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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

〈레프트21〉 5호 독자편지에서 최일붕 동지는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설명했듯이 자본의 세 형태인 생산자본과 상품자본과 화폐자본은 서로 연결되는 자본의 순환 국면들이다. 이 고리를 끊으려면 자본주의 의회의 개혁 입법 권력으로는 턱없고 자본 자체에 대한 공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주장 자체는 옳지만, 이로부터 금산분리 요구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달성될 수 없는 “공상적” 요구라고 결론짓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우선, 마르크스는 자본의 대표인 산업자본이 생산자본, 상품자본, 화폐자본으로 구성되며 이들은 계속 변태하며 순환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자본 전체로 보더라도 생산자본, 상품자본, 화폐자본으로 구성되며 이들은 계속 순환해야만 한다.

그러나 자본이 이처럼 서로 연결되고 순환해야 한다는 것이 산업자본으로부터 상업자본이나 금융자본(마르크스의 표현으로 하자면 은행자본 혹은 이자 낳는 자본)의 분리를 막는 것은 아니다.

자본은 분업을 통해 효율을 높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상업자본이 분리됨으로써 산업자본의 구성부문에서 상품자본과 화폐자본의 비율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요컨대, 상품자본·화폐자본과 상품·화폐 거래 자본(상업자본), 은행자본을 구별해야 한다.

둘째, 자본의 집적과 집중 경향이 산업자본, 상업자본, 은행자본의 상호 융합으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20세기 초에 오스트리아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힐퍼딩은 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이 융합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지만 그것은 일반적 현실이 아니었다.

최근의 현실을 보자면, 1980년 이래 산업자본들이 금융부문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경향도 있었던 듯하다. 혹자는 이것을 ‘금융화’라고 분석하며 그 대표적 사례로 GE를 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번 금융 위기 직전까지 미국의 거대 자동차 회사들은 다들 금융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었다. 그러나 GM, 크라이슬러 등은 파산 위험에 처하자 곧바로 금융 자회사들을 매각해 버렸다.

따라서 금산분리는 자본주의에서 달성할 수 없는 “공상적” 요구가 아니며, 필요하면 자본가들도 선택하는 것으로 보는 게 옳다. 금산분리 자체는 자본주의에 심대한 타격을 가하거나 대중의 삶을 개선하는 중요 요구가 전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금산분리 완화 법안을 금융지주회사법이나 은행 민영화와 떼어 놓고 생각하기 힘들다.

이것은 재벌로의 자본 집중을 허용하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은행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 문제와 신자유주의적 금융 투기 자본 육성과 연결돼 있다. 이명박 정부와 한국의 지배자들은 거품을 더욱 키웠던 미국식 투자은행 모델에 강한 미련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세계 6위 규모인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을 자주 예로 드는데, 이 은행처럼 변방의 2류 은행에서 인수·합병으로 세계적인 ‘플레이어’가 돼 전 세계에서 투기를 벌이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투기에서 재벌이 한몫 잡도록 해 주려고 안달이다.

은행 노동자들의 해고에 반대할 뿐 아니라 대중의 반신자유주의적 정서에 공감한다는 측면에서도 금산분리 완화 법안에 반대하는 것이 옳다. 물론 금산분리가 경제 위기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을 꼭 밝혀야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