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산업이 이번 경기침체로 흔들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엄청난 일자리가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자동차 회사 사장들의 이윤 보전 시도가 “악마의 회전목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케빈 디바인이 보고한다.

제조업계에서 이번 경기침체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부문 가운데 하나가 자동차 산업이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판매량은 급락했으며,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작업시간을 줄이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 발표된 보고서를 보면, 지난 4월 영국 신차 등록은 작년 동기 대비 24퍼센트 떨어졌으며, 영국 자동차 시장 규모도 작년 대비 거의 29퍼센트나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포드, GM과 더불어 디트로이트 ‘빅3’의 하나였던 크라이슬러가 파산했고, 노동자들에게 그 충격이 바로 전해졌다. 고용주들은 해고, 임금동결, 조업단축을 추진했다. 영국의 재규어랜드로버도 강제로 임금을 동결했고(올 4월 영국 기업들 중 3분의 1이 그랬듯이), 도요타도 임금 10퍼센트 삭감을 발표했고, 추가로 수천 개의 일자리를 없앨 예정이다.

미국과 유럽의 지배계급들은 경제의 건강 상태를 보여 주는 상징으로 여겨지던 자동차 산업이 붕괴하자 허둥지둥 해결책을 찾아나섰다. 여기에는 보호주의 정책이나 헌 차를 폐기하고 새 차를 사면 일정 금액을 보조해 주는 프로그램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 등이 포함돼 있다.

오바마는 자신의 GM구제 계획이 대단한 듯이 떠들었지만, 기껏해야 정부와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쏟아 부은 막대한 자금으로 파산을 막는 것에 불과하다. UAW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일자리 축소와 임금 동결을 받아들이고 심지어 연기금까지 포기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구제안은 미국의 GM공장에만 해당된다. 다른 나라의 GM자회사들은 알아서 해야 한다. 그래서 영국의 복스홀 등 유럽의 GM자회사들은 완전, 혹은 부분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 위기 때마다 그렇지만 어떤 회사들은 퇴출당하고 어떤 회사들은 퇴출된 회사의 시설을 헐값에 사들여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 지금 메이저 자동차업체로 입지를 강화하려는 이탈리아의 피아트(Fiat)가 GM의 잔해들을 인수하려 하고 있다. 또, 캐나다의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Magna)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마그나는 GM 매입에 필요한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 러시아 기업 가즈(Gaz, 고르키 자동차공장-역자)와 제휴할 듯하다.

누가 인수자가 되건, 유럽 GM자회사들의 규모로 보아 이른바 “합리화”(대량해고와 공장패쇄)가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는 영국의 양대 GM공장, 즉 루턴의 소형트럭 공장(옛 IBC자동차)과 체셔의 엘리스미어항(EllesmerePort)에 있는 복스홀이 포함된다. 이 두 공장에는 노동자 수천 명이 고용돼 있고 그 부품 납품 업체에서 수천 명이 일한다.

유럽연합의 자동차 판매량은 여전히 상승 중이다. 특히 유럽에서 가장 큰 경제인 독일에서 그렇다. 이 점은 자동차 생산량 중 75퍼센트를 수출(주로 유럽으로)하는 영국에게 중요하다. 그러나 크라이슬러 사태는 이번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 줬다. 자동차 업계의 만성적 문제인 설비과잉(과잉생산으로도 볼 수 있는)으로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

사회주의자들에게 왜 이런 문제가 중요할까? 보호주의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지구를 병들게 하는 자동차 산업을 우리가 지켜야 할까?

우선 보호주의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영국 노동자가 다른 나라 노동자의 희생을 대가로 일자리를 지키자는 것은 지금의 위기에 대한 답이 아니며 단지 한쪽 노동자들의 고통을 다른 쪽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일 뿐이다. 사장들의 입장에서도 보호주의는 실질적 대안이 아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지(紙)는 세계 자동차 산업의 특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자동차의 국적을 논하는 것이 갈수록 무의미해지고 있다. 지프 패트리어트는 오직 66퍼센트만 ‘미국산’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만들어지는 BMWX5[독일 브랜드]보다 호주 GM이 선적해 보낸 폰티악 G8[미국 브랜드]이 더 미국산에 가깝다. 브라질 자동차의 절반은 브라질 피아트와 폭스바겐 공장에서 생산된다.”

둘째, 자동차 회사 사장들이 기후 변화를 막고 지구를 구하려고 공장문을 닫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유일한 관심사는 이윤이다.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책임도 아닌 위기에 대가를 치러서는 안 된다. 숙련 인력과 기술을 사장시키기보다는 시급히 필요한 대안 교통수단을 생산하는 데 써야 한다.

일자리 파괴가 계속된다면 노동계급의 조직과 공동체도 파괴될 것이다. 현재 영국 자동차산업은 직접 차량 생산에만 4만 5천 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그 외 부품 생산, 판매, 서비스에 38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것도 1997년 이래 대략 11만 명이 줄어든 것이다. 즉 해마다 평균 1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연이은 공장폐쇄가 이 같은 일자리 감소의 주된 원인이다. 폐쇄된 공장의 일자리뿐 아니라 납품 업체들의 일자리도 같이 사라졌다. 2002년 이후 롱브리지의 MG로버, 코벤트리의 푸조, 루턴의 복스홀, 더겐함의 포드 조립 공장, 코벤트리의 재규어브라운 생산공장, 버킹엄셔 뉴포트패그넬의 애스턴 마틴 공장이 문을 닫았다. 이들 공장의 작업은 대게 지루하고 반복적이며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노동자들은 조립라인을 “악마의 회전목마”라고 불렀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에 노조를 전파한 이전 투쟁들과 단체교섭의 전통으로 임금은 다른 산업에 비해 훨씬 높았다.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의 생산성은 절대적 기준이든, 상대적 기준이든 대단히 높다. 절대적으로는 새로운 작업방식과 탄력적 노동시간제 도입으로 자동차 노동자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고되게 일하게 됐기 때문이고, 상대적으로는 고용된 노동자들의 수가 완만하게 하락했음에도 생산량은 최근까지는 꽤 놓은 수준으로 유지돼 왔기 때문이다. 3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오늘날 노동자 일인당 생산량은 훨씬 많다.

