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석 영화칼럼:
〈불신지옥〉의 아쉬움
〈노동자 연대〉 구독
올 여름 극장에서 본 영화들 중 가장 인상 깊은 영화는 이용주 감독의
여주인공 희진
공포영화라기보다는 미스터리 영화에 가까운
더불어, 한정된 공간을 영상에 담아내는 솜씨가 눈에 띈다. 적은 예산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엄마의 아파트와 그 주변으로 영화적 공간을 한정짓는다. 아마도 예산을 아끼기 위한 고육지책인 듯한데, 이렇게 제한된 공간만 보여 줄 경우 영상 이미지들을 다채롭게 보여주기가 보통은 힘들다. 그런데 이 영화는 같은 공간을 장면마다 다른 느낌으로 잘 묘사해 시각적인 단조로움을 너끈히 극복한다.
몇 가지 아쉬움도 있다. 먼저, 영화의 화두인 종교의 광기를 다루는 태도가 지나치게 조심스럽다. 영화는, 예컨대 이런 광기를 극단으로 밀어붙여 관객들의 상식에 도전하지 않는다. 대신, 광기의 사회적 원인인 하층계급 주인공들의 고단한 삶과 현실을 부각한다. 이런 광기가 알고 보면 이해할 만한, 슬픈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이해심 깊은 시선이지만, 새로울 게 없을 뿐더러 영화적으로는 양날의 검이다. 한편으로는 균형감 있는 관점이라 좋지만, 또 한편으로는 바로 그 균형감 때문에 영화의 날카로움과 감흥이 약해졌다
다른 아쉬움은 영화 시장의 난폭한 현실이다.
그래도 잘 만든 영화를 극장에서 만나는 건 반갑고 행복한 기억이다. 인상적인 연출력을 보여준 이용주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덧붙여, 올 가을 가장 기대되는 영화는 10월 중순에 개봉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