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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경제 회복이 아니라 거품이 커지고 있다

올해 초까지 계속되던 금융 불안정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특히 한국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경제성장률 회복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나자 이명박 정부는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IMF는 한국의 올 4분기 성장률을 지난해 4분기에 비해 4.3퍼센트 성장할 것이라며, 선진국의 올 4분기 평균 성장률 -1.3퍼센트보다 매우 높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게다가 한국은 내년 3.6퍼센트, 2014년 4.5퍼센트로 성장률이 치솟는 등 선진국 중 눈에 띄게 빨리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 장관 윤증현은 “한국을 대하는 눈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며 내년 G20 정상회의의 한국 유치와 경제성장률의 빠른 회복 등으로 얻은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의 이런 빠른 경제 회복은 정부 재정을 쏟아 부어서 만든 신기루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70퍼센트를 올 상반기에 쓰는 등 예산을 조기 집행해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반면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주요 31개 대기업의 올해 2분기 현금 투자액은 지난해 4분기에 비해 58퍼센트나 급감했고, 이들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오히려 1조 3천억 원이 늘어났다.

경기를 부양하던 정부 지출이 하반기 들어 줄어들자, 8월부터 건설·공공부문 등을 중심으로 성장률 지표가 급전직하했다.

이명박 정부는 4분기 예산을 다시 3분기에 끌어 써서 경기를 계속 부양하겠다고 밝혔다. 4분기에도 세계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내년 예산을 올 4분기에 끌어다 써야 할 판이다.

그런데 한국은 재정적자가 가장 빨리 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라서, 재정지출 확대로 경기를 계속 부양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만 재정적자는 1백조 원이 넘게 늘어 3백66조 원에 달한다. 당장 내년 국채 이자만해도 20조 원이다.

남은 임기 3년 동안 재정적자가 1백조 원 정도 더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이명박 정부는 예측한다. 재정적자 수치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4대강·경인운하, 고속철도 건설, 인천공항철도 손실 지원에 나가야 할 돈 중 20조 원 정도를 수자원공사, 철도시설공단, 철도공사에 떠넘기는 ‘분식회계’를 했는데도 이 모양이다.

게다가 이 정도 적자 증가도 내년부터 경제성장률이 4~5퍼센트에 달해 세입이 크게 늘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당분간 높은 경제성장률 달성은 불가능하다. 우선 이명박 정부의 바람처럼 경기가 회복된다 해도 세계 각국이 ‘출구전략’을 시행한다면 높은 성장은 힘들다. 게다가 경기 회복은커녕 ‘더블딥’ 가능성이 더 높다. 최근에 HSBC의 회장 마이클 고흐갠은 “수개월 안에 두 번째 경기 하강이 나타날 것으로 확신한다”며 “공격적인 확장을 늦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융 불안정과 높은 실업률, 동유럽발 금융위기의 서유럽 확산, 중국·한국 등 아시아 지역의 부동산 거품, 세계적인 주식·원자재 거품 등이 여전히 해결될 전망이 없어 지배자들의 뒷골을 서늘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재정지출만이 한국 경제를 부양하는 원동력이 될 공산이 크고, 이에 따라 재정적자도 폭증할 것이다. 결국 경제 위기가 재정적자 위기와 밀접하게 결합돼 가는 것이다.

급증하는 재정적자를 해결하면서 경기를 부양하려면, 90조 원 이상인 ‘부자감세’ 정책을 철회할 뿐 아니라 투자를 줄이고 현금을 모으고 있는 부유층·기업주에 대한 세금을 높여 복지 확대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노동자·서민이 소비를 늘릴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부유층·기업주를 자신의 주요한 정치적 기반을 두고 있는데다, 부자 증세가 투자 회수, 자금 해외 이탈 등을 낳을까 봐 두려워하는 이명박 정부로서는 부자 증세와 복지 확대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서민의 삶은 나 몰라라 하고 엄청난 빚을 지며 기업주 살리기에만 신경쓰는 이명박 정부를 뒤흔들 만한 거대한 대중 투쟁이 없다면, 경제 위기 시기에 보통사람들의 삶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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