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에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이란인들은 이것을 “굶주린 늑대”라고 부른다. 중동에서 제국주의가 강력하고 파괴적인 세력으로 존재해 왔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중동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에 제국주의가 관여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이란에서 민중 항쟁이 벌어지기 몇 주 전, 미국과 프랑스는 수백만 달러를 들여 레바논에서 급진 이슬람주의 정당 헤즈볼라와 그 동맹들이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도록 했다.

2005년 미국은 대놓고 친서방 레바논 단체들의 거리 점거를 조직했다. 이른바 ‘백향목 혁명’이 그것이다. 1년 뒤 이 세력은 이스라엘의 대(對)헤즈볼라 공격을 지원했다.

미국과 서방 정부들은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제국주의 세력들은 이란의 선거 부정을 비난하면서도 중동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인 이집트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의 노골적인 선거 부정은 눈감아 줬다. 중동 민중은 이런 이중 잣대와 뻔뻔한 위선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많은 독재자들이 순식간에 ‘악당’에서 ‘친구’로 처지가 뒤바뀌곤 한다.

리비아의 무하마드 가다피 정부는 자국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앞세워 제국주의 세력과 타협하면서 국제사회의 ‘환영’을 받았다. 얼마 전 이탈리아를 방문한 가다피는 마치 오래 전에 헤어졌던 형제나 되는 양 국빈 대우를 받았다.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은 거리낌 없이 독재자 사담 후세인을 지지했다. 또 서방 국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야만적인 정권들을 전혀 비판하지 않는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현재 이란의 대중 반란에 제국주의가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1953년 이란 민족주의자 무하마드 모사데크는 미국이 조직하고 영국이 지원한 쿠데타로 권좌에서 밀려났다. 그가 이란 석유를 국유화하려 했기 때문이다.

거부

미국은 이란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30년 동안 “이란 위협” 운운하며 무장력을 강화해 왔다.

미국이 이란을 증오하는 것은 1979년 혁명 때문이 아니라 이란이 제국주의와 타협하길 거부하기 때문이다.

미국에게 이란은 중동의 많은 저항 운동들, 예컨대 헤즈볼라, 하마스, 이라크의 메흐디군 등을 통제하는 데 핵심 고리가 될 수 있다.

중동의 많은 나라에서 1979년 이란 혁명과 유사한 혁명이 몇 차례 있었다. 프랑스와 영국, 이스라엘에게 1956년 이집트 혁명은 아랍 역사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미국은 이집트처럼 이란을 길들이고 싶어 한다. 그러나 과연 누가 그것을 할 수 있을까? 1967년에 미국은 이스라엘에 의지해 이집트와 시리아 군대를 쳐부술 수 있었다. 그러나 2006년에 헤즈볼라를 상대로 1967년과 같은 승리를 기대했던 이스라엘은 치욕스런 패배를 맛봤다.

제국주의 세력에게 이란에 걸린 판돈은 매우 크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때문에 미국은 굴욕적으로 양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시아파의 저항을 잠재우려면 이란의 도움이 필수적이었다. 또 앞으로 이라크 주둔 미군 병력 감축 전략도 이란의 도움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또 미국과 나토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란과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다. 아프가니스탄 점령군은 저항세력의 끈질긴 공격으로 곤경에 처해 있다. 또 러시아와 타협하거나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파키스탄을 통하지 않는 다른 안전한 물자 보급로가 절실히 필요하다.

고집불통

이스라엘 같은 나라는 미국과 나토가 치르게 될 대가가 너무 클 것이라 우려한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정부는 이란 내 어떤 세력과도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이란 내에도 서방과 손잡길 원하는 세력이 있다. 미르 호세인 무사비와 하세미 라프산자니는 미국과 타협하길 원한다. 이들은 자국 대통령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너무 거칠고 고집불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란 내 어떤 세력도 핵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그래서 오바마는 자기 패를 들키지 않으려고 애쓴 것이다. 그는 누가 이란 대통령이 되든 협상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미국 내 일부 세력들은 이란의 현 집권 세력에게 과거의 치욕을 되갚아 줄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며 새로운 친미 정치인이 부상하길 바란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레바논 등에서 미국이 후원한 ‘색깔 혁명’[2000년대 초 중동부 유럽과 중앙아시아의 옛 스탈린주의 사회에서 일어났던 친서방 운동들]이 이란에서도 벌어지길 바란다. 이런 반란들 덕분에 미국은 이 나라들에 ‘친미’ 정부를 손쉽게 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내 많은 인사들은 이란 개혁파가 이란의 국익에 충실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

개혁파 무하마드 하타미가 이란 대통령이던 시절, 헤즈볼라는 세력을 급격히 확장해 2000년에는 마침내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인들을 쫓아낼 수 있었다. 하타미는 헤즈볼라를 지원했던 경력 덕분에 레바논 시아파들 사이에서 인기가 매우 높다.

미국은 아마디네자드에게 ‘극단주의자’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싶어 한다. 그러나 미국은 개혁파인 하타미나 그 전임자 라프산자니가 대화를 요청했을 때 그것을 거부했다.

서방 정부들은 오늘날 이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보며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이런 반란이 확대되는 것은 이들에겐 최악의 시나리오다.

서방 정부들은 이란 거리를 점거한 시위대를 기꺼이 칭송하면서도, 중동 전역에서 억압받는 민중이 이란 민중 항쟁에서 끌어낼 교훈을 두려워한다.

미국은 이란이 “양지로 나오길” 바라지만 진정한 혁명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번역 조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