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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독자의 신문 판매 경험

얼마 전, 출근길 지하철 신문판매대에 놓인 〈조선일보〉는 수능성적의 고교별 순위를 특종으로 보도했다. 수백만 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야만 다닐 수 있는 특목고와 1천만 원이 넘는 자사고가 상위 순위를 빼곡하게 채웠다. 그야말로 “부모의 학력 및 사회·경제적 지위와 자녀의 학력이 비례”함을 제대로 보여 주는 결과였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하루빨리 평준화를 재고하고 더 많은 외고를 만들라는 황당한 결론을 내놓았다.

반면 나와 내 동료들이 함께 읽고 토론하는 신문 〈레프트21〉은 내년 교육예산 1조 4천억 원 삭감과 결식아동급식 지원금 전액 삭감 등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중도 실용’이 얼마나 위선적인가를 폭로하며 부자감세와 블랙홀처럼 예산을 빨아들이는 4대강 사업을 때려치우라고 주장했다.

1주일에 두 번 퇴근길 거리 신문판매대에서 〈레프트21〉을 들고 이런 주장을 바탕으로 신문을 판매하다보면 손을 뻗어 신문을 구입하거나 토론을 걸어오는 퇴근길 노동자나 하굣길 학생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신문을 사는 이들의 대다수는 〈레프트21〉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속시원한 비판과 폭로, 좌파적 분석과 대안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의견을 제시한다.

<레프트21> 거리 판매 모습 <레프트21>은 독자들이 기고하고 판매하고 후원하는 신문이다.

어떤 독자들은 삶의 경험을 신문을 통해 나누고자 기성언론이 다뤄주지 않는 소식과 의견을 〈레프트21〉에 기고하기도 한다. 지난달 기성언론이 통합공무원노조의 출범을 대서특필하며 각종 마녀사냥과 공격을 일삼을 때 한 공무원 노동자가 〈레프트21〉에 실제 공무원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절박함을 잘 알 수 있는 글을 기고했다. 하급 공무원인 한 독자는 이 기사를 보고 촛불시위를 지지하면서도 공무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시청광장을 지키기 위해 동원됐을 때 느낀 굴욕감, 공무원연금법 개악과 3년째 임금동결(사실상 삭감) 등의 경험을 떠올리며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강력히 지지했다. 그는 직장에서도 동료들과 자신의 생각을 나눠야 겠다고 했다.

이처럼 〈레프트21〉은 독자와 기고자가 신문을 통해 서로의 경험을 연결시킨다. 이런 경험은 일상적으로 유포되는 지배자들의 사상에 도전하고 궁극적으로는 현 사회의 대안을 건설하는 데 자신의 경험을 이용하도록 돕는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를 찌그러뜨렸던 위대한 촛불시위는 대다수 사람들을 크게 변화시켰다. 나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동료·친구들과의 만남, 가족모임 등에서 〈레프트21〉을 권하면서 이 점을 더욱 절실히 느낀다. 취업이 안 돼 대학 졸업을 연장한 ‘5학년’ 사촌동생은 ‘이명박은 경기가 회복됐다는데 왜 취업률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냐’고 물었다. 평소 사회나 정치 문제에 관심이 없었던 그에게 질문을 받고 나니 당황했지만, 당시 ‘경제 회복이 아니라 거품’이라는 〈레프트21〉 기사를 소개하며 신문을 권했다.

무엇보다 나는 〈레프트21〉을 통해 독자가 기고자가 되어 의견과 경험을 나누면서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는 기분 좋은 경험을 더 많은 이들이 하게 되길 바란다.