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이 파견한 선거 감시단 단장은 지난주(8월 20일) 아프가니스탄 선거를 “공정” 선거였지만 “자유” 선거는 아니었다고 묘사했다.

현 대통령 하미드 카르자이에게 유리하게 표를 조작하고 일부 유권자들의 투표 참가를 방해한 사례들이 보고됐다.

문제투성이 선거는 미국과 나토군이 점령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아프가니스탄이 여전히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음을 보여 줬다.

유럽연합 선거 감시단은 아프가니스탄 유권자들이 “상당한 방해”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여성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수백 곳의 투표소는 아예 문을 열지 않았다. 탈레반의 영향력이 강력한 남부뿐 아니라 중부와 북부에서도 그랬다. 선거 감시단은 여성 후보들이 위협을 받았고 선거 보도에서도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야당 후보]압둘라는 투표 참가율이 10퍼센트밖에 안된 남부의 투표함에 유권자 40~45퍼센트에 상당하는 수의 표가 들어 있었고 대부분 카르자이를 지지하는 표였다며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점령군과 주류 언론은 이번 선거가 점령이 가져다 준 선물이라고, 탈레반과 기타 아프가니스탄 저항세력에게는 대단한 패배라고 선전했다.

그러나 이것은 허풍이다. 점령군은 카르자이가 1차 투표에서 당선을 선언하면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의심이 더 커질까 봐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2001년 탈레반을 권좌에서 몰아낸 후 카르자이를 대통령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카르자이는 부패와 저항세력을 제대로 소탕하지 못한 것 때문에 미국 정부의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상원의원 리차드 케이시는 지난주 카불의 주아프가니스탄 미국 대사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카르자이에 대한] 미국의 인내심이 언젠가는 바닥이 날 것”이라 말했다.

이 기자회견에서 상원의원 쉬로드 브라운은 이렇게 덧붙였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다음주에 선거 결과를 공표해야 할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점령군의 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주 미군 합참의장 마이크 뮬렌은 아프가니스탄 저항세력의 힘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탈레반에 맞서려고 1만 7천 명을 ‘증파’했지만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뮬렌은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심각하며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탈레반 저항군의 전술이 점점 정교화하고 세련되지고 있다” 하고 토로했다.

지난주 아프가니스탄 미군 총사령관은 더 많은 미군과 나토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는 올해 초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병력 수 3만 2천 명을 연말까지 6만 8천 명으로 늘릴 것을 명령했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과 나토군 신임 사령관인 스탠리 맥크리스탈 장군은 추가로 4만 5천 명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오바마는 파키스탄 탈레반 지도자 바이둘라 메수드의 죽음이 보도된 후부터 파키스탄군에게 파키스탄 탈레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오바마 정부로서는 우려스럽게도, 미국 국내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와 〈ABC〉 뉴스의 최근 공동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 51퍼센트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싸울 만한 가치가 없는 전쟁이라고 답했다. 지난달에는 45퍼센트였다. 또, 응답자 대다수가 아프가니스탄 파병군 수를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영국의 반전 정서는 더 강력하다. 지난주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9퍼센트가 영국군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가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또, 4분의 3이 아프가니스탄 전쟁 덕분에 영국이 더 안전해졌다는 영국 총리 고든 브라운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60퍼센트가 영국군이 최대한 빨리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해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