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0∼21일 열린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 수련회에서 중집위원 50명 중 압도 다수가 민주노총 직선제 시행 연기를 주장하고 일부는 아예 폐기를 주장했다고 한다.

인터넷 언론 〈레디앙〉도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을 인터뷰하며 세 차례 연재한 기획기사에서 “살 길인가 죽을 길인가”, “조합원은 직선제를 원하는가?”라는 제목을 통해 직선제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정파구도 하에서 부정선거 우려와 후유증이 클 것이다’는 주장에서는 직선제를 폐기하자는 의도까지 느껴진다.

그러나 2007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직선제 도입이 통과된 배경을 돌아보면 이런 주장들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선제 논의가 가장 활발하게 벌어지고 결국 통과된 시기는 2005∼2007년이었다. 2005년 초에는 민주노총 이수호 집행부의 ‘사회적 교섭’과 ‘노사정위 참여’추진에 대한 좌파 활동가들의 비판과 반발이 있었다. 그해 말에는 민주노총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의 비리와 이에 따른 집행부 총사퇴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 지도부의 타협주의와 부패에 대한 현장조합원들의 직접적 통제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직선제가 제기됐고, 2007년에 통과됐던 것이다.

네 차례 대의원대회 유회로 통과가 연기된 것에 대해 당시 민주노총 대변인이었던 우문숙 씨는 “내놓고 직선제를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컸음을 보여 준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통과된 것은 ‘우려’보다 직선제 ‘요구’가 더 컸음을 보여 준다.

간선제 선거에서 정파의 독주와 담합으로 인한 민주적 통제력 상실에 대한 해법으로 직선제가 제기된 배경을 보면 ‘직선제는 정파구도를 강화할 것’이라는 반대 논리도 설득력이 없다. 부정선거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간선제 아래에서도 부정선거 문제는 있어 왔다. 부정선거는 철저히 방지하고 차단할 문제이지 직선제 자체를 폐기할 이유가 될 수 없다.

“선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부패 등으로 노동운동이 끝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주장대로라면 1987년 당시 사회운동은 어떻게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따낼 수 있었을까?

직선제를 “정파 구도 아래 민주노총 위원장 당선이 어려운 쪽에서 … 가장 강력하게 들고 나왔다”는 주장도 직선제 의미를 폄훼하는 것이다. 정파 구도가 반영된 대의원대회에서 높은 지지율로 직선제가 통과됐다는 사실을 봐야 한다.

〈레디앙〉의 지적처럼 “직선제가 곧 혁신은 아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촛불항쟁과 올해 쌍용차 투쟁에서 보인 경제주의와 부문주의, 관료주의 등의 약점들을 극복하는 진정한 혁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직선제는 조합원이 민주노총의 지도부를 직접 선출하고 통제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힌다는 의의가 있다. 따라서 선거인단의 자격을 최대한 넓히고 상대적으로 조합비를 내기 힘든 비정규직이나 이주노동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민주노총 대의원에 대한 직선제로까지 확대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