로 당선된 이명박 정부를 퇴진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민주당 정범구)며 6·10범국민대회 공식 구호로 ‘이명박 사과’를 고집했다.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지혜’를 발휘한 시민단체들은 민주당조차 ‘이명박 사과’는 약하다며 ‘사죄’ 정도로 바꿀 수 있다고 했음에도 거부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범국민대회 참가자 다수가 ‘이명박 퇴진’을 외치며 분노를 표하자 적잖은 부담을 느낀 듯하다. 시민단체연대회의 오광진 정책팀장은 “대통령 퇴진 등의 주장까지 받아들이긴 힘든 입장”이고 “긴 싸움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한겨레〉)이라며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6·10범국민대회 준비 과정에서도 ‘거리의 정치’에 대한 일관된 거부감을 표했다. 녹색연합 최승국 사무처장은 6·10대회 준비위 문건에 있는 ‘반(反)이명박’ 문구를 ‘비(非)이명박’까지 포괄해야 한다며 문구 삭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 이명박이 시청광장 불허 방침을 천명하자, 시민단체연대회의 소속 참여연대, 녹색연합, 한국청년연합은 평화적 문화제라는 명분을 내세워 정동사거리 골목 안으로 들어갈 것을 제안했다. 민주당조차 민주적 권리의 상징인 시청 광장 사수를 주장했고, 경찰 차벽에 막히면 대한문 앞 도로를 막고 범국민대회를 강행하자고 주장했는데 말이다.

‘거리의 정치’에 대한 거부감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촛불항쟁의 교훈을 “아무리 거리에서 외쳐도 이명박 정부가 듣지 않는다는 사실”로 일반화하며 대중적 분노의 에너지를 제도화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지난해 촛불항쟁은 거리 시위가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으로 발전할 때 효과적으로 운동의 요구를 확대시키지 못하고, 투쟁의 진정한 과녁인 ‘이명박 퇴진’으로 모아내지 못하면서 방향을 상실했던 것이 진정한 문제였다. 또, 촛불항쟁의 실종된 고리인 노동계급의 조직적 동참 부재도 한몫 했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과 시민단체 주요 활동가들이 “노동자들이 조직적으로 참가하면 시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고 범국민대회의 의미를 삭감”시킨다며 불평을 늘어놨지만 대량 해고에 맞서 점거 파업중인 쌍용차 노동자들과 투쟁에 나선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6·10범국민대회에 참가한 것은 고무적이었다.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은 그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지지했다. 이것은 이명박의 반민주적 탄압에 맞선 투쟁과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의 결합 가능성을 언뜻 보여 준 것이다.

6·10대회 준비위가 6월 MB악법 저지를 위해 ‘민주회복 범국민위원회’(가칭)로 한시적 전환을 결정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이명박에 맞서 민주적 권리 수호와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선 투쟁을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