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일 한국여성의전화는 한국을 방문한 시린 에바디를 초청해 여성인권에 관련한 세미나를 열었다. 시린 에바디는 이슬람 국가로 알려진 이란에서 민주주의와 여성 인권을 옹호하는 활동을 해 왔다. 그런 만큼 그녀는 이슬람 국가의 여성 억압에 비판적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은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신분증조차 없었다. 여성은 운전을 할 수도 없다. 바레인과 쿠웨이트 같은 국가에서 여성들은 신분증은 있지만 2등 시민이다. 아들을 많이 낳을수록 여성의 가치가 높아진다. 여성들은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아들 이름으로 불린다. 여성이 교육받으려면 남편과 아버지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이란은 혁명 이후 도입된 법들에서 여성의 가치가 남성의 절반이다. 예를 들면 남성 증인 1명과 여성 증인 2명의 가치가 같다. 여성이 여행이나 일을 하려면 남편의 허락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여성 억압이 이슬람 때문이라는 주장에 반대했다. 여성 억압은 비이슬람 국가에서도 보편적 현상이다.

“어떤 국가도 여성 권리를 완전히 보장한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는 21세기, 지식과 기술이 매우 발전된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나 세계 인권상황은 그런 발전에 미치지 못한다. 세계 어디든 여성은 남성과 평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억압받고 있다.

“한국의 경우 여성 강간, 폭력 문제가 여전하다. 여성 대통령이 없었고, 경제적으로도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이 소유하고 있다. 이것은 남성이 숫자가 더 많거나 더 많이 교육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북유럽에서는 여성이 평등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핀란드에 갔을 때 한 활동가가 유로 모양에서 4분의 1이 없는 배지를 내게 주었다. 여성노동자의 임금이 남성의 4분의 3밖에 되지 않는 것에 항의하는 배지였다.

“아프리카의 소말리아, 수단, 나이지리아에서는 여성할례가 이루어지고, 여성이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슬람 율법이 그 원인이라는 의견에 반대한다. 여성차별은 특정 종교와 관련이 없다. 전 세계에 여성차별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에서 여성할례가 성행하는 곳은 기독교 국가들이다. [힌두교가 지배적인] 인도도 여성의 지위가 매우 낮다. 지참금 때문에 여성을 살해하거나 자살하는 경우도 있고, 남편이 죽은 뒤 부인을 함께 매장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낙태율이 매우 높은데, 한자녀 정책 때문에 여아 낙태가 이루어진다.”

그녀는 미국의 전쟁이 이슬람으로부터 여성을 해방시킬 것이라는 주장에도 비판적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미국이 점령한 뒤 예전보다 진보적인 법안이 통과됐다. 헌법에서 의회에 여성의석을 보장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남성 국회의원들이 반대하면 여성은 의회에서 쫓겨난다. 카불에서만 여성들이 비교적 자유롭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다. 소도시와 시골에서는 여전히 부르카를 쓰고 집 안에서 가사를 전담한다. 탈레반은 여학교에 불을 지르고 여학생을 화형시키기도 한다.

“이라크는 미국의 침공 이후 근본주의자가 늘어났다. 근본주의자들의 첫 타겟은 여성의 자유와 평등이었다. 사담 후세인 때보다 여성차별이 심해졌다고 한다. 미군은 이라크에 민주주의도 가져다주지 못했고 여성의 처지도 악화시켰다.”

시린 에바디는 해결책으로 여성과 남성이 여성차별에 맞서는 것과 함께 빈곤과 민주주의 억압에 맞설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오늘날 이슬람은 여성 억압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린 에바디의 지적처럼 여성차별과 억압은 이슬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슬람이 유독 여성을 억압한다는 편견은 때로 이슬람 여성들의 처지를 악화시킬 뿐인 서방의 제국주의적 압력과 전쟁에 일관되게 맞서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 이런 편견은 여성차별을 유지하고 진정한 여성평등에 조금도 관심 없는 서방 지배자들에게 면죄부를 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