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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의원과 강기갑 대표는 민주당에 대한 분별 있는 태도를 보여야

이명박 정부에 맞서 효과적이고 열정적으로 싸워 온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10월 9일자 〈한겨레〉 인터뷰에서 우려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이정희 의원은 내년 지방 선거에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이 단일 후보를 내는 선거연합이 “원칙”이라고 주장하며 “당의 크기엔 차이가 있지만 분명하게 같이 가야 한다”고 했다. 연대의 전제로 “진보적이고 민주주의적인 가치와 소외된 사람을 함께 품어 안을 수 있다는 믿음”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엔 실개천이 흐르지만, 민주당과 진보정당 사이엔 장강이 흐른다’는 일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만약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 장강이란 게 흐른다면 저는 장강의 중간쯤에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사이는 “한나라당·보수세력과의 차이보다는 훨씬 작은 것”이라며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 놓인 “‘실개천’이 ‘절벽’이라는 게 드러났”다고도 말했다.

한편, 지난 8일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민주당 대표 정세균과 전 국무총리 이해찬 등과 함께 민주통합시민행동이 주최한 ‘민주대연합을 위한 지도자 연석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강기갑 대표는 “진보와 민주를 넘어 ‘반MB’라면 함께 힘을 모으자는 의견이 많다”며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개혁진영이 공동 승리할 수 있도록 뜻을 모으기”로 했다.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명박이 워낙 앞뒤 없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한나라당을 견제하고 독주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더구나 한나라당의 국회 날치기에 온몸으로 저항하다 여러 차례 실신까지 한 이정희 의원을 비롯해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느낄 절박함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이런 날치기에 맞서 민주당과 일시적 제휴는 필요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과의 연대가 이명박에 맞서는 일시적인 차원을 넘어서 선거연합 등 전략적 공조로 나간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진보진영과 이정희 의원이 소중히 여기는 “소외된 사람을 함께 품어 안을 수 있”는 “진보적이고 민주주의적인 가치”는 민주당과 아무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명박처럼 막무가내는 아니었지만 김대중·노무현 10년은 진보적이고 민주주의적인 가치가 훼손된 기간이었다.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마녀사냥 속에 군사독재 시절처럼 ‘21세기 간첩단’ 사건이 터졌고 심지어 헌책방 주인이 《공산당 선언》을 판매했다고 잡혀가기도 했다.

사회적 불평등도 극도로 증가했다. 돌이켜보면 대규모 정리해고, 비정규직 확대, 부동산 폭등, 공공부문 민영화 등 지금 문제되는 것은 모조리 민주당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명박이 용산 철거민들을 불태워 죽인 것처럼 노무현은 농민 전용철, 홍덕표와 노동자 하중근을 때려 죽였다.

결국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사이에는 명백히 장강이, 그것도 노동자·민중이 흘린 피의 장강이 흐르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에는 언제든지 넘나들 수 있는 실개천이 흐른다. 이정희 의원이 말한 “절벽”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당장 이번 10.28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공천한 후보들만 봐도 안산 상록(을)의 김영환은 노무현을 탄핵하는 데 앞장 섰고 한나라당에 기웃거렸다. 수원 장안의 이찬열은 아예 한나라당 출신으로 도의원까지 했고, 그 선대위원장인 손학규 역시 한나라당 출신이다. 이밖에도 한나라당 출신 민주당 정치인과 민주당 출신 한나라당 정치인은 무수히 많다.

즉, 민주당은 민주노동당보다는 한나라당과 정치적·사상적·인적으로 가깝고, 때로는 서로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따라서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하는 것이 “원칙”이 아니라 그 정반대가 진보진영의 원칙이 되어야 한다.

도대체 한나라당과 비슷한 민주당과 함께 어떻게 이명박을 심판할 수 있단 말인가. 오히려 무원칙한 ‘단결’은 지지자들에게 혼란과 허탈함만 안겨줄 것이다. 민주당 정권에 맞서 진보진영이 그토록 지키려 했던 진보적 가치와 노동자·서민의 권리는 한낱 우습게 취급될 것이다.

민주당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입장을 맞추다보면 이명박에 맞서는 진보진영의 힘도 제대로 키우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선거에서 한나라당뿐 아니라 민주당과도 확연히 다른 진보적 가치를 선전하며 이명박에 맞서는 저항을 구축하려 노력해야 한다.

강기갑 대표와 이정희 의원은 ‘장강’과 ‘실개천’을 분명히 구분하며 분별있는 태도를 취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