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중앙대학교 학생들이 진중권 교수의 해임에 반대해 총장실 항의방문을 했다는 이유로 그 중 4명이 징계 위기에 처해 있다.

학교 당국의 징계 시도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면담을 요청한 학생들은 지난 9월 1일 총장으로부터 면담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총장은 갑자기 면담 약속을 미루고 상벌위원회를 먼저 소집했다. 대화 약속을 내팽개치고 징계 절차를 밟는 식으로 뒤통수를 친 것이다. 학교는 “총장의 기분이 상했다”며 괘씸죄를 적용하려 할 뿐, 어떠한 징계 근거나 명분도 없다. 게다가 학교측은 상벌위원회를 앞두고 학생들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잘못한 것이 없으므로 징계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잘못한 것이 없으니 어떠한 사과도 할 필요가 없었다.

징계 대상자인 대학원 학생 최영화 씨는 올바르게도 “학생들은 어떤 의미에서도 사과할 일을 하지 않았”고, 잘못한 것이 없으므로 상벌위원회에 참석할 이유도 없으며, 오히려 학교 당국이 근거 없는 징계 위협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학생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또다른 징계 대상자는 “우리의 행동은 정당하고 사과할 수 없”다면서도 동시에 “그러나 총장께 사과드리는 부분은 빨간 색종이를 총장 퇴진의 구호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음에 대한 도의적 사과”라는 입장을 냈다. 학교측이 계속 요구해 온 “도의적 사과” 요구를 사실상 받아들인 셈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명시적으로 총장 퇴진 요구를 한 적도 없고, 설사 퇴진 요구를 했다고 해도 그것이 사과할 일은 아니다. 결국 “도의적 사과”는 학교가 ‘학생들이 잘못을 스스로 인정했다’며 자신들의 징계 시도를 정당화하는 데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또,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하는 것은 징계에 반대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혼란을 낳고, 학교가 이 사과를 악용할 경우 학생들의 사기도 떨어질 수 있다.

상벌위원회 출석과 사과 요구를 둘러싼 논쟁 당시, 징계 대상자는 아니지만 징계대책위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던 ‘대학생 다함께 중앙대 모임’은 징계 대상자들의 입장이 통일되지 않아 사과를 거부한 쪽이 고립될 위험이 있었는데도 상벌위원회에 출석해 입장 표명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도의적 사과’를 하겠다는 징계 대상자의 주장을 추수했다. 그러나 ‘대학생 다함께 중앙대 모임’은 그 후, 당시의 입장을 자기 비판하며 어떠한 사과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공개 표명했다.

〈레프트21〉은 당시 상벌위원회 출석과 사과 요구를 거부한 학생의 입장을 지지해 그가 지난 9월 4일 상벌위원회 불참을 통보하며 학생지원처에 보낸 서한 전문을 본인의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학생상벌위원회에 보내는 공개 사과 요구 서한

본인은 지난 8월 17일(월) 본관 앞에서 열린 진중권 교수의 재임용 불가 조치에 항의하는 학생기자회견에 참가한 후, 여러 학생들과 함께 총장실을 방문했습니다. 바로 다음 날 학생지원처로부터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징계 통보를 받았고, 이후 이 사안과 관련해 학교본부 측에서 일방적으로 진행한 일련의 징계 절차와 그 진행 방식으로 인해 장기간 심각한 정신적·심적 고통을 받은 바, 이에 공개사과를 요구합니다. 학교본부 측에서 확인 후 사과하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교무처

1. 학생들의 수업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점: 2009년 2학기, 본인은 진중권 교수의 ‘문화비평론’ 강의를 수강하려고 했고, 본인 외에도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수강하려 했으나 갑작스런 진 교수의 해임 발표로 인해 강의가 폐강되어버렸습니다. 애초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는 다른 누구의 강의도 아닌, ‘진중권’ 교수의 강의였으므로 해임 직후, 시간강사를 찾지 않았다는 등의 책임을 학과에 묻는 것은 실로 교무처의 책임을 방기하는 일일 뿐입니다. 학생들의 수업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개강을 앞둔 시점에 진중권 교수를 해임함으로써 본인을 포함한 학생들의 수업권이 심각하게 침해된 점에 대해서 사과하십시오.

2. 진중권 교수의 해임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않은 점: 학교본부는 진중권 교수의 해임에 정치적 의도는 없으며 ‘원칙’만을 적용했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원칙의 적용이라는 해명에도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만, 설사 원칙이 문제였다고 하더라도, 진중권 교수의 교육자로서의 역량과, 진 교수의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열망을 고려했을 때, 얼마든지 대학의 재량권을 발휘하여 학생들에 질 높은 강의를 수강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의 재량권이란 필요 시 학교본부에서 발휘할 수 있는 예외적 권한인데, 교수 임용에 관한 책임부서인 교무처는 학생들의 항의와 반발, 요청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해명을 하거나 초빙교수 제안 등 대안을 찾기보다는 “왜 진중권 교수에게만 예외를 허용해야 하느냐?”는 식의 반문만 던지며 사태를 악화시켰습니다. 교무처의 진 교수 해임 결정으로 인해 학내분란이 가중되고, 학생들이 실제로 큰 피해를 입게 된 바, 원인을 제공한 부서로서 마땅히 사과를 해야 할 것입니다.

