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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악마’와 연대할지라도 ‘영혼’은 팔지 말아야 한다

지난 호 독자편지 ‘민주주의 혁명을 위해서는 ‘악마’와도 연대할 줄 알아야’에 공감과 이견이 있어 적는다.

진보 진영이 원하는 변혁은 단순히 투쟁으로 돌파하자고 외치는 것만으로는 쟁취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가 여타 정치세력과 언제, 어떻게 연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대의 철학과 원칙’의 재확인이 필요하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아무것이나 연대의 ‘철학과 원칙’이라고 지칭할 수는 없다. 그것은 역사적인 투쟁 경험들의 성공과 패배를 분석해 일반화한 이론에 기반을 둬야만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revolution은 MB를 거꾸러뜨리기 위해서는 악마와도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민주당과의 연대의 당위성을 말한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지속적인 ‘민주전선’을 이루기 위해서는 진보 진영은 자신의 목소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진보정당의 개혁적인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심지어 선거전술로서도 낙제점이다.(민주당이 할 수 있는 주장만 펴는 민노당, 진보신당을 뭐하러 민중이 찍어주겠나. 더 크고 더 유명한 민주당을 찍지.)

더 안 좋게는 진보 진영이 제 목소리 내기를 포기함으로써 대중에게 대안을 알릴 수 없다는 점이다. 대중은 이미 민주당의 말뿐인 개혁과 한나라당과 거의 다를바 없는 신자유주의 정책때문에 정치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있다.

반MB 또는 반한나라당 전선을 위해 진보 진영이 민주당을 붙잡고자 자신의 주장 펴기를 주저한다면 그 결과는 신자유주의를 지지했던 중도좌파와 연정을 했던 이탈리아 재건공산당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 재앙이 될 것이다. 결국 대중에게 정치에 대한 환멸감만 심어주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민주당이 반MB 전선에 일관되게 동참하리라 보기도 어렵다.

선거로 뽑은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없다는 그들의 발언도 그렇거니와 지금의 반MB 정서를 만든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서도 민주당의 책임은 가볍지 않다. 또한 최근 민주당의 ‘뉴민주당 플랜’은 민주당 스스로 한나라당의 2중대라고 불려도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할 만큼 우파적이다. 지금은 노무현의 죽음을 기회삼아 공세를 취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민주당의 행보를 봤을 때 그들이 얼마나 일관되게 MB의 정책들에 반대할지는 회의적이다.

권력의 침몰은 전 사회적 변혁을 촉발시키는 엄청난 충격과 파장을 초래할 것이며 반드시 진보 진영이 주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말도 옳고, 이를 위해 악마와도 굳건히 손잡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는 말도 옳다. 그러나 악마와 연대하더라도 ‘영혼’을 팔아선 안 된다.

민주당과의 ‘조건없는’ 연대는 그야말로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것이고, 목적을 잊고 수단에만 경도되는 것이다. 대중의 신뢰를 잃을 것이 분명한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변혁이 아니라 사소한 개혁조차 불가능하다.

트로츠키는 공통의 적에 대항해 악마와도 손잡아야 한다고 했지만 그것이 우리의 손발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우리는 MB에 맞서 사안별로 민주당과 연대를 하더라도, 그들의 신자유주의 정책 같은 우파적 행태에 침묵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