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표 정세균의 자서전 《정치 에너지 ― 더 진보적이고, 더 민주적이며, 더 서민적으로》는 흥미롭게도 조중동으로부터는 우호적 평가를, 〈경향신문〉으로부터는 혹평을 받았다.

이 책에서 정세균은 적잖이 이명박을 비판하지만, ‘공공의 적’에 대한 비판치고는 순하다. 반면 진보세력을 향해서는 가시 돋친 비판을 한다.  

예컨대, 그는 이명박에 대해 “내가 만나본 대통령은 오히려 지나치게 솔직했고” “여야로 갈라서 만나지 않았더라면 괜찮은 사람”이며 “개인적 선호를 떠나 어쨌든 그는 우리의 대통령”이라고 평가한다. 

반면, 정세균은 바로 그 대통령을 퇴진시키려 한 진보 세력에 대해서는 ‘무책임’하다고 비판한다. 

“거리의 촛불을 아름답다고 추앙만 하는 지식인이나 촛불을 횃불로 만들어 정권 퇴진에 나서자는 운동가에게는 동조하기 어렵다 … 눈감고 추상적 이념에만 몰두하는 일부 진보파의 주장을 볼 때마다 책임성의 결핍을 느낀다.” 

이 대목에서 정세균은 “촛불시위보다 투표를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최장집 교수의 말을 인용한다. 대중투쟁을 혐오하는 자본가 정치인의 계급적 본능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계급적 본능

그는 진보진영이 “실현 가능한 진보”에 무관심하고, “보통사람이 갖게 된 건전한 불만에 편승해 정치를 욕보이는 것으로 자기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며 “[보통사람들의] 기대에 상처를 입히고” “[정치를] 타락시킨다”고 맹비난한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실현 가능한 진보”의 사례는 대부분 한나라당과의 무원칙한 타협들이다. 그는 DJ정부 당시 노사정위원을 하며 정리해고를 합의한 일, 노무현 정부 당시 우파의 압력에 밀려 과거사법을 누더기로 통과시킨 일, 최근 한나라당과 언론악법 문제를 타협하려 한 일 등을 모두 ‘현실적 타협’이라며 자랑스러워한다. 따라서 ‘사람들의 기대에 상처를 입’힌 것은 진보진영이 아니라 민주당이다. 

자칭 “시장주의자”인 정세균이 진보진영의 뒤통수에 비난의 화살을 날리는 것을 보노라면 그 당과 전략적 동맹을 맺으려는 시도들이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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