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 한국군을 재파병할 계획이 없다던 정부가 6월 16일(미국 시간) 한미정상회담에서 오바마와 재파병을 논의하고 돌아왔다.

이명박은 6월 20일 야당 대표들에게 정상회담 성과를 자랑하다가 ‘오바마가 한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재파병하기 바라더라’고 말해 한미정상회담에서 재파병 논의가 있었음을 드러냈다. 지난해에도 이명박은 부시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논의를 해 놓고 오리발을 내민 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비밀리에 재파병을 추진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재파병을 추진하다가 자칫 ‘제2의 촛불’로 번지지 않을지 우려한다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은 한국 정부의 파병 정책으로 2007년 선교사 23명이 피랍돼 2명이 사망한 지역이다. 당시 아프가니스탄에서 인질 석방 협상을 책임졌던 국정원장 김만복은 “다시는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파병 국가의 국민도 테러의 표적이 됐기 때문에 철군의 목소리도 높았다. 이 때문에 그해 말 동의부대와 다산부대가 모두 철수했다. 

5월 19일 재파병 반대 기자회견 ⓒ사진 임수현

한편, 국방부는 지난 6월 26일 이명박의 재가를 얻어 특전사령부 산하에 3천 명 규모의 해외파병 상비부대를 창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한나라당과 정부는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할 특별법인 ‘국제연합평화유지활동참여에관한법률’(일명 신속 평화유지군(PKO) 파병법)을 제정하기로 합의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국회 동의를 얻지 않고도 한 번에 특전사 1천 명을 유엔 안보리 결의가 뒷받침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파병할 수 있다.

그러나 유엔 평화유지군은 평화를 유지하기는커녕 오히려 온갖 악행을 저질러 현지에서 증오의 대상이 돼 왔다. 소말리아에서는 평화유지군이 지역민들을 학살하다 쫓겨났다. 2005년 레바논에 파병된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은 금전 비리 때문에 쫓겨났다.

백지수표 파병

2007년 평화유지군으로 레바논 남부에 파병된 이 나라의 동명부대도 이스라엘과 미국의 패권을 돕는 구실만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신속 평화유지군 파병법을 제정하면 매년 번거롭게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이는 사실상 백지수표 파병법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신속 평화유지군 파병법 제정과 해외파병 상비부대 창설이 아프가니스탄 파병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발뺌한다. 4대강 정비가 한반도 대운하가 아니라고 우기는 것과 꼭 마찬가지다.

6월 20일 이명박은 박희태와 이회창을 만난 자리에서 평화유지균 형식의 파병을 언급했다가 이회창 쪽이 이를 언론에 발표하자 서둘러 말을 주워담은 바 있다.

그러니 어찌 평화유지군 파병법 제정 기도와 해외파병 상비부대 창설이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을 위한 술책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