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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정치학

영국 정치가 얼마나 부패했는지 보여 주는 매우 명백한 증거들이 지난주[7월 둘째 주] 새로 드러났다. 의원들의 비자금 수수나 불법 도청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것은 아프가니스탄과 관련돼 있다.

지난 열흘 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 영국군 15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그 중 8명이 하루 만에 죽었다), 영국 언론은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한 가지 질문이 빠져 있었다. 영국군이 계속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해야 하는가?

늘상 보는 각계 인사들, 즉, 장관들, 퇴역 군장성들, 외교관들(이들 중 다수는 이라크인들이 흘린 피에 책임이 있는 자들이다),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출신의 멍청한 전직 장교들 등이 카메라 앞에 도열해 자신들의 주장을 강변했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의견 일치를 보이는 것이 하나 있다. 영국은 미국, 다른 나토 회원국들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견해가 평범한 대다수 영국인들의 견해를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 ‘BBC라디오5라이브’가 지난 3월에 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 60퍼센트가 정부의 주장, 즉 영국이 아프가니스탄 점령에 계속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디언〉은 56퍼센트의 사람들이 연말까지 아프가니스탄 주둔 영국군의 철군을 바란다는 ICM[영국의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여론조사 보고서를 인용해 놓고는 놀랍게도 이런 머리기사를 실었다. “전쟁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확고하다.”

언론은 대다수 영국인들의 견해를 체계적으로 차단한다. 만약 전쟁저지연합의 대표자가 ‘투데이’나 ‘채널4뉴스’와 인터뷰를 한다면, 인터뷰 장면은 틀림없이 사람들이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가 버릴 것이다.

언론이 유일하게 비중 있게 다뤄 주는 평범한 사람들은 전사한 영국 병사의 부모들이다. 언론이 이들의 목소리를 담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것이지만 죽은 병사의 부모들은 자연스레 자신들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사태를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즉, 병사들에게 적절한 장비가 지급되지 않아서 그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고든 브라운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것은 전혀 아니다. 토니 블레어가 이라크와 관련해 내뱉은 거짓말들이 폭로된 뒤로, 정부는 “우리의 용감한 병사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감정적 호소 뒤에 숨어 왔다.

이제 이 책략은 고든 브라운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죽은 병사의 가족들의 주장은 아프가니스탄에 더 많은 군대와 물자를 보내야 한다는 야당들(보수당뿐 아니라 이 전쟁을 지지한 한심한 자유민주당까지), 친보수당 언론들, 군장성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이 논쟁은 공공부문 삭감 논쟁과 맞물리기 시작했다. 지난주 토요일[7월 11일] ‘투데이’에 출연한 죽은 병사의 부모는 국방비를 늘리고 그밖의 다른 부문을 더 많이 삭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 앞에서 우리는 아주 단순한 진실 하나를 말해야 한다. 영국 병사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죽은 것은 그들의 장비가 낙후해서가 아니라 단지 그들이 아프가니스탄에 있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군대를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두 가지 논리가 있다.

첫째 논리는 버락 오바마가 ‘스카이’와 한 인터뷰에서 밝힌 것이다. “우리는 이번 여름 치열한 전투가 있을 것이란 점을 알고 있었다.” 다시 말해, 이것이 모두 계획의 일부라는 것이다. 2007년과 2008년 미국이 이라크에 증파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지상군 투입을 늘리면 저항이 잦아들고 저항세력이 붕괴할 때까지 희생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항세력과의 전쟁에서 언제나 중요한 것은 정치다. 미국이 이라크를 안정시킬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수니파 저항세력을 매수한 것이다. 10만 3천 명에 이르는 수니파 저항세력은 점령군보다 시아파가 주도하는 이라크 정부와 알 카에다가 더 큰 위협이라고 생각했고 점령군 편에 붙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아직 이런 조짐은 없다. 나토는 여전히 탈레반에 맞서 부패하고 인기 없는 카르자이 정부를 지원하고 있다. 반면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남부에서 확고히 뿌리를 내렸고 전술적으로도 갈수록 영리해지고 있다.

둘째 논리는 오바마와 브라운 모두 활용하고 있다. 브라운의 말을 인용하면, “우리의 목표는 명백하다. 테러가 영국 거리에 얼씬도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베트남 전쟁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된 도미노 이론의 재판이다. 요컨대, ‘만일 우리가 카불에서 철수한다면, 탈레반이 런던을 덮칠 것이다.’

이 주장이 놓치고 있는 점은 탈레반이 베트콩과 마찬가지로 민족주의자라는 것이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아프가니스탄 주둔 외국군이 모두 철수하는 것이지 다른 나라를 침공하는 게 아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대중의 의식이 정치인들보다 앞서 있다. 지난 3월 유고브[영국의 여론조사 전문 기관]가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64퍼센트가 탈레반과의 협상을 지지했다.

민주주의는 정말 위대한 사상이다. 언젠가 영국에서 민주주의가 가능할 것이란 희망을 잃지 말자.

번역: 조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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