■ 학생지원처

막무가내 식 징계문자 통보와 전화 연락, 조교 소환, 진술서 강요 등으로 그간 본인을 포함해 학생들이 입은 심적 고통에 대해 사과하시고, 사실과 다른 내용(무단 침입)과 원칙에도 없는 징계조항(빨간 색지 부착)을 근거로 들어 적절치 못한 방식으로 징계 시도를 한 점에 대해서도 공개사과하시기 바랍니다.

1. 정확한 진상조사나 대화 이전에 징계통보 문자부터 발송한 점: 지난 8월 18일(화), 기자회견 다음 날에 학생지원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징계 예고 문자메시지를 몇몇 학생들에게 일괄적으로 발송했으며, 저 또한 받았습니다. “8.17(월) 총장실 무단침입으로 인하여 학칙 제5조 4호에 의거 징계 처리할 예정이오니 사실여부 확인을 위하여 8.20(화) 12시까지 학생지원팀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제대로 된 확인 절차도 없이 성급하게 징계통보 문자부터 발송한 결과, 총장실에 가지도 않았던 학생이나 취재차 방문한 기자까지 무차별적으로 징계통보 문자를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이 겪은 혼란과 불안에 대해 깊이 반성하시고 사과하시기 바랍니다.

2. 학칙에 근거하지 않은 사유로 징계를 내리려 시도하며 이를 ‘원칙’이라 왜곡한 점: 학생지원처는 〈학칙 제5조 4호〉(“학교 건물에 무단 침입하거나 학교건물을 점거하는 행위를 한 자”)까지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징계 처리를 선 통보한 후, 학생들이 당시 비서실 직원의 동의를 얻어 방문했으므로 ‘무단 침입’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규정에도 없는 ‘빨간 색지’ 부착을 근거로 징계를 하겠다며 말 바꾸기를 했습니다. 8월 20일, 학생지원처에서 이미 작성해서 이메일로 보내준 진술서에는 〈학칙 제5조 4호〉의 조항을 염두에 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두 번째 진술내용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15시 40분경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본관 2층 총장실로 직행하였고, 상기 학생은 이후 ①무단으로 총장 집무실에 진입하여 학생지원팀 직원의 ②퇴실 요구에도 불구하고, 머물며 ③성명서 및 붉은색 종이(Red Card)를 집무실 벽면에 부착하였음.” 본인은 17일 당일, 앞서 기술한대로 총장실에는 방문하였으나, 비서실 직원에게 출입허가를 받은 학생대표를 따라 아무런 제지 없이 총장실에 들어갔으므로 〈학칙 제5조 4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무단 침입’에 해당되지 않으며, 이후 직원의 퇴실 요구에 저항하거나 머물지 않고 바로 퇴실했기에 ‘점거’ 조항에도 해당되지 않습니다. 이는 지난 20일에 보낸 진술서에 대한 반박문에서 이미 상세히 밝힌 바 있습니다. 더욱이 규정에는 존재하지 않으나, 학교본부 측에서 징계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붉은 색지’조차 부착하지 않았으므로 학교 측에서 징계의 근거라고 밝히고 있는 모든 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징계대상자’로 분류한 후, 최초 징계통보 이후, 보름이 넘도록 사태의 진행 경과에 대해 여타의 연락도 취하지 않고 있다가 학생상벌위원회가 열리기 전날 밤에 소환 통보를 했다는 점은 그야말로 ‘무원칙적’인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원칙’이야 어쨌든 징계를 내리고야 말겠다는 의도로 보이므로 도저히 용납하기 힘듭니다. 이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합니다.

3. “진술 거부 시 상기 사건 개요의 모든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합니다”라며 진술을 사실상 강요한 점: 지난 20일, 정오까지 학생지원처에 방문해서 진술서를 작성할 것을 통보할 시, 학생처에서는 “진술 거부 시 모든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며 실상 진술을 강요했습니다. 징계의 성립 가능성 여부부터 내부적으로 면밀히 검토한 후, 신중하게 절차를 밟아 진상을 규명했어야 하는 일에, 징계 예고부터 서둘러 통보하고 미리 작성해놓은 진술서를 제시하며 진술을 거부하면 인정하는 것으로 알겠다는 것은, 절차적으로 완전히 잘못된 것입니다. 이러한 무원칙적, 비민주적인 징계시도 방식이 본인을 포함한 징계대상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었으므로 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합니다.