영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1999년에 이르러 197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인 1백98만 대가 됐다. 고용된 노동자 수는 노동자들의 전투성이 높았던 1970년대보다 훨씬 적음에도 말이다. 그러나 2007년 그 수치는 1백75만 대로 떨어졌으며, 경제 위기가 시작되자 지난해에는 1백65만 대까지 떨어졌다. 생산량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 산업의 노동자들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구체적으로 예측하기 힘들다. 그러나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한 공격은 계속될 것이다.

일부 회사들은 모든 신규 일자리에 저율의 임금을 적용하려 하고 있으며, 어떤 경우 파견 노동자들만 채용하려 한다. 파견 노동자들은 정규직원과 동등한 휴가나 연금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값쌀 뿐만 아니라, 해고하기도 쉽다. 옥스퍼드 BMW공장의 파견노동자들은 올 초에 이런 비참한 현실을 몸소 체험했다.

이것들은 노조에도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고용주들은 파견 노동자를 선호한다. 노조가 조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파견 노동자들이 저임금을 받는다는 사실은 ‘정규직’ 노동자와 파견 노동자들을 분열시킬 수도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파견 노동자들을 자신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존재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노동조합은 파견 노동자를 조합에 바로 가입시키고 가능한 한 빨리 정규직이 되도록 압력을 넣어야 한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의 노조 조직이 건재하기 때문에 고용주들이 언제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용주들은 전체 노동자들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기보다 공장들 사이에, 그리고 노동자들 사이에 갈등을 조장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이 멋진 반격의 사례인 비스테온 점거 투쟁을 본 것이다. 고용주들은 비스테온 노동자들이 선례가 될까 봐 매우 두려워한다. 그래서 고용주들은 비스테온 브릿지엔드 공장 노동자들이 피켓을 들려는 계획을 세우자 서둘러 합의했다. 그러나 벨파스트, 바실던, 엔필드 공장의 비스테온 노동자들도 비록 일자리를 지키지 못했지만 포드 노동자들과 동등한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주요 요구는 따냈다. 이렇게 되자 최소비용으로 노동자를 해고하려 했던 포드/비스테온 측의 의도는 산산조각 났다. 이것은 결의에 찬 저항으로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을 다른 노동자들에게 보여 줬다.

노조 지도부의 동향은 어떤가? 그들은 자동차 산업의 일자리 위기를 협상으로 극복하려 하며, 웬만하면 심각한 투쟁은 피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복스홀이나 다른 공장의 많은 일자리들이 위험에 처해 있는데다, 고용주들이 이윤을 지키기 위해 작정하고 노동자를 해고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노조 지도자들은 노동당이 MG로버[영국 롱브리지에 있던 자동차 회사. 지속적인 판매부진으로 이리저리 팔려 다니다, 2005년 중국 난징자동차그룹이 공장을 중국으로 가져가면서 사라졌다-옮긴이] 국유화를 통해서라도 롱브리지[지역의 자동차 공장]를 살렸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들은 노동당 정부와 관계를 회복하는 전략을 택하면서 그런 비판을 접었다. 이 같은 태도는 워윅협정[2004년 노조와 노동당정부가 노조-노동당 연락위원회를 설치하고 다양한 문제를 논의하기로 워익대학에서 협정을 체결한 것-옮긴이]에 구체화된 바 있는데, 여기서 노동조합은 자신의 ‘백화점식’ 요구사항을 정부가 들어줄 것이라는 공허한 약속을 믿고 노동당의 세 번째 집권을 위한 선거 캠페인을 돕기로 약속했다.

그때의 약속들은 현재까지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로버 자동차 공장은 싸워 보지도 못하고 폐업됐다. 얼마 안 돼 똑같은 일이 푸조에서도 반복됐다. 노조의 잘못된 접근방식 때문에 벌이진 일이다. 핵심 제조업에서 수천 명의 노조원을 잃었다. 반면에, 비스테온은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훨씬 더 낳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물론 ‘우리는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며 투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고용주들은 임금 동결·조업 단축·일자리 감축으로 이윤을 회복해야 생산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회주의자들도 자동차 산업의 일자리를 살리고 싶다면, 결국 동일한 조처에 찬성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다. 자동차 산업 고용주들에게 이윤을 창출해 주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있다.

1970년대 루카스 같은 회사의 노동자들은 자동차 부품이나 군사 장비 생산에서 사회적으로 유용한 제품을 생산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 줬다. 자동차 노동자들은 버스, 전차, 기차, 구급차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대안은 기업주들의 우선순위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기업주들이 원하는 것은 자동차 생산에서 이윤을 얻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대안은 추상적으로 제기될 수 없다. 노동자들은 오직 투쟁을 통해서 교통 체계를 포함해 사회를 조직하는 새로운 방식을 창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소셜리스트 리뷰》 2009년 6월호

번역 김승현·천경록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월간지 《소셜리스트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