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S는 비정규직‘보호’법에 따라 직접 계약돼 있던 비정규직 노동자 중 계약이 만료된 노동자들에게 해고 대신 파견회사로 가거나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재계약하라고 강요하며 이에 불응한 비정규직들을 해고했다.

불난집에 부채질하듯 KBS는 자회사 ‘KBS 미디어텍(가칭)’ 설립에 본격착수했다고 밝혔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본사 연봉계약직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해 고용 안전을 확보해 준다는 사탕발림말을 늘어놓으며 말이다. 그러나 KBS가 만들고자 하는 이 자회사는 실제 뚜껑을 열어보면 하청업체에 불과해 고용은 비정규직이나 다름없다.

KBS는 비정규직의 투쟁으로 뜨거운 맛을 보자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투쟁을 원천봉쇄하고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끈도 원천 봉쇄하겠다는 심산이다.

방송국의 시스템에는 다양한 분야가 존재한다. 그런데도 방송국의 정규직 채용정보를 보면 PD, 아나운서, 기자, 기술 등 다섯손가락을 넘지 않을 만큼의 극소수 분야만을 채용하고 있다. 이제 정규직으로 채용되고 있는 분야들도 자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채용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방송국은 왜 노련하고 안정적으로 방송을 제작하는 노동자들을 외부업체 등으로 방출하지 못해 안달을 할까? 제작비용을 줄일 수 있고 더불어 하청업체들이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열악한 방송 제작 시스템 속에서 하청업체들이 저작권 등 예민한 부분을 위반할 경우 본사는 이를 모르쇠하며 책임을 뒤집어 씌운다.

지금처럼 케이블TV와 외주제작사의 난립은 시청률 경쟁 속에서 더욱 질낮은 방송을 강요하게 된다. 방송제작시스템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6개월 단위로 제작사를 밀어내는 이른바 ‘플래툰 시스템’으로 외주제작사들의 목줄을 잡고 흔들고 있다. 그리고 방송된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방송국이 가로채는 일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말 그대로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받는’ 것이다.

방송국의 구조적 문제점을 낳고 있는 이러한 제작시스템을 이용하는 또다른 이유는 바로 노동자들의 단결된 저항과 파업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MBC 노조가 미디어악법에 반대하는 요구를 들고 파업을 결의했을 때 정작 TV프로그램 송출에 큰 영향이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아침방송부터 드라마 예능까지 외주제작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대체 투입할 인력이 많기 때문이었다.

노조 조끼도 없는 미조직 외주제작사의 노동자들은 파업의 빈 자리를 메우느라 어김없이 일선에 투입된다. 따라서 외주화 문제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과도 분리되지 않은 문제임을 알 수 있다.

힘든 투쟁으로 여름을 나고 있는 KBS 비정규직 사원들이 승리해 방송계 종사 노동자들이 자존감을 지키며 개선된 제작환경에서 일할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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