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누더기가 된 미군과 나토군의 아프가니스탄 점령 정당화 논리가 최후의 일격을 맞았다.

지난여름 아프가니스탄 남부에서 영국군 사상자가 급증하자, 군대변인은 이들의 죽음이 8월 20일 아프가니스탄 대선에서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 민주적 권리를 행사하는 데 필요한 희생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서방의 꼭두각시 구실을 해 온 현 대통령 하미드 카르자이가 대선에서 선거 부정을 광범하게 저질렀다는 의혹이 이제 진실로 굳어졌다. 9월 11일 BBC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 헬만드 주 바바지의 투표소 4곳 중 3곳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아프가니스탄 선거민원위원회(ECC)는 선거 부정 증거가 발견된 70여 개 투표소의 투표용지들을 개표 과정에서 제외했다.

“조사 중인 바바지 주 투표소들에서 투표용지 수천 장이 나왔는데, 한 선거감시단원은 자신이 있었던 투표소에서는 하루 동안 기껏해야 15명이 투표했다고 말했다.”

선거 부정이 의심받는 투표용지들은 대부분 카르자이를 찍은 표들이다. 선거 부정이 점점 분명해져 가자 신노동당의 외무장관 데이비드 밀리반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충격적인 말들을 쏟아냈다.

“아프가니스탄은 전쟁으로 파괴된 국가다. 나는 이런 곳에서 일어난 선거 부정에 흥분할 생각도,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강조할 생각도 없다.

“영국의 입장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프가니스탄의 새 정부가 먼저 신뢰할 만하고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세 가지, 즉 보안군, 정치적 통합력, 경제 재건 능력을 발전시킬 명확한 프로그램을 갖추는 것이다.”

달리 말해, 아프가니스탄 대중이 스스로 뽑은 정부를 갖는 게 아니라 서방이 바라는 정부, 즉 서방의 요구에 순응하는 정책을 가진 정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것과 이란의 마흐무드 아마디네자드나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가 선거 부정을 정당화한 논리가 무엇이 다른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물론 아마디네자드와 무가베는 틈만 나면 서방을 비난한 차이가 있다.

이를 통해 미국과 영국이 전하는 메시지는 자신의 꼭두각시가 저질렀다면 선거 부정도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들이 정말 놀라운 것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오바마 정부가 카르자이의 부패와 무능에 못견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달 전 카르자이와 공공연히 말다툼을 벌인 미국의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특사 리처드 홀브룩은 막상 카르자이의 선거 부정 증거가 발견되자 재선거 실시 가능성을 일축해 버렸다.

이것은 제국주의 열강이 자신의 꼭두각시 정부의 요구에 어떻게 휘둘리게 되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베트남 전쟁 후반, 미국이 북베트남과 평화협정을 맺는 데 어려움을 겪은 주요인 중 하나는 남베트남 대통령 응우옌 반 티에우의 생떼쓰기였다.

티에우는 미국의 군사력과 재정 지원 덕분에 권좌를 유지했다. 만약 미국이 그를 간단히 내쳤다면, 그것은 남베트남의 독립을 수호한다는 베트남 전쟁의 이데올로기적 정당성을 훼손했을 것이고 엄청난 정치적 혼란을 낳았을 것이다.

1963년 남베트남 대통령 응고 딘 디엠 정부가 전복되고 디엠이 암살되는 것을 방조한 존 F. 케네디 정부는 이 점을 깨달았다.

오늘날 미국과 그 동맹들도 비슷한 이유로 골치 아픈 카르자이를 쉽게 내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다른 부분에서도 옛 베트남 전쟁의 망령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타임〉과 〈데일리 메일〉의 보도를 보면, 나토 내 독일 점령군의 공중 폭격으로 쿤두즈 지역 민간인이 학살 당했을 때, 나토군 총사령관 스탠리 맥크리스털은 나토 사령부에 금주령을 내렸다. 〈데일리 메일〉은 그 이유를 이렇게 전한다. “카불의 나토 사령부에 있는 대원들은 ‘만취했거나 숙취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 총사령관의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나토군 병사들은 정말 자기 일을 즐기고 있는가 보다. 마치 〈지옥의 묵시록〉[베트남 전쟁을 다룬 반전 영화]의 한 장면 같지 않은가?

번역 조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