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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위선에 장단 맞추는 노무현

노무현의 참모들은 “앞으로 북한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겠다”고 말한다. 미국에 대해 하겠다던 말은 쑥 집어넣은 채 말이다.

남북 장관급 회담에 참가한 남측 대표단은 처음부터 핵 문제를 놓고 북한에 강한 압박을 가하겠다는 입장이었고, 덕분에 우익계 〈조선일보〉(4월 28일치)로부터 칭찬을 들었다.

노무현 정부는 미국의 위선적인 대북 압박 장단에 맞춰 “핵무기를 폐기하라”고 북한에 촉구하고 있다. 이 문제에서 노무현은 미국의 우익 군장성보다도 더 할 말을 하지 않는다. 찰스 호너 전 미군 장성은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 핵무기는 심각한 정치적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 때문에 우리는 북한에 이렇게 말하기가 곤란해진다. ‘당신들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니 끔찍한 사람들이다.’ 미국은 수천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실제로는, 미국은 1만 6백기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이런 미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비난하는 것은 순전한 위선이다.

북한이 핵 무기를 개발하지 않을 수 없게끔 상황을 몰아간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이다. 미국은 한국 전쟁 기간에 북한과 중국에 핵무기 사용을 위협함으로써 한반도에 핵 위협을 먼저 끌어들였다. 비밀 해제된 문서에 따르면 미국은 1951년 말 ‘허드슨 하버 작전’에서 B-29 폭격기를 동원해 평양에 모의 핵 폭탄을 투하했다. 1957년에 미국은 휴전 협정을 위반하면서 한반도에 핵무기를 들여왔고, 1976년부터는 핵 전쟁 연습을 시작했다.

미국은 1991년에 남한과 태평양 함대의 항공모함에서 전술 핵무기를 철수시켰지만, 핵무기의 재반입을 배제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핵 잠수함을 태평양에 계속 배치해 놓고 있다.

물론 북한은 근본적으로 남한과 꼭 마찬가지로 비민주적이고 억압적인 사회이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 핵을 빌미로 북한을 압박한다면, 우리는 미국의 대북 적대와 압박을 반대하고 이에 동조하는 노무현 정부에도 반대하면서 미국의 핵무기와 군사주의를 과녁으로 삼아 투쟁해야 한다.

이것이 다른 국가들의 핵무기는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핵무기나 북한의 핵무기가 핵무기이긴 마찬가지라는 추상적 인식은 실천에서 양비론의 태도를 낳는다. 그리고 미국의 대북 적대와 압박에 반대하는 일을 실천에서 기피하게 만든다.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하려면 국가간 군사적 경쟁과 갈등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제국주의 세계 체제를 제거해야만 한다. 그러기 전까지는 주된 위험과 부차적인 위험을 구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