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은 이명박이 집권 초반부터 추진하려던 악법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해 촛불항쟁의 여파와 언론노동자들의 파업에 부딪혀 이명박은 이 한 쟁점에서조차 후퇴에 후퇴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런 저항 때문에 미디어법 문제는 전국적인 정치 쟁점으로 부상했다.

미디어법의 수혜자가 될 보수 언론들의 압박이 거센 가운데, 다른 한편으로는 각계각층의 반정부 시국선언이 빗발치고, 검찰총장으로 내세웠던 천성관이 부패 문제로 낙마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계속 후퇴를 할 수도,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던 이명박은 결국 미디어법 상정을 강행했다.

그러나 초라한 지지율 속에 허우적거리던 이명박이 미디어법을 통과시킬 수 있었던 유일한 방식은 결국 정당성·합법성이 결여된 부정투표와 날치기뿐이었다. 미디어법의 처지는 정당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악마에게도 임기를 보장해 주는) 자본주의적 법에 의해 꾸역꾸역 정치생명을 연명하고 있는 이명박의 처지와 다름 없어 보인다.

미디어법 날치기 이후의 사태는 날치기가 이명박이 승기를 잡은 계기이기는커녕 자충수일 뿐임을 보여 주고 있다. 국회가 마비돼 할 일이 없어 밖으로 등떠밀린 한나라당의 ‘시장 어묵 쇼’ 2탄은 냉랭한 반응만 사고 있다.

미디어법에 대한 대중적 반대도 계속되고 있다. 지역 촛불모임과 대학생, 법조인 들도 미디어법 무효 선언과 항의 행동을 잇달아 계획하고 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이 애초에 표명했던 대로 의원배지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 국회에서 민주주의는 불가능함을 천명하고 거리로 나와 저항을 촉구했다면 여진은 더 강력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반발의 양상이 폭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분노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불을 피운 것은 단지 미디어법만이 아니다. 이윤을 고스란히 챙겨서 ‘먹고 튄’ 상하이차 대신 위기의 속죄양이 된 쌍용차 노동자들의 절박한 점거 투쟁은 경제 위기에 언제 직장에서 쫓겨날지 모르는 다른 노동자들의 가슴에 동병상련의 불길을 붙이고 있다. 서민을 위해 쓸 돈은 없다더니 4대강 정비에는 22조 원이나 쏟아붓는 이명박의 행태도 불길을 붙이고 있다.

이명박도 이런 성난 민심을 느끼고 있다. 이 때문에 허겁지겁 성난 민심을 잠재워 보려는 ‘친서민’ 시늉을 하고 있다. 그래서 쌍용차 파업에 물을 끊고 테이저건을 쏘아대다가 최근 갑자기 협상을 재개했다. 등록금 후불제 도입과 입학사정관제 도입 등 ‘친서민’ 교육 정책도 발표했다. 그러나 후불제 도입은 그것과 동시에 저소득층 학비 지원을 없앤 조삼모사고, 입학사정관제는 컨설팅 10회에 3백50만 원 받는 고액학원을 낳고 있다.

이명박의 본심은 ‘친서민’ 시늉으로는 가려지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는 오늘도 한 대학노조 활동가를 국정원으로 잡아갔고, 시위 저지 차벽전용차를 개발하고, “기업 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비정규직 악법에 대해 “인기에 연연해하지 말고 … 꼭 이뤄야 할 과제라는 사명감을 갖고 대처해 달라”고 주문했다. 기업의 법인세·소득세 감면 등 부자 프렌들리도 유지하기로 했다. 이명박에게는 이것이 바로 경제 위기를 헤쳐나갈 “출구 전략”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분노와 반감이 계속 쌓일 날만 남았다. 우리의 “출구 전략”은 단순히 다음 선거에서 “전국민적 선거 참여”(7월 25일 미디어법 통과 항의 집회 때 국회의원들이 외친 구호)하는 것으로 한정할 수 없다. 우리의 분노를 그때까지 유예시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저 소심하고 갈팡질팡하는 민주당 의원 몇 명 더 만드는 방식으로는 이 분노를 해소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훨씬 더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이명박을 지금까지 비틀거리게 만들어 온 아래로부터 저항이다. 따라서 8월 15일에 예정된 이명박 정부에 맞선 집회에 참가하자. 이처럼 탄압과 경제 위기가 주는 불안감 속에서도 저항의 자신감을 고무하고 운동을 조직할 지도력 있는 운동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특히, 아직은 경제 위기 충격에 움츠려 있는 노동자들의 잠재력이 발휘돼야 한다. 1997년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 통과 때 노동자들은 전국적 파업을 통해 기업주들과 정권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바로 이런 힘이 지금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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