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은 지난 대선 때 ‘경제 살리기’와 중도·실용을 내세우며 전통적 한나라당 지지층뿐 아니라 일부 중도층의 지지까지 얻어 당선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이명박의 본색이 드러나고 ‘경제 살리기’가 실패하면 언제든지 떨어져나갈 수 있는 취약한 기반이었다. 실제로 집권 후 이명박의 친재벌·우파적 본색이 드러나면서 지지 기반이 붕괴했고 촛불항쟁 때는 정권 퇴진 위기까지 왔다. 세계경제 위기 속에 ‘경제 살리기’도 파탄나면서 위기는 악화돼 왔다.

그러나 최근 ‘경기 회복’과 이명박의 ‘친서민’ 위장전입 속에 멀어져 간 중도층이 일부 돌아온 듯하다. 하지만 한나라당 의원 남경필도 지적하듯이 이명박의 ‘친서민’은 “‘말의 정치’에 머물러 있다.” ‘해고는 살인’이라며 절규하는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지난 3년간 사용된 최루액의 95퍼센트를 쏟아붓고는 “스스로 일어나고자 하는 국민을 적극 도울 것”(이명박 라디오 연설)이라고 하니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선거 얘기 자꾸 하면 서민들이 짜증낸다”며 다가오는 각종 선거에서 패배를 걱정하는 이명박은 당분간 ‘친서민’ 위장을 계속할 것같다. 그러나 위장전입과 탈세 등을 기본 ‘스펙’처럼 쌓아 온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회는 이런 위장의 효과가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재산 평균이 33억 원에서 21억 원으로 줄었다고 ‘강부자’ 내각이 갑자기 ‘친서민’ 내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법치의 세 기둥인 법무장관, 검찰총장, 대법관이 줄줄이 불법 위장전입을 한 사실도 이 정부가 외쳐 온 ‘법 질서 확립’을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있다.

기업주와 “형제같이” 지내며 1천만 원을 ‘용돈’으로 받았다는 정운찬의 사례처럼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로 아로새겨진 체제 속에서 ‘흠 없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저들의 딜레마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의 대항마를 키워서 힘의 균형을 맞추고 견제한다는 전략도 나중에 갈등과 분열의 심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아킬레스건은 무엇보다 경제 위기다. 홍종학 교수는 지금 한국경제 회복 조짐은 “‘착각’에 불과하다. 돈 놓고 돈 먹기로 경제가 회복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한국경제가 깊숙히 연관된 세계경제가 여전히 위태로운 상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위기 이전인 2007년 때보다 금융 시스템의 문제는 더 악화했다”고 진단한다. 누리엘 루비니는 미국 금융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며 심지어 “1천 개 이상의 은행이 파산하면서 서서히 죽어갈 것”이라고 예견했다.

‘친서민’ 위장의 약발이 떨어지고 경제가 다시 추락하면 위태롭게 복원중인 이명박의 지지 기반은 또 다시 급속히 붕괴할 것이다. 그나마 딱히 대안이 없다는 대중적 정서만이 이명박이 기댈 언덕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 때 사학법 재개정을 위해 올인했건만 민주당은 언론악법 철회를 위해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벌써 “중산층의 신뢰를 받으려면 좌파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개혁적인 척하면서 반서민 개악을 추진하는 ‘서민 없는 친서민 정부 사기극’의 원조는 사실 민주당이다. 따라서 “차이를 넘어”서 “다시 한 번 민주주의 정부를 창출하기 위해 힘을 모으자”(민주통합시민행동)는 말에 혹해서는 안 된다.

상반기에 이명박의 질주를 부분적으로 저지한 것은 민주당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노동자·서민들의 반발과 투쟁이었다. ‘만사형통’이라던 이상득을 무대에서 내려가게 한 것도, 비정규직법 개악을 일시 중단시킨 것도, MBC 사장 교체 시도를 잠시 중단시킨 것도 이런 저항 덕분이었다. 그래서 정부가 공무원노조들의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에 신경질을 내는 것이고 이것이 그토록 통쾌하고 의미 있는 일인 것이다.

다가오는 10월 재보선에서도 진보진영은 단결된 대응을 해야 한다. ‘서민 없는 친서민 정부’의 실체를 폭로하고 진보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이명박이 싫지만 민주당도 미덥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모아야 한다. 이를 통해 선거에서 진보진영이 성과를 거두고 노동자·서민들의 자신감을 높인다면 하반기 이명박의 MB악법 강행과 비정규직법 개악, 복수노조·전임자임금 관련 개악 등에 맞선 노동자·서민들의 투쟁 건설에 좋은 발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