4. 독문학과 조교를 불러 총장실에 방문한 학생들을 확인하도록 요구한 점: 기자회견 후, 학생지원처에서는 학생들의 신원 확인을 문과대 행정실 측에 의뢰하였고 행정실에서 독문학과 조교를 소환하여 언론에 보도된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학생들의 신원을 밝힐 것을 요구한 것은, 해당 학생에게 ‘프락치’ 행위를 강요한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는 해당 학생뿐만 아니라 그 소식을 접한 많은 학생들을 분노하게 했습니다. 학생지원처에서 행한 신원확인방식은 학생들 사이에 분란을 초래하고, 해당 학생에게 심적 부담과 고통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확인 과정에서 학생지원처가 범한 과실을 인정하고 최소한 해당 학생에게라도 사과를 하시기 바랍니다.

5. ‘빨간 색지’에 대한 총장님 본인의 자의적 해석에 대해 학생들의 사과를 요구한 점: 지난 17일 최초 기자회견 때부터 단 한 번도 학생들은 ‘총장 퇴진’과 관련된 요구를 한 적이 없습니다. 성명서, 기자회견문 어디에서도 그와 같은 문구는 찾을 수 없으며, 현장에서 외친 구호에도 ‘대화 요청’은 있었지만 ‘퇴진 요구’ 따위는 없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학생들의 항의는 순전히 진중권 교수의 해임 사안으로 촉발된 것이었으며, 재임용을 요구한 것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지원처는 총장님 본인이 ‘빨간 색지’를 ‘퇴진 요구’로 오해한 것을 두고 학생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원칙에도 어긋나고 명분도 없는 징계를 강행하려다 반대에 부딪히자, “학생들이 먼저 사과하면 선처하겠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실제로 학생들이 총장퇴진 요구를 했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의 의사표명은 학칙에 근거해서 처벌할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하물며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사과를 하라는 것은 어떤 의도로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까. 이번 사태로 수업권을 침해당하고 징계압박에 시달리며, 학업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등, 실질적 피해를 입은 자는 학생들입니다. 학생들이 입은 피해사실에 대해서는 묵과한 채, 적절한 해명과 사과도 없이 사건의 조속한 해결만을 추진하는 학생지원처에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하며 위 사안에 대한 공개사과를 요구합니다.

6. 상벌위원회 이전에 진상조사위원회를 조직해 사실 파악을 면밀하게 하지 않은 점: 지난 18일 문자메시지로 징계 예고를 받고, 20일에 진술서에 대한 반박문을 보낸 후, 본인은 학생지원처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한 채 보름간 심적 압박감 속에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학생지원처에서는 진상조사위원회가 언제 열리는지, 상벌위원회는 열 계획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 당사자인 본인에게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어제(9/3) 밤에야 부총장님의 요구로 학과장님을 통해 상벌위원회 참석을 긴급하게 연락받았습니다만, 원칙에 의거, 애초 징계대상자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제가 징계여부를 논하는 그 자리에 참석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되어 참석을 거부했습니다. 다시 강조하건대, 절차적으로 진상조사위원회가 먼저 결성되어 실제로 상벌위원회를 열만큼 사안이 중한 것인지 여부를 확인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절차적 원칙마저 무시하며 성급히 상벌위원회를 연 것에 대해서, 그리고 그간 피해학생에게 아무런 연락조차 취하지 않고 방치하며 심적 고통에 시달리게 한 점에 대해 사과를 요구합니다.

7. 4명의 학생만을 표적 삼아 본보기 징계를 시도한 점: 당시 수많은 학생들이 총장실을 함께 방문했고, 학교 측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무단 침입’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식별한 몇몇 학생들만을 징계하겠다는 시도에서 그 어떤 교육적 함의도 찾아볼 수 없으며, 순전히 본보기식 처벌을 하겠다는 의도로만 읽힙니다. 무엇을, 그리고 누구를 위해 본보기를 보이겠다는 겁니까. 학생지원처는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학생들의 합법적인 항의방문을 ‘무단침입’, ‘난입’, ‘과격시위’ 등으로 묘사하며 사태를 왜곡, 악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과격시위대로 낙인찍는 중대한 과오를 범했습니다. 게다가 그 낙인 위에 ‘징계’라는 주홍글씨마저 덧입히려고 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4명의 학생들만을 본보기 삼아 낙인을 찍는 행위는 피해학생 본인에게도 엄청난 폭력일 뿐만 아니라, 학생들 간의 분열과 이간질을 조장하는 비겁한 행동입니다. 본인은 학생지원을 담당하는 학생지원처가 이와 같이 사태를 악화시키는 데 앞장섰다는 점에 분노를 표하며 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합니다.

2009년 9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