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기업의 공기업화, 비현실적인 대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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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앞날이 그렇다. 이미 해고당한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1차 대량 해고에서 살아남은 노동자들조차 고용 보장이 불확실하다.
또, 경제 회복의 조짐이 있다고는 하나, 기껏해야 국가자본주의적 개입을 통한 자산가치 거품일 뿐이어서 머지않아 지금보다 더 재앙적으로 그 거품이 터질 수 있다.
그래서 노동자 고용 보장 대안 마련은 진보진영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다.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주요 요구들’에서 “부도기업의 국유화”를 주장해 왔다. “부도·파산 위협에 있는 기업을 국유화해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유기업은 이윤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운영돼야 한다.”
그러나, 쌍용차 투쟁에서 드러났듯이, 진보진영은 대체로 공기업화
아마 붕괴 이전 옛 소련 블록에서 스탈린주의가, 서구에서 사회민주주의가 도입한 관료적 국가 소유의 부정적 경험 때문인 것 같다. 이 때문에 국가를 잊고 지역적 대안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것은 또한 공기업화 자체를 모종의 사회주의적 조처로 이해하는 경향과 관계 있다.
그래서 사회주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공기업화를 반대한다. 그 반대 편에는 공기업화 자체를 사회주의라고 환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베네수엘라에서 차베스가 추진하는 국유화를 “21세기 사회주의”의 증거라고 본다. 노동자 혁명 없이 자본주의 국가의 산업 국유화를 통해 사회주의로 갈 수 있다는 주장은 옛 소련 블록의 붕괴에서 보듯이 재앙적이다.
공기업화 자체는 사회주의적 조처가 아니다
공기업은 자본주의 경제와 고립돼 있지 않다.
가령, 가스와 전기의 수요는 사적 자본주의의 경제 상태에 의존한다. 자동차·철강·기계 등이 시장에서 전반적으로 과잉생산돼 수많은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는 경제 불황이라면 가스와 전기 수요는 크게 하락할 것이다.
또, 가스와 전기 가격의 한도는 국제 자본가들의 경쟁에 의해 직간접으로 결정될 것이다. 자동차 수출업자, 기계류 수출업자, 선박 건조업자 들은 비용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그 압력이 가스와 전기의 가격을 기본적으로 결정한다.
임금 하락 압력이 강화되면 이들 공기업 노동자들의 임금도 공격 대상이 될 것이다.
즉, 공기업 경제 부문도 전체 경제의 일부다.
무상몰수
사실, 20세기 초 국유화는 국가 개입이 자본 축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자본가들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공기업화를 요구하는 것은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을 위해서다. 기업이 파산하도록 놔둔다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이것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논리다.
다른 경쟁 기업이 파산 기업을 인수하더라도 대량 해고는 피할 수 없다. 쌍용차는 경쟁 기업에 매각하기 위해 이미 수천 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공적자금 투입도
“부시 동지, 폴슨 동지, 버냉키 동지는 지금 USA를 USSRA
쌍용차 투쟁에서 자본가들의 손실을 노동자·서민의 세금으로 보상해 주는 공적자금 투입 요구
따라서
물론, 국제적·역사적 경험상 공기업화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마저 자동으로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공기업의 운영에 노동조합의 참여를 요구하는 투쟁이 필요하게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공기업 노동자들은 노동조건 방어와 함께 그 산업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 소비자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부도기업의 공기업화는 비현실적 요구가 아니다. 무엇보다, 세계 지배자들 자신이 경제의 재앙적 붕괴를 두려워 해 얼마간의 국가자본주의 조처를 취하고 있다. 우리가 이런 상황을 이용해 운동을 급진적으로 발전시킨다면 공기업화를 통한 부도기업의 노동자 고용 보장 대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