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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을 돌아보며

화물연대는 6월 11일 파업에 돌입했고, 6월 15일 새벽에 이를 철회했다. 이를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있고 허탈해 하는 활동가들도 많다고 들었다. 그러나 화물연대 투쟁은 단지 6월 11일~15일이라는 파업 기간만 봐서는 안 된다. 지난해 10월 경총 등이 노조법 위반이라며 화물연대의 운수노조 탈퇴를 종용한 것부터 박종태 열사의 죽음 직후 확산된 투쟁까지 함께 봐야만 한다.

애초 대한통운은 이명박 정부의 등장에 의기양양해서 수수료 인상 약속 파기와 조합원 대량 해고 이후에도 협상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5월 16일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총회를 마치고 경찰의 봉쇄를 뚫고서 사측 정문 바로 앞까지 진격하고 파업을 예고하는 것을 보고 겁을 집어먹은 결과, 대한통운은 화물연대가 파업에 들어가기 전인 6월 10일 박종태 열사 죽음의 계기가 된 해고 노동자들을 전원 복직시키고, 모든 고소·고발·가처분신청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화물연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단체행동권 쟁취와 직결되는 화물연대 인정을 요구하며 파업을 단행했다.

박종태 열사의 죽음 전부터 이명박 정부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을 탄압하기 위해 건설기계노조와 화물연대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려고 시도했던 만큼, 부분적 양보에 만족하지 않고 단결권 쟁취를 위해 파업을 밀어붙인 화물연대의 결단은 옳은 것이었다.

그러나 파업을 성사시키는 것은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무엇보다도 파업 돌입 전부터 상당한 양보를 얻어낸 성과가 거꾸로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많았다. 사실상 단체행동권을 인정하라는 대정부 요구사항만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경제 위기 때문에 화물량이 줄어든 것과 이명박 정부의 광폭한 탄압 역시 파업 효과를 키우는 데 커다란 걸림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선은 다르더라도 같은 대상(이명박 정부)을 놓고 싸우고 있는 촛불 진영과 공동 행동을 모색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그런 점에서 화물연대가 5월 30일에 범국민대회와 별도로 여의도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6월 10일 시청에서 열린 범국민대회에 조합원들이 집단적으로 참가하지 않은 것, 그리고 6월 13일 상경투쟁 계획을 번복한 것은 큰 아쉬움을 남긴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처럼, 조합원들이 조직적으로 참가해서 파업의 정당성을 대중에게 알리고 지지를 호소했더라면 파업 참가자들의 자신감을 높이는 동시에 더 많은 지지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옳은 결단 그러나 아쉬운 전술

나는 구체적인 상황을 알지는 못하지만, 비조합원 참여가 예년보다 낮은 상황에서 파업을 어떻게 성사시키고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전술 또한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보수 언론과 정부, 사측은 비조합원들에게 파업이 자신들과는 무관한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고, 대부분의 쟁점은 합의에 도달했는데 지엽적인 차이 때문에 화물연대가 파업을 강행한다는 인상을 주려 했다. 〈레디앙〉 같은 진보 언론은 이에 현혹돼 “도무지 이해 안 되는 화물연대 파업”이라는 글을 편집자 추천 기사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분열책동에 맞서기 위해, 정부가 계속 어기고 있는 표준요율제 도입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다른 특수고용노동자들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정치적 요구안을 제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쉬움은 파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만약 주·객관적 조건을 따져봤을 때 파업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이 됐다면, 분노를 유지하고 규모와 힘을 과시하며 파업을 마무리하기 위한 ‘퇴각전술’을 제시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지금처럼 잘 싸워서 많은 양보를 얻고도 진보진영 일부로부터 “이룬 게 뭐냐”라는 불공정한 평가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도부가 배신적 타협을 한 것은 결코 아니므로, 지도부를 문책해야 한다는 류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보다는 금번 파업의 경험 미숙을 돌아보며, 저들의 흑색선전을 반박하고 다음 투쟁을 준비하는 것이 더 맞다고 본다.

〈레프트21〉 기사에 대해서도 몇 마디 하겠다. 〈레프트21〉은 보수 언론의 파업 비난과 파업 지지가 적다는 악선전에 맞서 파업의 정당성을 알렸다. 일부 좌파 언론이 “원직복직을 비롯한 많은 문제들에 대해 거의 의견이 접근되어 있는 상황에서 서명주체의 문제로 합의문 전체가 파기되는 웃지 못 할 상황 … 정부 차원에서 화물연대의 파업을 유도하여 이를 철저히 짓밟겠다는 의도”(〈레디앙〉)와 같은 엉터리 전망을 내놓은 것보다 정치적으로 백 배는 더 옳은 것이었고 이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투쟁을 방어하고 고무하는 것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승리를 위해 필요한 전술과 과제를 제시하는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7호 논설에서 6월 10일 범국민대회 참가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을 제외하면, 화물연대 관련 기사들은 사측과 정부에 대한 폭로와 노동자들의 투지를 전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5호에서 쌍용차 점거 파업의 필요성을 주장했듯이, 분석을 통해 구체적 과제를 제시하는 기사가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