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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절망의 일본열도》:
도대체 지금 일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르포, 절망의 일본열도》 가마타 사토시 지음, 산지니출판사, 264쪽, 14,000원

8월 30일 총선거(중의원선거)를 앞둔 일본은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기대로 가득하다.

일본의 여러 언론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전체 중의원 의석 4백80석 중 과반수가 넘는 3백20석을 무난히 달성해 압승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반면 장기 집권해 온 자민당은 1백 석을 간신히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월 12일 자민당 참패, 민주당 압승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낸 도쿄도의원선거와 마찬가지로 이번 총선은 신자유주의 정책과 보수화, 군국주의로의 회귀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온 자민당 장기집권 체제에 대한 일본인들의 불신과 분노,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 속에서 치러진다.

40년 넘게 일본의 신자유주의와 보수화, 군국주의로의 회귀 시도를 강력히 비판해 온 저자는 서문에서 “내가 이 책에서 전하고 싶었던 것은 일본 각지에서 권력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저항하는 이들의 존재”라며 그동안 한국에서는 잘 소개되지 않은 일본 노동자·서민의 척박한 삶과 이를 바로잡기 위한 투쟁들을 소개하고 있다.

2004년 개정된 일본의 노동자파견법은 대량의 파견 노동자와 이들에 대한 폭력조직의 중간착취를 합법화시켰다. 이들은 고용불안뿐 아니라 노숙자로 전락해 굶어 죽을 수 있다는 불안과 체불임금, 파견회사의 폭력과 살인에 노출돼 있다.

파견직에서도 쫓겨난 노숙자들은 신주쿠, 오사카 같은 대도시에 형성된 텐트촌, 파견마을로 흘러든다. 노숙자들은 언제나 불법파견업체의 먹잇감이다. 이들은 만성적인 임금체불과 폭력에도 불구하고 거리에서 얼어 죽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파견업체가 소개해 준 ‘한바(유료 숙식이 제공되는 노무자 합숙소)’로 향하는 봉고차에 올라탄다.

“노숙자는 인간쓰레기니까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해 노숙자를 익사시킨 16살 소년들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노숙자의 머리를 짓밟아 살해한 한 고등학생 등 “노숙자에 대한 소년들의 증오는 자신의 장래에 대한 공포로 점점 증폭되고 있다.”

격차사회의 현실 일본 오사카 고가도로 아래 늘어선 노숙자 천막들

도요타 방식

한국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우체국 민영화의 모델이 된 일본의 우정 민영화는 엄청난 정리해고 때문에 효율 향상은커녕 노동강도 강화로 남은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늘어나는 등 생명의 위기만 확대하고 있다. 이는 모두 예견된 일이었다.

고용 노동자 6만여 명 중 1만 명이 비정규직이라며 너스레를 떠는 도요타자동차 본사가 있는 곳은 도요타시 도요타초 1번지다. 도요타 그룹의 아무런 특색 없는 ‘도요타’라는 성(姓)은 “시의 이름이 됐고 회사 이름이 동네 이름이 됐다.” “마른 걸레도 짜라”는 도요타식 이윤추구의 모토는 ‘도요타 방식’으로 합리화돼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2006년 개악된 교육기본법은 “전쟁을 위한 ‘교육’을 허용”하는 ‘애국심 교육법’이다. 도교육청이 직접 나서 일선 학교의 교사와 학생, 학부모에게 강요하는 ‘히노마루’와 ‘기미가요’ 제창은 이들에 대한 사상검증의 수단이 되고 있다. 저항하면 가차 없이 체포되거나 면책, 해직 당한다.

《르포, 절망의 일본열도》에서 보여 주는 일본 사회는 ‘절망’적이다. 그러나 “낡은 권위와 가치관의 강요가 새로운 세대의 집단행동을 낳기 시작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과 투쟁, 교육기본법 개악에 맞선 투쟁에서 “다시는 제자들을 전쟁터에 보내지 말라”고 외친 교사들, 미군 재편 전략으로 신기지 건설이 추진중인 오키나와 헤노코 지역 주민들의 목숨을 건 해상 투쟁 등.

오는 8월 30일 일본 총선은 일본 노동자들이 자민당 장기집권체제와 앞서 언급한 일련의 정책들을 심판하는 장이 될 것이다.

저자가 전하고 싶다는 ‘저항’과 ‘연대’가 르포라는 형식상의 한계로 단편적이라는 점과 일본 운동 내 주류에 대한 저자의 실망과 환멸 때문에 전체 일본 운동을 이해하는 데는 다소 한계가 있지만, 도대체 지금 일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번 정권교체의 원동력이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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