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향신문〉은 데니스 에이버리, 프레드 싱거 등이 쓴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 서평을 실었다.

진보적 언론으로 여겨지는 〈경향신문〉 편집진이 왜 대표적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인 에이버리와 싱거의 책을 소개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어떻든 다른 견해를 들어보는 게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돈과 시간 투자 이상의 값어치는 충분해 보인다”는 취지라면 저자들의 의도에 말려든 셈이다.

책에 담겨 있는 과학적 정보들의 일부는 진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60~80퍼센트 감축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성이 없다’는 게 저자들의 결론이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다. 또 기후 변화는 단순히 자연의 순환에 따른 것이므로 현재의 기후 변화에 기업들이 책임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결론을 이끌어 내려고 저자들은 여러가지 정보들을 ‘제 논에 물 대기’ 식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지금의 기온 상승이 1천5백 년 단위의 기후 변동일 뿐’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

과학자 수천 명이 동참한 유엔 산하의 IPCC(기후변화에 관한 국가간 패널) 보고를 보면 지난 65만 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단 한 번도 3백ppm을 넘은 적이 없다. 그러나 산업화가 시작될 무렵인 1750년 이래로 꾸준히 증가한 이산화탄소 농도는 2005년 현재 3백79ppm이다. 지난 65만 년 동안 이산화탄소 농도와 평균 온도는 거의 언제나 함께 오르내렸다. 그리고 고기후학 연구들은 수억 년 전 지구 평균 기온이 6℃ 가까이 오른 적이 있음을 보여 준다. 대규모 화산 폭발 등으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배출된 결과였는데, 당시 급격한 기후 변화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95퍼센트가 멸종했다.

그런데 저자들은 왜 이런 주장을 펴는 것일까?

지구온난화가 진행중이고 그 원인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뒤 화석연료(석유, 석탄) 기업들과 자동차·시멘트 기업들은 혹여 자신들에게 어마어마한 부를 안겨주는 산업이 위축될까 봐 전전긍긍했다. 그리고 이들은 정치인들에게 로비를 하는 한편 지구온난화라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기 위한 연구소들을 설립했다.

그들의 전략은 지구온난화론을 정면에서 반박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반대 의견도 있다’는 식으로 물타기를 하는 것이다. 이런 반론은 진지한 사회적 논의 자체를 가로막는 효과를 낸다.

미국의 ‘우려하는 과학자 연합’은 2007년 1월 발표한 ‘진실 은폐와 온난화’라는 보고서에서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싱거가 세계 최대의 석유 회사 중 하나인 엑손모빌이 후원하는 연구소 11곳에 가입해 있고 그 자신이 설립한 “과학과 환경 정책 프로젝트” 연구소는 엑손모빌에서 2만 달러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데니스 에이버리가 속한 허드슨 연구소는 엑손 모빌에게서 2만 5천 달러를 받았고 담배의 유해성 논란이 벌어지던 당시 필립모리스 사에게서 15만 달러를 받았다.

허드슨 연구소는 몬산토, 카길 등 세계 최대 농화학, 식품 기업에서도 후원을 받는데 데니스 에이버리는 1993년에 “유기농 식품이[유전자 조작이나 농약을 사용한 식품에 비해] 더 많은 암을 발생시킨다”는 황당한 주장을 한 바 있다.

이들이 제시하는 정보들이 과연 사실인지 더 알고 싶다면 저명한 환경운동가인 죠지 몬비오가 쓴 《CO2와의 위험한 동거》(홍익출판사)를 추천한다. 프레드 싱거가 인용한 연구소들에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확인한 결과, 몬비오가 직접 들은 말은 프레드 싱거의 주장이 “완전히 쓰레기들”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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